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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보이스 내가 음악을 위해 안정적인 미래를 포기해야만 했듯이 누군가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음악을 포기했을 뿐이었다. (...)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을 위해 가문을 포기했다. 꿈을 꾸지 않거나, 혹은 직업을 구하는 것 밖에 꿈이 없는 사람들이 흔히 현실이라느니 통계라느니 운운하며 꿈을 꾸는 사람들을 대놓고 질투하며 압박한다. 모든 것을 내 사회 생활 능력 부족이라 생각하며 그들의 말을 받아들이려 했던 나는,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이었는지 이제 와서 깨달았다. 이들을 내가 최근 멀리하는 이유는 그들의 쓸데없는 가르침에 물려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처럼 시체가 되어 살아가기 싫어서다. 나는 내 꿈을 존중해주고 또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 더보기
슬픔계량사전 연애가 필요합니다 중에서 앉지도 못합니다 서지도 못합니다 눕는 데는 더 힘이 듭니다 모든 감각기관들은 엉덩이 위에 부서진 몇 개의 뼛조각을 향합니다 밥을 먹으려면 꼬리뼈의 안부부터 물어야 합니다 바흐를 듣는 귀도 눈치를 봅니다 가장 멀리 있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머리조차 걱정합니다 안녕들 하신 거냐고? 엄지발톱은 자신까지 빠질 것 같다며 엄살 부려옵니다 꼬리가 필요합니다 퇴화기관이 아닌 당당한 꼬리가 있어야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살랑거리며 다가갑니다 권력 앞에서는 요망스럽게 흔들어 보입니다 앉을 때를 위한 꼬리전용의자가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꼬리뼈가 아픈 적은 없지만 옆에서 일하다 꼬리뼈 다친 동료를 본 적이 있다. 그러고보니 다른 동료사원들이 꼬리가 나려나 왜 거기가 아프냐고 놀리고 그랬지. 아.. 더보기
수렴동 별곡 축복 중에서 억겁년 풍진세월에 아담과 이브는 사바세상 거친 인간이 되었고 욕심덩이 되었지 내 너희를 어찌할꼬 니네들 멋대로 살겠느냐 허나 하늘은 사랑이기에 당신지으신 땅에 "지저스 크라이스트"를 보내어 십자가로 죄씻겼으나 아직도 그 타령 하늘두려운 줄 모르구나 하늘 가득 사랑의 은총 하얀 눈송이로 땅위 허물덮어주네 너희에게 평화가 있을 지어다 이 죄인 용서하소서 "보시기에 또 좋았더라" 책을 읽다보니 비선대 만남의광장에서 빈 속에 동동주 마시고 산 내려가다가 나무에게 영양분 줬던 거 생각난다 ㅋ... 설악산에서 음주하는 게 굳이 금지된 건 아니지만, 나도 겪어봤고 심지어 50대로 보이는 분은 얼굴이 불콰해진 채로 산을 내려가다가 119에게 호송되시는 걸 보았다() 괜히 등산객들 다 쳐다볼만한 짓 하지 마.. 더보기
울지도 못했다 때수건이 열리는 물오리나무 중에서 남자들은 등치기로 나무를 넘겨뜨릴 듯, 아파트 부녀회원은 복면 쓰고 종주먹을 치켜드는데 개를 사랑한다면 개 눈치의 1푼어치만 사람을 챙기라는 것; 산수가 우째 풍경이 아니라 풍속이다 이게 그렇게 웃기더라 ㅋㅋㅋ (뭔가 스포라서 생략한 것 같지만?) 아무튼 저자는 젊었을 때 세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 못했다. 청년 시절이었던 때를 저주하며 아예 처음부터 늙은이로 태어나면 좋았을걸 바랬다. 술을 마시면서 신과 기만자들을 저주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종교를 믿고 있다는 게 떠올라, 열불내지 말고 평온하게 살길 바란다(여전히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다 열불내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걸린 지구를 회상한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끙끙대.. 더보기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숨을 곳을 찾아서 얼굴이 끔찍하게 생긴 괴물 꿈을 꾸고 나서 그는 어디 마땅한 곳을 찾아 숨어야겠다고 생각했지. 홑이불 사이에 숨으려고 했더니 왼발이 두 개나 달린 도깨비가 보였어. 옷장 서랍 안으로 숨으려고 했더니 굶주린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침대 밑으로 숨으려 했더니 목이 떨어져 나간 시체가 보였어. 문 뒤로 숨으려고 했더니 괴물이 코를 골며 자는 소리가 들렸어. 지하실로 내려가 숨으려 했더니 놀랍게도 용이 보였어. 계단 밑으로 숨으려고 했더니 거기에서 이를 드러내고 웃는 미라가 보였어. 커튼 뒤로 숨으려고 했더니 12마리의 털복숭이 원숭이가 보였어. 옷장 뒤로 숨으려고 했더니 미친 살인마 교수가 보였어. 옷더미 속으로 숨으려고 했더니 코에 사마귀가 다닥다닥 달린 마녀가 보였어. 싱크.. 더보기
