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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톤즈를 웃게 한 사람

나환자 마을은 돈 보스코 미션에서 자동차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다. 톤즈에는 유난히 나환자가 많다. 그래서 그 지역에 신부님이 따로 마을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방문해서 치료도 해주고 옷도 나누어 준다. 그 마을에는 신부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 나는 신부님이 진료하는 동안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다 커다란 개미집을 발견했다. 무척 신기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노랫소리가 들렸다. 저쪽에서 마을 사람들이 신부님이 나누어 준 옷을 입고 즐겁게 노래하고 있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개미집 찍느라고 옷 나누어 주는 장면을 못 찍었다고 하니 신부님이 안쓰러운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비록 이태석 신부님이 돌아가신지 10년 지나서야 이 책을 출간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훌륭한 사람일수록 그가 죽었을 때 그 죽음이 머릿속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더라. 이렇게 10년이 될 정도로 길게 휴우증을 앓은 건 아니지만 나도 몇 년 정도 그랬던 적이 있다. 마치 죽음이 아직 무언지 몰라 장례식장에서 희희낙락하는 초등학생처럼 된다고 할까.

세상엔 온갖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온통 집중하는 신부님이기에 그 사람들이 존경을 보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뭐 대성공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최소한 남에게 존재감을 보이고 싶다면 이 책에 그 비법이 있다. 답은 간단하지만. 남을 도우면 된다.

이처럼 이 책은 얇아 아이들이 보기 좋고 글씨가 커 눈이 가물가물한 어르신분들도 읽기 편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결코 내용이 가벼운 건 아니다. 이런 에피소드 말고도 두 개의 다르면서 같은 듯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하나는 남편에게 얻어맞은 아내 이야기, 다른 하나는 아이를 임신했지만 말라리아에 걸려 애를 잃기 직전인 어머니 이야기이다. 둘 다 흑인 여성이 얼마나 고통받는지를 상징한다.

 

졸업식이 시작되기 전, 학교 강당 옆에 있는 '이태석 신부님 기념관'을 찾아가 토마스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데 어느 신문사 기자가 토마스에게 학사모를 벗어서 이태석 신부님 동상에 씌워드리는 포즈를 취해달라고 부탁했다.

기자가 떠나고 토마스에게 물어보았다.

"토마스, 방금 한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토마스는 빙긋이 웃으며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 부모님께 학사모를 씌워드리고 절을 올리기도 해. 그동안 자식을 위해 희생해 주신 데 대한 감사와 앞으로 정성을 다해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각오를 그렇게 표현하는 거야!"

 

 

원래 어머니가 받은 책 선물이지만, 솔직히 이 책은 울지마 톤즈 영화나 나처럼 울지마 톤즈 그후 선물을 본 사람이 아니면 맥락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또 집에서 별별 책을 다 읽는다는 내가 이걸 잡게 되었는데..

솔직히 한국 미화시키시는(?) 측면이 좀 강한 듯 ㅋ 지금은 개나소나 대학가니 그런 퍼포먼스도 잘 없지 않나. 대학교 가기 엄청 어려워지면 유행할지도 모르겠으나.

근데 생각해보니 또 고졸 부모들 대리만족하는 꼴 보기가 싫다. 역시 이런 불필요한 옛날 관습은 없어지는 게...

 

나는 이날부터 바로 영어 수업을 시작했다.

한 아이의 이름은 토마스 타반 아콧이고, 매우 착하다.

또 한 아이의 이름은 존 마엔 루벤인데, 이곳에서는 '바보야'로 불린다. 아기 공룡 둘리에 나오는 마이콜과 닮았다. 바보야는 음악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고 똑똑하다.

 

 

스포지만 나중에 저 바보야라는 사람 한국에 와서 출세합니다 ㄷ 이름가지고 더 이상 놀릴 수 없다고 할까.

그나저나 애기 공룡 둘리에서 마이콜 찾아보려 했는데 잘 없네요. 피부 검다고 그러나? 인종 다르지 않은데 한국인인데 그분;

 

바보야는 이어서 말했다.

"야곱, 모세, 아브라함.... 우우 테러블 테러블!"

피터 신부님은 사람들에게 야곱, 모세, 아브라함 등의 교육 영화를 보여주는데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이태석 신부님은 킹콩이 나오거나, 성룡이나 이소룡이 영웅처럼 등장하는 영화, 그리고 'NBA 농구'같은 영화를 보여준다. 그래서 신부님이 영화를 보여주는 날에는 동네 사람들이 약 천 명 정도 몰려든다.

 

 

테러블까지야 ㅋㅋ 물론 자식새끼를 하느님께 제물로 바치겠다는 장면 보고 있음 테러블하긴 하지. 그나저나 운동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 동네는 오라토리오 시간에 수녀님이 축구를 하신다더라 ㄷ 튼튼하시겠구만요.

 

어느 날 신부님은 이런 부탁을 받았다.

'2월 19일에 로마에서 쎄삐르 추기경님이 룸벡 교구를 방문하실 계획인데, 그때 브라스밴드를 파견해 줄 수 있는지?'

(...) 말하자면 어떤 아이는 돈 보스코 미션에서 10시 방향으로 90킬로미터쯤 떨어진 와우에, 어떤 아이는 4시 방향으로 12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룸벡에 사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강원도에서 경상도까지 이르는 전 지역에 아이들이 흩어져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전화도 없고 자동차로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유일하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이 직접 가서 전달하는 것이다.

(...) 밤에는 숙소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악보를 그린다. 미간을 잔뜩 모으며 악보를 그리고, 열댓 장씩 프린트해 놓는다.

 

 

추기경 분명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분위기 좀 띄우라고 주문한 걸텐데 이태석 신부님은 톤즈의 상황을 알리고 홍보하려고 승낙하신 듯 ㅠㅠ 뭔가 레벨이 사회복지사의 고난 수준인 듯; 이 분 사망원인 중 과로사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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