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istory&Society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5

단종이 처음 유배된 곳은 유명한 청령포. 우물을 파는 등 수선을 떨었지만 그곳에 머문 날은 얼마 되지 않았다. 여름이어서 홍수의 위험이 있다며 영월 객사로 옮겨 살게 한 데다 그 해에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영월 객사 시절에 지은 시다.

 

원통한 새 한 마리 궁에서 쫓겨나와

고독한 몸 외 그림자 푸른 산 헤매네.

밤마다 잠을 청해도 잠은 오지 않고

해마다 한을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구나.

울음소리 끊어진 새벽 산엔 으스름달 비추고

피눈물 흘리는 봄 골짜기엔 떨어진 꽃이 붉어라.

하늘은 귀먹어서 그 하소연 못 듣건마는

어찌하여 서러운 내 귀만 홀로 잘 듣는가.

 

 

시도 굉장히 잘 짓는 분이셨군요.. 다시 봐도 아까움. 능력이 없으면 뭐 안타까운 정도로 끝나지만 ㅠ

 

수양대군 엄청 나대는 걸로 나오는 게 거의 함정급. 근데 실제론 저것도 다 문종 하위호환이었는데? 야사를 밀고 나가는 건 재미로 치겠으나.. 그런 면에선 허점이 좀 보인다. 나야 뭐 KBS 역사를 찾아서나 역사저널 그날같은 걸로 대강 보강하고 있지만 박시백만 보면 진짜 잘난 줄 알겠네 ㅋ 왜 유독 박시백은 세조에 대해선 후한지 생각해봤다. 앞부분은 전두환 비유하며 쿠데타임을 밝히고 작가의 말에서도 권력의 화신이라 까는데 정작 그 부분 빼면 영웅담이라 괴리가 유독 온달지. 결국 이분도 한국 남자라서 권력에 대한 향수같은 게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 과거가 좋았다~ 그런데 본지 얼마 안 되었어도 개인적으로는 역사만화중 가장 객관적이라 보는데 유독 공감이 안 된다. 선호하는 분인가?

 

내용은 사관이 기록한 사건 기사와 수양대군 측의 일방적 증언, 주장이 섞여 있는데, 그런 까닭에 수양대군이 사저에서 측근들과 나눈 얘기들도 상세히 실려 있다.

단종실록의 기본 서술 방향 및 강조점은 다음과 같다.

ㅡ, 어리고 불안한 임금

ㅡ, 김종서 등 대신들의 전횡

ㅡ, 안평대군의 왕위 찬탈 음모와 대신들의 결탁

ㅡ, 수양대군의 영웅적인 면모와 우국충정

마치 1980년 5.18 직후의 신문들을 보는 느낌이다.

 

 

여담인데 일본은 결국 한드에 빠진 나머지 제5공화국까지 봐 버리고, 너무 감명깊은 나머지 동인지까지 만들었다더라. 그래서 이미 밀리터리 덕후들은 대부분 제5공화국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세종의 둘째 아들 수양대군! 유교 경전과 역사서는 물론, 역법 병서에도 두루 통달했고 풍수 또한 전문가 수준이었다. 음악 이론과 악기 연주에도 능했다. 실로 당대의 어떤 문사에게도 뒤지지 않을 학문적 소양과 교양을 갖추었다고 하겠다.

 

 

어머니가 둘째로 태어나셨는데, 그동안 겪은 서러움을 자주 나에게 털어놓으셨다. 그러나 내가 그 얘기를 들으면서 느꼈던 건 둘째들이 대체로 독하다는 점이었다; 동생을 돌봐야 하는데 첫째와 어머니에게 갈굼당한다나.

 

이즈음 세조는 술자리에서 '논쟁 공연'을 즐겼다. 단골 배우는 최호원과 안효례로, 타고난 입심들이다. 그들에게 주제를 주어 논쟁을 시키는데, 이론적인 논쟁이 아니라 누구의 입심이 더 센지를 겨루는 말하자면 입씨름 공연이라고나 할까?

 

 

쎈 술을 주고 취하는가 안 취하는가를 보는 것도 영 맘에 안 드는데 저건 아예 비호감; 마시다가 체하겠네. 밥상에선 밥 얘기만 합시다.

'History&Societ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6  (0) 2020.12.15
35년 4  (0) 2020.12.01
35년 3  (0) 2020.10.31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4  (0) 2020.10.15
35년 2  (0) 2020.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