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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1205일, 길바닥 여행 나만의 곡을 쓰기 위해 뮤지션을 꿈 꿔 왔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난 시간 무수히 많은 곡을 연주했는데 왜 난 아무 곡도 쓸 수 없는 거지? 도와줄 거라 믿었던 성실함은 꼬여버린 기타줄이 되어 나를 옭아매고 있었다. 방황으로 인해 대학생활은 의미 없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래 놓자. 기타를 다시 잡기 위해 잠시 손에서 내려놓자는 결론을 내렸다. 잠시 쉬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글 밑에 일렉기타와 스피커를 연결하는 줄에 묶여있는 사람이 그려져있다; 좋아하는 일을 못 한다는 압박감이 심했던 듯하다. 두루 해봤는데 예체능은 성실하다고 다 되는 게 아니더라. 오히려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이 글쓴이가 쓴 글에는 몇몇 문제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빈곤해도 여행은 해라.. 더보기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아직도 매춘 행위가 공공연하게 인정되는 곳이 있다. 이 장사만은 아무리 매춘 금지법을 만들어도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어떤 나라에서는 초등학생 같은 어린애 티도 벗지 않은 매춘부가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그 시에서 가장 높은 호텔의 커피숍에서 요란하게 화장을 하고 얼쩡거리고 있었다. (...) 일본인 남자들은 외국에 가면 당연한 듯 그런 곳에 가서 자기 딸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를 품에 안는다. 비교적 반듯한 생활을 하면서 자기 딸이 고등학생 무렵부터 남자 친구와 성관계를 맺기라도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며 딸을 죽일 것처럼 야단치는 사람도 다른 여자나 외국의 어린 아가씨, 이름도 모르는 가난하고 무력한 매춘부와는 아무렇지도 않게 성행위를 즐긴다. 한나...ㅁ도 그런 것 같은데... 더보기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연극은 심심했다. 그렇지? 그래서 나는 좀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는데, 그래도 새로운 장르를 보았다며, 재미있었다고 말해줘서 다행이었어. 극장에서 나와 무엇을 먹을까 밥집을 찾아 나서며 우리는 그래도 신선한 기분이 되었던 것 같아. 낯선 동네의 낯선 공기가 주는 힘은 그런 거지. 그리고 들어간 식당에서 철판볶음에 소주와 맥주를 시켜놓고 이야길 나누었지. (...) 너는 많이 힘들다고 했어. 우울함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지. (...) 나는 너에게 왜 우울하냐는 바보 같은 질문은 하지 않았어. 우리는 모두 우울할 수백 가지의 이유를 안고 살고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날씨가 궂어서 우울하거나 사랑이 없어서 우울한 우울은 참 명쾌하고 순진해서 귀엽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네 우울의 이유가 무엇.. 더보기
푸른 편지 남도 식당 중에서 선창가 허름한 남도 식당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나직나직 깔린다. 세 마리 학이 살았다는 삼학도가 빗줄기 센 창으로 걷어 달린 닻처럼 떠 있고 없어진 학의 몸체를 만드느라 굴착기가 거기서 장난감처럼 움직인다. (...) 몸뻬 입은 여주인의 굵직한 쉰 목소리가 느닷없다. '푹 삭힌 홍어 맛은 목포가 제일이어라우, 흑산도 홍어는 우리도 구경조차 할 수 없당께.' 그래도 묵은지 돼지고기와 함께 나온 홍어 날개살은 오지항아리에 짚 깔아 덮고 오래오래 삭혔단다. 매화꽃 빛 속살까지 다 썩혀 싸한 그 냄새 어린 날 코를 감싸 쥐고 도망치던 토종은 없단다. 왠지 오늘 먹은 이국산 홍어 삼합이 삼학으로 잘못 발음된다. 토종 홍어 맛 나는 남도는 내 고향 그리하여 푹 삭힌 시 한편 쓰고 싶다. 입안이 .. 더보기
단단함에 대하여 내가 모르는 나라ㅡL에게 중에서 여기 바람만 부는 나라가 있다. 아니, 깃발만 펄럭이는 나라가 있다. 아니, 길들이 출렁이는 나라가 있다. (...) 여기 말들은 사랑, 혁명, 관용, 자유와 평등 같은 피를 머금은 풀꽃의 꽃말들뿐이다. 여기 사람들의 아침인사는 어색하게 손을 들거나 마주잡지 않는다. 가볍게 뺨을 어루만지고, 눈동자 깊숙이 영혼의 이면까지 읽지 못하면 이웃이 될 수 없다. (...) 여기 삶이란 껴안고, 어루만지고, 뒹굴고, 슬며시 서로의 목을 조르고, 기쁘게 죽여줄 수, 죽어줄 수도 있는 것들뿐. 아무도 슬픔 따위로 발목을 접질리지 않는다. 여기 계절이란 사랑하거나 쓸쓸해하는 단 둘뿐, 비가 오거나 햇볕이 쨍쨍함을 탓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알몸이거나 빈 몸일 뿐 아무도 교양과 위.. 더보기
