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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방귀차가 달려간다 낙엽의 탄생 가을에는 모두가 다이빙 선수 바람이 떠밀어서 풍덩 너무 빨개져서 풍덩 어제 마주보던 친구 따라 날이 새도록 풍덩 밤새 폭폭 쌓이고 데굴데굴 굴러서 바스락바스락 수다를 떤다 가을에는 오래 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거라고 다시금 새로이 태어나려고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지는 거라고 우리 모두 낙엽처럼 새로운 꿈을 꿔 보자 책을 읽다보면 그림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다가 '아니, 정말 아이들답게 그렸는데?'하며 놀랄 것이다. 그림 밑을 자세히 보면 조그맣게 그림을 그린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런데 정말 하나하나 다 개성이 있어 깜짝 놀라게 된다. 저자가 선생님인지.. 대부분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그림이지만 간혹 중학교라던가 다양한 학교 출신의 아이들 그림이 올려져 있다. 선생님이 되면 이렇게 일러스.. 더보기
마지막 사랑 노래 바닷바람 삶이 고달프면 바닷가로 나오라 그곳이 동해거나 서해거나 남해거나 제주 바다가 아니어도 좋다 수평선은 희미하지만 짙푸르지 않아도 언제나 눈 떠 있고 상관없다 흰 구름 두어 점 거느린 파란 하늘 새파랗게 부는 파란 바람 부글부글 불타는 가슴 어루만져줄 바닷바람 한 자락만 있으면 그래 아무 바닷가에나 가게 되면 그때 그대여! 말라르메에게서 도주하라 한글로 꿈꾸며 노래하라 결말이 좀 뜬금없다 싶겠지만 이 시인이 자꾸 한글의 소중함을 시에서 주장하고 있어서 ㅎ 영단어 남발하는 잡지 읽다보면 왜 그러는지 이해는 가지만(...) 그나저나 제주도가 바닷바람이 많이 부나? 강원도 동해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제주도 갔을 때 바닷바람이 세차게 분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냄새도 안 사라지.. 더보기
낮의 목욕탕과 술 이윽고 오른편에 목적지 '가노'가 나타난다. 여기도 오래된 술집인데, 최근에 한참이나 영업을 쉬고 건물 전체를 완전히 리뉴얼했다. 사실 오늘이 리뉴얼하고 처음 오는 셈인데, 은근히 두근거린다. 노렌을 걷고 안으로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 안에 선 주인 부부. 순간, 오른편에 있던 카운터가 왼쪽으로 옮겨지고 그 자리에 있던 4인 테이블 두 개가 오른쪽으로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표를 찌르는 새로운 배치. 안쪽에 있던 앉는 자리는 없어졌다. 거기서 나베를 두고 앉은 적이 있었다. 약간 섭섭. 아니 왜 내가 좋아하는 가장자리를 없애버리죠 ㅠㅠ 이건 참 단골들에게는 아쉬운데. 그 다음으로 가게 리뉴얼할때 메뉴가 바뀌어서 내가 옛날에 시켰던 그 요리가 없어졌을 때 되게 아쉬움. 주먹밥이라던가. .. 더보기
눈부신 자서전 발바리 중에서 ​ 낮에는 회사원 두 딸의 아빠 바둑알 놓듯 살아온 아빠 그런데 강간만 마흔다섯 가스 배관을 타고 들어가 아이의 엄마까지 강간했네 (...) 성질이 온순하고 모양이 예쁜, 효자였다고 자상한 아빠였다고 그날도 딸아이 유치원에 데려다 주려다 체포된 발바리... (...) 아빠 아, 빠 아 씨발 씨발 제가 그 아이를 만나면 나를 사랑한다면 뭐라고 해야 하나요 내 가슴 쪽쪽 빨 때 뭐라고 해야 하나요 실비아 플라스 시 생각나기는 한데, 그래도 이 시가 짧고 핵심이 다 들어가 있어서 더 좋다. 대뜸 초반 시부터 구더기가 들끓고 있지만(...) 시집을 읽어보면 시인이 어두운 세상 속에서 얼마나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저항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하기사 눈부신 자서전이라니, 어지간한 자신감이 아.. 더보기
죽은 사회의 시인들 백수의 일상 중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고 종로 3가에 있는 중고 서점 알라딘에 들러 두 시간여 동안 여러 분야의 책을 본다. 시집 코너엔 이름 없는 시인들의 시집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할 듯하다. (...) 신문사 건물 앞에 있는 벽보에 걸린 신문들을 보며 현재 한국의 정치적 흐름과 논조들을 훑어본다. 내 옆에 노인이 벽보에 걸린 기사를 보며 혀를 찬다. 세 발자국 떨어진 곳엔 걸인이 유심히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세상살이에서 뒤쳐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 보인다. (...) 약속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당도하니 시인 5명이 전날 먹은 세꼬시로 술판을 잇고 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 정치 얘기, 그리고 아이들 얘기로 이러저러한 그리 궁금할 것도 없는 시시한 대화로 우리는 취.. 더보기
