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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마지막 사랑 노래

바닷바람

삶이 고달프면 바닷가로 나오라

그곳이 동해거나 서해거나 남해거나

제주 바다가 아니어도 좋다

수평선은 희미하지만 짙푸르지 않아도

언제나 눈 떠 있고

상관없다

흰 구름 두어 점 거느린 파란 하늘

새파랗게 부는 파란 바람

부글부글

불타는 가슴

어루만져줄 바닷바람 한 자락만 있으면

그래

아무 바닷가에나 가게 되면

그때

그대여! 말라르메에게서 도주하라

한글로 꿈꾸며 노래하라

 

 

 

결말이 좀 뜬금없다 싶겠지만 이 시인이 자꾸 한글의 소중함을 시에서 주장하고 있어서 ㅎ 영단어 남발하는 잡지 읽다보면 왜 그러는지 이해는 가지만(...) 그나저나 제주도가 바닷바람이 많이 부나? 강원도 동해안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가서 그러는지는 몰라도 제주도 갔을 때 바닷바람이 세차게 분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냄새도 안 사라지고.

그리고 바닷가에는 캔맥주를 들고 가는 게 최고더라. 물론 마신 후엔 제대로 분리수거한다. 최근엔 코로나때문에 야외에서 마실 땐 더욱 철저히 사람 없는 곳을 찾는 편이다. 이 맛 알게 되면 답답해 펍 안에서 못 마시게 되는 게 문제지만.

 

페북에서 어느 시인이 거론되서 시집을 읽으려고 했는데 처음부터 젖가슴 거론되더라.

느낌이 쎄해서 쭉 읽어봤는데 후반에(초반에 나옴 욕먹을까봐 쫄았냐?) 낙태에 대한 비난이 적나라하게 쓰여진 시를 봐서 그냥 도로 도서관 책장에 집어넣기로 했다. 그것도 여성을 표적으로 하더라.

아무튼 시에서 제가 제일 거슬려하는 테마가 젖가슴, 부모님 거시기 거론하는 거, 그리고 낙태인데 그 삼종 세트가 다 나왔다. 부모에 대한 시가 흔해서 시인 계열에선 언급 금지라고 하던데 제가 봐선 지금 부모가 문제가 아녜요 이 사람들아. 쯧쯔... 그것도 시라고.. 나나 내 친구들이나 고등학교 후배들이 쭉 써도 쟤보다 등판 더 잘 하고 쟤보다 더 유명세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저렇게 천박하게 말고 고매한 방식으로 말이다.

한 번 시집을 고르는 데 철저히 실패한 후 그 다음으로 고른 게 이 시집이다. 가장 이 시집의 메시지를 잘 담아낸 시는 개인적으로 우체통이라고 생각한다. 명동 우체통이 없어진 사실을 다루고 있지만 현재는 다른 지방의 우체국까지도 없어지고 있는 실태다.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가는 추억에 대한 아쉬움을 나태냈듯이 시인도 그러했다. 그러나 시인은 담담하게 그 안에서 죽음을 포착해냈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 좀 더 죽음을 많이 생각하는 어르신분들이 넌지시 전해줄 수 있는 교훈이었다. 꼰대 소리 듣지 않고도 연륜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들은 그 외에도 많다.

 

하늘에 있을 때 나는 중에서

그대에게로 날아가나니 괴로움이여!

그대도 내게로 날아오라 그리움이여!

하나가 될 수 있을까 사랑이여!

목마름이었네 깊숙이

목숨 바쳐 한숨 속을 해메어 다니다가

 

처음으로 슬픔을 만났네 하얗게

목마름으로 빚은 슬픔 완성하기 위해

송이송이 떨어져가나니 그만한 사이

지상에 떨어져 만난다면 우리는

 

눈 되어 눈으로 만날까

물 되어 물로나 만날까

그대 그리움이여! 아아!

흙이 될 나의 꿈

 

 

 

시집은 다른 책들에 비해서 구성이 좀 자유로운 편이다. 제주도 사투리도 거침없이 주석도 빠진 채로 쓰여져 있다. 경험상으론 꼭 출판사별로 다른 건 아닌 것 같다. 이 시집도 시인의 말 이후 페이지를 넘겨보면 조그만 글씨로 한 문장이 달려 있다. 대충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실려 있다. 다행히 아직 내가 사는 곳은 지방이라 하늘이 매우 맑게 펼쳐진다.

 

TV를 보니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밤하늘의 별을 보러 먼 곳까지 운전해서 가더라. 나는 이 시를 읽고나서 하늘을 봤지만, 어떤 걸 계기로 하든간에 하늘을 같이 보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의 감수성을 챙기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변함없이 중에서

 

너도 없고 나도 없고

때로

너만 있고 나만 있고

 

아내 위 수술 받으러 입원한 날

오지 말라고 그만치 당부했는데

민정이가 왔다 격려금까지 챙겨서

그냥 수술 잘될 거라고 손 흔들면서 갔다

 

수술 받는 날 문자메시지가 떴다

<겁보 언니, 떨리세요?

마음 편하게 먹고 힘내세요!

다 잘될 거예요. 언니 파이팅!

                             민정>

 

 

 

그러고보니 나이 들면 서로 병원 경력 이야기한다고 하더라. 젊은 사람은 이야기에 끼지도 못하고 소외감든다고. 그런데 나도 이제 곧 ㅠ

 

그렇게

 

TV에 불쑥불쑥

얼굴 내미는 잘난 이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고

자식 교육을 위해 주거지를 옮겼다고

검은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돌려줬다고

아파트나 땅을 법 어겨가며 산 것은

아내의 투자라고

군대에 안 간 것은 안 갈 이유가 있어 안 간 것이라고

깨끗하다고

정직하다고

그렇게

 

 

정치에 관한 비판이 의외로 많이 나오지만 어느 당에 대해서라곤 확실히 나오지 않고 그들의 근본적인 거짓말 패턴을 꼬집고 있다. 지금도 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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