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수건이 열리는 물오리나무 중에서
남자들은 등치기로 나무를 넘겨뜨릴 듯,
아파트 부녀회원은 복면 쓰고 종주먹을 치켜드는데
개를 사랑한다면 개 눈치의 1푼어치만 사람을 챙기라는 것;
산수가 우째 풍경이 아니라 풍속이다
이게 그렇게 웃기더라 ㅋㅋㅋ
(뭔가 스포라서 생략한 것 같지만?) 아무튼 저자는 젊었을 때 세상을 변화시키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 못했다. 청년 시절이었던 때를 저주하며 아예 처음부터 늙은이로 태어나면 좋았을걸 바랬다. 술을 마시면서 신과 기만자들을 저주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이 종교를 믿고 있다는 게 떠올라, 열불내지 말고 평온하게 살길 바란다(여전히 자신을 화나게 한 사람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다 열불내고 있는 지구온난화 현상에 걸린 지구를 회상한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끙끙대다 저자는 세상은 커녕 자신 하나를 변화시키기도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처럼 시집을 끊지 않고 쭉 읽다보면 시인이 자꾸 사색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인다.
울지도 못했다면서 정작 몇몇 시에서는 술 마시고 울기도 한다. 제정신이 아닐 때는 우는 것을 카운트 안 하는 건지 ㅎㅎ 괜히 꿀꿀한 기분이 들 때 읽기 좋은 시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P.S 이제 여러번 이야기하게 되서 슬슬 이골이 나기 시작하는데, 정말 문단계는 그 처녀 소리 좀 그만 했음 좋겠다. 안 하면 입에 가시가 돋나 싶다. 언제적 처녀냐. 자녀에게 연애하면 안 되는 직업을 설정한 것도 좀... 복서는 잘 모르겠지만 연극쟁이와 시인이 밥벌이를 못한다는 건 대체 언제적 상황인 건지. 설령 실제로 대부분 밥벌이를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게 편견을 심어놓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랜섬웨어 바이러스 중에서
아무에게도 이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믿음을 쓸어버리기로 한다
천한 사람은 없어도 천한 영혼은 있으며,
개의 새끼가 될지언정 개만도 못한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악인도 잠을 자는데
잠 속에서도 없는 죄의 용서를 빌어야 하는, 이것이
지옥이다
아기 난민은 문 닫힌 세계로 가다 해변에 코 박고
반지하 창문을 두드리던 청년은 굶어 죽으며
세월은 가라앉는다
뭘 잘못 건드린 것인지
어떤 버튼을 누른 것인지
그냥 이 생은 랜섬웨어와 복호화 툴같은 싸움의 연속인 것 같다. 박근혜는 내가 뽑으려 하지도 않았는데 뽑힌 재앙이라.
관능
오아시스 해바라기는
반지름 천 리에 물 뿌리는 스프링클러,
내가 안 믿는 신의 한 수다
바람과 파도로 다이어트해서
칼날 두께의 몸을 지닌 동해 촛대바위 속
내가 안 믿는 신이 거기 풀 한 포기로 뿌리 내렸다
둘 넷 여섯 여덟 수많은 다리, 어떤 놈은 몸으로 기어간 듯
새벽 사막은 내가 안 믿는 신이 밤새 제 갈 길 간 흔적
지들끼리 아는 사막의 경락, 몸의 통신망 같다
삶의 미동
은하수 반짝이 옷 입고, 탬버린 쳐서 별을 흩뿌리는 하느님,
관능이 여왕 중 황제
관능이라기엔 좀 뭐하지만 탬버린 치는 장면 하면 이거라서...
시집 후반에 가서는 사랑과 관련된 시가 많이 등장한다. 감수성이 있긴 하지만, 어법이 굉장히 남성들이 할 법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ㅎ 흥미롭게 읽었다. 트롯트 가사로 쓰면 딱 어울릴듯. 솔직히 아재맛 나서 난 개인적으로 별로였는데 페친들에겐 이쪽 시들이 상당히 인기가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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