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

신작로를 가로지르고 선 아버지 신작로를 가로지르고 선 아버지 중에서 6,70년대 반공 방첩으로 사방이 빨갱이라고 간첩신고 하라고 빨강 페인트로 멋지게 갈겨 쓴 현수막, (...) 이마가 벗겨진 대통령이 지나가고 숨 거둔 아버지의 양팔이 찢어졌다 군데군데 예수처럼 세워 둔 아버지의 분신 묶인 손발로 세상을 향해 부르짖는 목마른 포스터, 안녕하세요 세상은 그대로이고 신작로를 가로지르던 아버지는 어디에도 없다 어쩐지 자꾸 신작로를 '십자가'로 읽게 되는 시이다. 부모님에 관한 시라고 할 만큼 시집 안의 시의 주인공이 전부 부모님이다. 그러나 그들이 살아온 역사부터 일상 생활까지 전반적으로 훑어볼 수 있는 훌륭한 시집이다. 테마가 있지만, 의식하고 쓴 게 티가 나지 않는 게 좋다. 테마라고는 했지만 시인으로서 화자의 일상 이야기라던가 인생에.. 더보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있는 남이 장군의 묘. 역모죄로 능지처참된 후 7일간 효수되어 있었던 까닭에 제대로 장사 지낼 수는 없었으리라. 남이가 실제 이곳에 묻혔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이곳에 남이 장군의 묘로 조성해놓았다. 춘천 남이섬에도 남이가 묻혀 있다는 전설을 가진 돌무더기가 있었다. 페이트로 비유하자면 남이는 라이더가 아니었을까. 백성들은 좀더 날뛰고(?) 장군다운 남이를 좋아했을 듯하다. 구성군 이준이란 사람은 신중한 성격이라고 하지만 왠지 아버지에게 눌려 살았던 것 때문에 조심하는 게 과하다고 할까. 정치가 기질은 있어도 장군다운 기색은 없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남이의 일이 구공신의 함정이라지만 현재 학계에서는 왕이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했거나 적어도 구공신과 왕의 합작품일 거란 의견이 주도적이.. 더보기
생각하는 구두코 하얀 손수건 중에서 황지영 하얀 손수건 속, 푸른 바다 넘실거린다. 열아홉 꽃다운 나이, 홀로 먼 바닷가로 시집 온 그녀 얼굴도 익히기 전 신랑은 저 멀리 태평양전쟁에 끌려가고 혼자 기나긴 밤을 재봉틀에 박았다 피멍을 가슴에 박고 온 남편, 밤낮을 이어 눈을 붙이지 못하고 휴일 어느 날 비행기소리에 혼비백산 황급히 동굴로 걸어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 고향산천 돌아가 어미도 아비도 볼 수 없어 목으로 내려오던 식도조차 꽉 막혀 창자를 끊어내었다. 비오는 날이면 비감지기 어미생각 뼈를 고우고, 눈 오는 날이면 눈썰매를 함께 타기를 기다리는 동생 생각 강바닥에 돌을 달아 마음을 저렸다. 그녀의 치마에는 눈물 젖은 두만강 푸른 물이 출렁되고, 금강산이 아프게 수놓아져 있다. 딱히 눈썰매가 나.. 더보기
톤즈를 웃게 한 사람 나환자 마을은 돈 보스코 미션에서 자동차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다. 톤즈에는 유난히 나환자가 많다. 그래서 그 지역에 신부님이 따로 마을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방문해서 치료도 해주고 옷도 나누어 준다. 그 마을에는 신부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 나는 신부님이 진료하는 동안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다 커다란 개미집을 발견했다. 무척 신기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노랫소리가 들렸다. 저쪽에서 마을 사람들이 신부님이 나누어 준 옷을 입고 즐겁게 노래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개미집 찍느라고 옷 나누어 주는 장면을 못 찍었다고 하니 신부님이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비록 이태석 신부님이 돌아가신지 10년 지나서야 이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더보기
방귀차가 달려간다 낙엽의 탄생 가을에는 모두가 다이빙 선수 바람이 떠밀어서 풍덩 너무 빨개져서 풍덩 어제 마주보던 친구 따라 날이 새도록 풍덩 밤새 폭폭 쌓이고 데굴데굴 굴러서 바스락바스락 수다를 떤다 가을에는 오래 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거라고 다시금 새로이 태어나려고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지는 거라고 우리 모두 낙엽처럼 새로운 꿈을 꿔 보자 책을 읽다보면 그림이 참 예쁘다고 생각하다가 '아니, 정말 아이들답게 그렸는데?'하며 놀랄 것이다. 그림 밑을 자세히 보면 조그맣게 그림을 그린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런데 정말 하나하나 다 개성이 있어 깜짝 놀라게 된다. 저자가 선생님인지.. 대부분은 초등학교 아이들의 그림이지만 간혹 중학교라던가 다양한 학교 출신의 아이들 그림이 올려져 있다. 선생님이 되면 이렇게 일러스.. 더보기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 출발 당일 새벽 6시쯤 휴대전화에 다급한 문자와 음성 메시지가 왔다. 