메롱메롱 은주 그림자들의 야유회 중에서 누가 불러 잠시 다녀온 것도 모두가 야유회를 간다고 하니 누군가 한 명은 당번으로 남아야 하니까 공으로 남 때리는 피구도 싫고 헛발질 잘하는 족구도 못해서 내가 남겠다고 했을 뿐인데 남아서 텅 빈 사무실의 텅 빈 의자에 한 번씩 앉아가면서 그들과 수건돌리기를 하며 놀았을 뿐인데 사람들은 혼자 데이트를 즐겼다 수군거리고 끼리끼리 모여 앉아 비닐을 둘러쓰고 말풍선을 부풀리고 고기를 뒤집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손뼉을 치는 사이 내가 그들 뒤에 석유 냄새나는 기념수건을 번갈아 놓아가며 차례차례 술래로 만들었다는 걸 모르고 손을 뻗어 뒤를 더듬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서 빙빙 돌다가 지쳐 쓰러졌다는 걸 모르고 사람들은 꾀병을 부린다 야유를 하고 야유회를 즐기고 사람들하고 같이 산.. 더보기
뱀 잡는 여자 아득한 횃대 중에서 ㅡ한국에서 온 지 3개월이 되었어요 세 살짜리 딸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데 동화를 보내줄 수 있느냐고 e메일 속에서 울먹울먹 더듬거리던 주소로 동화책을 보내주고 꽃씨를 받았었지 그리고 낯설어서 심히 미안했던 토양에 꽃씨를 찔러 넣고 도라지꽃 새파랗게 질린 빛깔로 어리둥절 피어났을 때였을까? ㅡ어젯밤엔 아픈 딸아이를 끌어안고 밤을 꼬박 새웠어요 내 눈에도 도라지꽃 울컥울컥 피어나게 만들었던 그가 동화 읽어주는 아빠라는 사실을 안 것은 그 뒤로도 한참이나 지나서였네 꽃씨 탓이겠지 꽃씨 나눠주는 마음이라면, 아빠보다는 엄마일 거라고 믿어버린 지친 새처럼 간간이 그의 메일이 날아왔네 스시 바와 청소부, 목수 일을 하다가 스시 바로 되돌아갔다가 또다시 청소부로 전전긍긍했던 그의 이력만큼이나 힘들.. 더보기
시 창작 스터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서 10 중에서 이제 진짜로 끝내, 너무 지겨워. 할 수 있는 말을 다 내뱉고 문을 있는 힘껏 닫는다 당신에 대한 나의 실망과 분노를 들려주려는 듯이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가다 다시 눈앞에 펼쳐지는 실내에서 나의 실망과 분노를 받아낸 당신이 손에 얼굴을 묻을 때 나는 내가 단 한 번도 끝내자는 말을 한 적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테니스공이 라켓에 부딪치는 소리가 울린다 테니스공은 선을 넘으며 부단히 움직인다 두 명의 선수가 공에 매달린 인형처럼 뛰어다닌다 나는 두 명의 선수가 아주 예쁘고 하얀 인형 같다고 생각한다 옛날이었음 이 시 읽고 울었을텐데 지금은 만년솔로된지 오랜지라 ㅋ 시인이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 문제의 '당신'은 멋대로 내가 그 관계를 끝내버렸.. 더보기
신작로를 가로지르고 선 아버지 신작로를 가로지르고 선 아버지 중에서 6,70년대 반공 방첩으로 사방이 빨갱이라고 간첩신고 하라고 빨강 페인트로 멋지게 갈겨 쓴 현수막, (...) 이마가 벗겨진 대통령이 지나가고 숨 거둔 아버지의 양팔이 찢어졌다 군데군데 예수처럼 세워 둔 아버지의 분신 묶인 손발로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목마른 포스터, 안녕하세요 세상은 그대로이고 신작로를 가로지르던 아버지는 어디에도 없다 어쩐지 자꾸 신작로를 '십자가'로 읽게 되는 시이다. 부모님에 관한 시라고 할 만큼 시집 안의 시의 주인공이 전부 부모님이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온 역사부터 일상 생활까지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훌륭한 시집이다. 테마가 있지만, 의식하고 쓴 게 티가 나지 않는 게 좋다. 테마라고는 했지만 시인으로서 화자의 일상 이야기라던가 인생에.. 더보기
생각하는 구두코 하얀 손수건 중에서 황지영 하얀 손수건 속, 푸른 바다 넘실거린다. 열아홉 꽃다운 나이, 홀로 먼 바닷가로 시집 온 그녀 얼굴도 익히기 전 신랑은 저 멀리 태평양전쟁에 끌려가고 혼자 기나긴 밤을 재봉틀에 박았다 피멍을 가슴에 박고 온 남편, 밤낮을 이어 눈을 붙이지 못하고 휴일 어느 날 비행기소리에 혼비백산 황급히 동굴로 걸어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 고향산천 돌아가 어미도 아비도 볼 수 없어 목으로 내려오던 식도조차 꽉 막혀 창자를 끊어내었다. 비오는 날이면 비감지기 어미생각 뼈를 고우고, 눈 오는 날이면 눈썰매를 함께 타기를 기다리는 동생 생각 강바닥에 돌을 달아 마음을 저렸다. 그녀의 치마에는 눈물 젖은 두만강 푸른 물이 출렁되고, 금강산이 아프게 수놓아져 있다. 딱히 눈썰매가 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