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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방귀차가 달려간다

낙엽의 탄생

 

가을에는 모두가 다이빙 선수

바람이 떠밀어서 풍덩

너무 빨개져서 풍덩

어제 마주보던 친구 따라

날이 새도록 풍덩

 

밤새 폭폭 쌓이고

데굴데굴 굴러서

바스락바스락 수다를 떤다

 

가을에는 오래 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거라고

다시금 새로이 태어나려고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지는 거라고

 

우리 모두 낙엽처럼

새로운 꿈을 꿔 보자

 

 

책을 읽다보면 그림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다가 '아니, 정말 아이들답게 그렸는데?'하며 놀랄 것이다.

 

그림 밑을 자세히 보면 조그맣게 그림을 그린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런데 정말 하나하나 다 개성이 있어 깜짝 놀라게 된다. 저자가 선생님인지.. 대부분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그림이지만 간혹 중학교라던가 다양한 학교 출신의 아이들 그림이 올려져 있다. 선생님이 되면 이렇게 일러스트레이터를 따로 고용할 필요 없이 아이들을 이용할 수 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좋은 이용이었다. 덕분에 동시를 읽으며 아이들의 그림을 실컷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동시도 잘 지어졌지만 그림이 많이 뒷받침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선생님의 책을 빛나게 해주려는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6학년 1반

 

우리 6학년 1반은

운동도 못해,

노래도 못해,

너희들 잘하는 게 뭐니?

 

2반이랑 피구, 축구 경기에서 지고

3반이랑 음악대회에서 지고

 

그래도 우리는 항상

잘 웃고 인사도 잘 해요!

큰 소리로 떠들기, 친구 웃겨 주기는

우리 반이 최고예요!

 

목소리 큰 우리 선생님

언제나 우리를 즐겁게 해 주시고

이벤트 대왕 우리 선생님

매일매일 학교에 오는 게 신나요!

 

 

갑자기 선생님 얘기 나와서 말인데, 나도 GTO 유명하대서 보려 했다.

 

그런데 아무리 불량 선생이어도 그렇지 옷 벗고 달려드는 여학생이 어딨냐. 초반에 덮었다. 이제라도 GTO를 재평가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고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남학생과 굳이 플래그 엮는 고쿠센이 좋다는 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일본 매체에 나오는 선생 중 좋은 사람 못봤다 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정수리 요번에 논란 있던 선생 나오는 한국 웹툰도 성별이 남자일 뿐이지 고쿠센과 다를게 뭔가 생각한다. 귀여운 폭력은 그저 폭력일 뿐이다. 왜 폭력이 귀엽냐. 아무튼 선생님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 최고라 생각한다.

 

'추억'이라는 말 중에서

 

지금은 계산기나 컴퓨터보다

핸드폰이 다 해 주는데

엄마 어렸을 적에는

주판으로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다 했대요.

(...)

방학에 박물관 가면

엄마 아빠는 전시된 물건들 앞에서

나처럼 어린이가 되어 방긋 웃어요.

ㅡ이것 좀 봐! 옛날에 있었잖아. 미닫이 문 달린 텔레비전.

ㅡ저것 좀 봐! 우리 연애할 때 삐삐 많이 쳤잖아.

 

지금은 흔한 내 물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나도 이거, 저거 하면서 웃겠지요.

이런 걸 엄마는 '추억'이라고 했어요.

행복한 선물처럼 그 말을 가만히 넣어 둘래요.

 

 

난 최근까지 너무 힘들게 살아서.. 2년 전만 해도 근무하는 곳에서 레깅스만 입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마디 하고 화장도 안 한다고 얼굴에 그렇게 자신있냐고 상사에게 구박듣고 그랬다. 그 직장 그만뒀을 땐 걱정이 되면서도 쾌감이 느껴졌었지. 많은 사람들이 추억은 어떤 사람에게는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그냥 혼자 속으로만 떠올렸음 좋겠다. 나는 돈 준다고 해도 그때로 돌아가기 싫다.

 

슈퍼맨 빨간 바지 중에서

 

오늘도 지구를 구하려고

놀이터로 나가는

나는야 슈퍼맨

(...)

남몰래 버리는 쓰레기

일부러 하는 못된 말들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무너져요

 

우주를 위협하는 타노스도

우리 반에 올지 몰라요

 

나쁜 말 폭격탄에

가슴이 뻥 뚫릴지도 몰라요

 

세상이 땅속으로 가라앉기 전에

하늘까지 울기 전에

슈퍼맨은 언제나 옆에 있어요

 

 

짤은 타노스 모에화라고 한다.

타노스가 온다길래 그럼 반의 학생 반이 날아가나 생각했다가 다음에 나쁜 말 폭격탄을 보고 납득했다. 반만 날아가겠냐.

 

토종씨 나눔 할아버지 중에서

 

쫄깃쫄깃 말랑말랑

맛 좋은 분홍 감자 한 알

 

전국에서 찾다가

강원도 할머니에게서 구해 온

아기 분홍 감자

땅속에서 줄줄이 식구 늘려

새근새근 잠을 자요

 

농가에 나눠 주고

다시 또 토종 종자를 찾아서

전국을 누비는 할아버지

 

미국이나 일본에서 온 종자 말고

우리 땅에서 자란 토종 씨앗이

우리 몸을 지켜 준대요

 

 

자신이 쓴 시를 교구로 쓰고 싶었는지 아니면 선생님의 무의식적 본능인지, 환경교육에 쓰기 좋은 시 구절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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