출발을 보름 넘게 연기하라는 것이다. 톤즈로 가는 길목에 있는 쉬벳이라는 마을에서 정부군과 주민들이 마을 성당을 놓고 양쪽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데, 신부가 성당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가장 하이라이트?인 장면이었다고 하더라. 가난도 문제지만 전쟁이 일어나는 위험한 곳에서라면 더더욱 자원봉사자를 모으기 힘들었으리라 생각된다. 울지마 톤즈 영화를 촬영했던 PD가 그 영화의 주인공인 이태석 신부가 사망한 이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에 관해 쓴 책이다. 나는 영화 안 보고 읽었다. 영화 본 아버지와 말을 맞춰 봤는데, 딱히 새로운 정보가 드물어서 정말 영화에 관심이 있던 사람 아니면 딱히 따로 볼 필요.. 더보기
35년 4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은 자신의 혁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서 봉기를 주도했다. (...) 한바탕 동만주 일대가 휘몰아쳤지만 봉기는 이내 진압되었다. 많은 활동가들이 검거되었고, 사후에도 일본 경찰은 물론 중국 관헌들까지 나서서 공산주의자 색출에 현안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의 중공당 입당이 이루어졌고, 중공당은 조선인 마을을 중심으로 각지에 하부조직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제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은 중국혁명과 조선혁명이라는 양대 과제를 안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쉬웠을까? 당시 한 개 혹은 몇 개 성에서 우선 폭동으로 승리하자는 게 테마였다는데, 어느 독립운동가가 지적했듯이 그렇게 마을 몇 개 부순다고 해도 금방 진압될 게 뻔한데도 우리나라 공산주의자들이 선두에 서고.... 더보기
하느님 천당갈 수 있나요 어머니의 사랑 중에서 트루부 슬픈 모습이여 가슴이 찢기어진 저 늙은 어머니 한 쪽은 큰 놈 하이에게 한 쪽은 작은 놈 바에게 그는 두 녀석 중 누가 공산주의자인지 모른다. 그는 두 녀석 중 누가 반공주의자인지 모른다. 사랑하기에 흐르는 눈물이 앞을 가리워 붉은 것과 푸른 것을 분간 못하게 하니 그가 알고 있는 것은 다만 저녁이 되면 슬프다는 것 아주 아주 슬프기만 하다는 것 그리고 큰놈의 피도 작은놈의 피도 한 가지로 붉다는 것 뿐이다. 원랜 배광하 신부님이 직접 시를 쓰신 걸 올리고 싶었으나.. 시를 읽고 눈물흘린 게 너무 간만이라서 어쩔 수 없이 올려본다. 그동안 배광하 신부님이 쓴 어떤 책보다도 더욱 문법이 정리되어있고 내용도 알찬 책이라고 본다. 직접 지으신 시가 실려있지 않나 설교하신 내용이 포.. 더보기
굿모닝팝스 vol. 350 독일의 영화감독 크리스티안 디터가 연출을 맡고, 릴리 콜린스, 샘 클라플린이 주연을 맡아 탄생하게 듼 영화 러브, 로지는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아일랜드와 토론토를 배경으로 해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여기에 엘튼 존, 릴리 알렌, 비욘세, 엘리엇 스미스, 케이트 네시 등 최고의 뮤지션들의 명곡이 담긴 OST까지 더해졌다. 이처럼 러브, 로지는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정, 가족 간의 사랑 등 전 세계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과정을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렇게 친구 이상 연인 미만에서 고민하는 로맨스물 꽤 좋아하는 편이다. 혹시 소설로 번역된 건 없는지.. 영화화된 소설을 그 영화의 OST를 들으면서 읽어나가는 것도 좋아하는 편인데 ㅎ 그나저나 소설가가 20대에 쓴 소.. 더보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단종이 처음 유배된 곳은 유명한 청령포. 우물을 파는 등 수선을 떨었지만 그곳에 머문 날은 얼마 되지 않았다. 여름이어서 홍수의 위험이 있다며 영월 객사로 옮겨 살게 한 데다 그 해에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영월 객사 시절에 지은 시다. 원통한 새 한 마리 궁에서 쫓겨나와 고독한 몸 외 그림자 푸른 산 헤매네. 밤마다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고 해마다 한을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구나. 울음소리 끊어진 새벽 산엔 으스름달 비추고 피눈물 흘리는 봄 골짜기엔 떨어진 꽃이 붉어라. 하늘은 귀먹어서 그 하소연 못 듣건마는 어찌하여 서러운 내 귀만 홀로 잘 듣는가. 시도 굉장히 잘 짓는 분이셨군요.. 다시 봐도 아까움. 능력이 없으면 뭐 안타까운 정도로 끝나지만 ㅠ 수양대군 엄청 나대는 걸로 나오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