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함에 대하여
내가 모르는 나라ㅡL에게 중에서 여기 바람만 부는 나라가 있다. 아니, 깃발만 펄럭이는 나라가 있다. 아니, 길들이 출렁이는 나라가 있다. (...) 여기 말들은 사랑, 혁명, 관용, 자유와 평등 같은 피를 머금은 풀꽃의 꽃말들뿐이다. 여기 사람들의 아침인사는 어색하게 손을 들거나 마주잡지 않는다. 가볍게 뺨을 어루만지고, 눈동자 깊숙이 영혼의 이면까지 읽지 못하면 이웃이 될 수 없다. (...) 여기 삶이란 껴안고, 어루만지고, 뒹굴고, 슬며시 서로의 목을 조르고, 기쁘게 죽여줄 수, 죽어줄 수도 있는 것들뿐. 아무도 슬픔 따위로 발목을 접질리지 않는다. 여기 계절이란 사랑하거나 쓸쓸해하는 단 둘뿐, 비가 오거나 햇볕이 쨍쨍함을 탓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알몸이거나 빈 몸일 뿐 아무도 교양과 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