뜻밖의 바닐라 다이버 중에서 바다는 바닥도 물의 입체도 아니었지. 다만 땅의 천장, 전구를 갈기 위해 길게 뻗은 손처럼 우리는 나란히 몸을 세우고 가장 어둡다는 빛을 찾으러 갔었다. 가득히 입을 벌려 아직 남은 대기와 키스해. 오직 키스로만 인간은 말을 잊는다. 말을 버리고 입속의 심해로 잠수해 들어가...... 그건 사람의 천장이거나 낮의 바닥. 지구가 껴입은 빛나는 외투의 안감. (...) 이야기한 적 있지. 우리는 낯선 수면으로 떠올라. 그건 오래 길러온 몸속 바다를 뒤집어 서로에게 내어주는 일이었다고. 이 시 이후로도 계속 안감과 겉감을 뒤집어 바꾸어버리는 내용이 계속 나온다. 아무튼, 굉장히 인상적인 시였음은 확실하다. 초반부에 인상적인 시들이 상당히 몰려 있다는 느낌이다. 이 분이 나오는 팟캐스트를 들어봤다.. 더보기
책 먹는 법 문학, 특히 소설과 에세이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읽는 인기 장르입니다. 역사나 철학 같은 인문서에 비해 독자층도 두텁고 판매량도 훨씬 많지요. 하지만 동시에 가장 진지하지 않게 취급받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 셰익스피어나 도스토옙스키 같은 고전 작품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지만, 그런 경우에도 마키아벨리나 칸트, 니체의 책을 읽었을 때처럼 존경 어린 시선을 받지는 못합니다. 주로 철학을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소설책을 읽는 사람들가지고 시간이 아깝다 어쩌고 하는데, 정작 난 그들이 약자를 존중하고 올바른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확고한 의견을 세우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음. 니체는 후자가 유독 강한 철학자지만 전자가 약함. 언제부턴가 수능시험이 끝나면 작가들이 시험문제 중 자신이 쓴 글을 주제로 한 걸 읽.. 더보기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무가당 담배 클럽에서의 술고래 낚시 중에서 무가당 담배 클럽에서 봄을 맞이하여 첫번째로 하는 일은 지난 겨울 읽던 책들을 절구통에 넣고 빻아서 떡을 만들어 먹는 일, 겨우내 얼어붙었던 얼음 맥주의 강을 망치로 부수어 마시는 일 그리고 그 강물 속에서 술에 절어 겨울잠을 자던 술고래들을 낚시하는 것, (...) 술고래들은 한결같이 잠에 취한 채 정신없이 끌려나오지, 낚시로 잡아올린 술고래들을 운반하기 위하여 무가당 담배 클럽의 마을에는 기차가 드나드는 작은 역도 하나 생겨났지, 하루에 두 번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들어올 때면 술고래들은 잠에서 깨어나 펄쩍펄쩍 뛰지, 그러나 이미 때는 늦은 거라네, 술고래들은 아마 도시로 팔려나가 사람들을 위해 얼음 맥주의 호수를 망치로 부수는 일을 하겠지, 더러는 커다란 .. 더보기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 "참사로 고통을 당한 모든 아이의 유족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하나님의 진리가 이 땅에 이뤄지도록 인도해주셔서 진실이, 모든 것들이 빨리 파헤쳐질 수 있도록 인도해주시고, 그런 와중에 하나님께서 모든 유족의 마음을 위로해주시옵소서." 이거 읽고 책속의 한줄에 글 썼더니 3분 후에 점확히 이 부분을 따서 올리신 분이 또 계시더라. 같은 시간에 같은 글을 읽고 같은 부분이 좋다고 써서 같은 앱에 올렸다니. 너무 신기한 체험이었다. 표지도 밝았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지 5년 정도 지났으니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페이크였다. 낚였다고 할까. 읽으면서 여전히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특히 가족구성원의 시신을 찾지 못해 점점 마음도 몸도 무너져가는 다른 가족들 이야기를 보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자신들은 세.. 더보기
겨울 촛불집회 준비물에 관한 상상 떼창/거리에서 광장에서 나무가 작은데도 꽃을 피우는 동안 사람이 혼자 노래를 불렀다 개화를 기다리는 사람을 몰라보고 작은 나무가 꽃을 천천히 피울까 봐서였다 대통령이 부패하고도 큰 관저에서 잘 지내는 동안 시민이 떼 지어 노래를 불렀다 하야를 명령하는 시민을 몰라보고 부패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을까 봐서였다 사람이 혼자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 음성에 덮인 작은 나무가 원가지를 푸르르 떨었다 시민이 떼 지어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 음파에 흔들린 큰 관저가 부패한 대통령을 부들부들 떨게 했을까 혹시해서 말하는 건데 이거 박근혜 대통령 때 이야기다;;; 자한당이 요새 집회 이용하는 통에 촛불집회에 대한 책은 조심해서 들고 다니게 되는 것 같다 나쁜 놈들 ㅠㅠ 시위 나갈 때마다 저작권 비용 내놔라. 운동권 사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