푸른 눈의 목격자 밤 당신이 가고 나서야 당신 이름을 렀다 목석보다 더 무뚝뚝했던 당신, 안부를 물으면 당신이 유행이 한창인 가요의 가사로 화답했고 어색한 기류를 견디지 못하고 일어날 때면 유행 지난 가요로 배웅했다 눈 한번을 마주치는 일이 없었던 당신에게 닿는 일은 가장 먼 별을 향해 가는 여정만큼 여간 쉽지 않았다 옛 생각을 거닐듯 천천히 밤을 씹었다 알몸의 당신이 여러 갈래로 나뉜다 이제야 겨우 거리를 좁혔는데 한줌 재가 된 당신이 품에 들어온다 흩날리는 잿빛 눈에서 은단 향이 났다 내가 몰랐던 당신 냄새였던가 유달리 춥고 길었던 겨울밤이었다 차츰 멀어지는 당신 장례지도사가 말했다 다시 봄입니다 처음에는 짝사랑에 관한 시인줄 알았더니 후반을 읽어보니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내용인 듯하다.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시가.. 더보기
무연고 황금찬 선생님 중에서 ㅡ통화 내용 황금찬 선생님은 강원도 횡성에 계시다 서울 계실 때는 한 달이 멀다 하고 전화 주셨는데 반년이 지나도 전화가 없다 수소문 끝에 전화 걸었다 (...) '반갑습니다. 박희진 시인도 잘 있나요?' ㅡ그분은 떠난 지 2년이 됩니다 (...) '다들 가네요. 올해엔 누가 갈려나' 하고는 흐느끼는 소리가 뒤를 이었다 인투커피에서 회초리를 낭송하다가 자주 우셨다 아무래도 회초리는 어머니가 드시니 대충 시의 내용이 뭔지 다들 아실 것이다. 시집은 대체로 내용이 쉽다. 시인도 대놓고 쉽게 시를 쓰며 그 방법밖에 모른다고 하신다. 굉장히 솔직하게 자신의 삶에 대해 시에 탈탈 다 털어놓는 분이신듯. 테마를 나누지도 않으시는 것 같다. 이 시 다음엔 황금찬 선생님이 몇 세이신지에 대한 부가.. 더보기
가려 뽑은 고려 노래 쌍화점 중에서 ​ 술 팔 집에 술을 사러 가니 그 집 아비가 내 손목을 쥐더이다 이 말씀이 이 집 밖에 나고 들면 다로러거디러 조그만 술 바가지야 네 말이라 하리라 더러둥셩 다리러디러 다리러디러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자리에 나도 자러 가리라 위 위 다로러거디러 다로러 그 잔 데같이 허황된 것이 없다 이젠 다들 아시겠지만 사실 이런 노래 굉장히 좋아합니다(?) 노래 사이의 진한 술 냄새 ㅋㅋ ​ 청산별곡은 예전에 노바소닉의 노래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그 때는 리듬이 좋아서 자주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온다 ㅋㅋ 시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자동재생이 되니 말이다. 하기사 CD 플레이어를 교복 속에 넣고 수업시간에까지 음악을 들었으니 머릿속에 박힐 수밖에. 그러고보니 그 때 이정현이 부른 단심가도.. 더보기
카페, 가난한 비 술과 밤 중에서 알고 싶은 사람은 가 버렸고, 그들이 언젠가 남겨 놓은 술잔엔 눈에 보이는 지금의 사람만 새겨져 있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이런 노래 구절 하나만으로도 절규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의 잔상이었다, 알고 싶지 않은 사람들 속에 섞여 있으면서. (...) 파스토랄! 그건 어디에 있는가? 빈센트! 그의 그림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다. 블루 벌룬, 그건 가난한 빗속에 떠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생을 잃어간다. 밤과 술이 빗속에 있던 날에. 젊은이들은 이제 스스로를 위로하고 힐링할 힘마저 잃었는지, 이제 점점 자신을 힐책하는 듯한 구절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가난의 비만큼 사람을 작아지게 하는 게 없다고 시인은 단언한다. 시에서는 밤이 오거나 눈 혹은 비가 내리는 배경이 등장한다. 그.. 더보기
죽는 게 뭐라고 다 함께 기타카루이자와에 놀러 간 적도 있다. 숲 속의 별장지 '다이가쿠무라(1927년 호세대학의 학장 마쓰무로 이타스가 자신이 소유한 토지를 학자나 문화인 등에게 분양하여 개발한 별장지)'는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 "여기서 살아보면 어때?" 요코 씨가 우리에게 말했다. "파격적으로 싼 땅이 나와 있는데." 나루짱은 마음이 동요되는 듯했다. (...) 하지만 파격적으로 쌌던 까닭은 엄마와 아들이 동반 자살한 땅이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시라이시 가요코('광기의 여배우'로 불렸던 가부키 배우)에 아들은 누쿠미즈 요이치(예능 프로그램에서 머리숱이 적어 놀림당하는 캐릭터를 가진 배우) 같았다는 말을 듣고, K가 심사숙고 끝에 땅을 포기했던 건 유감이었다. 원래 땅값이 싼 곳은 대부분 이런 사연이 있다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