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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당신의 이름은 사랑

여러분은 집에 특별한 손님이 온다면 기뻐하면서 그분들이 즐거워하도록 준비를 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안을 깨끗하게 치우는 청소가 될 것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고, 그들이 왔을 때 좀 더 흥겨운 분위기를 내려고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출 것입니다.

(...) 우리는 일생일대 최고의 손님인 구세주 예수님을 기다리는 데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 그런데 집안만 깨끗하게 치운다고 될까요? 겉은 물론 보이지 않는 속은 더 깨끗하게 청소해야 합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글이네요. 뭐 이 강론을 하신 날짜도 마침 12월 초반이라 ㅎ

 

도서관에서 빌려오고 나중에 읽으려고 했는데, 책이 굉장히 뜯어지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벌써 초반 페이지 하나가 뜯어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아니 왜 이렇게 책을 만들었으며 어째서 책이 파손 직전 상태인데도 도서관은 대책이 없는 건지 ㅠ 그래서 책을 얼른 읽고 반납하기로 결심했다. 만사 제치고 이 책을 먼저 읽으려 한다.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가 펼친 강론을 엮은 책이다. 보통 읽고 있는 책 구절에서 사랑이란 단어가 나오면 밑줄을 치는 편인데, 이 책에선 밑줄칠 곳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가슴 속에 사랑이 넘쳐나는 신부님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코로나가 이 지경이니 생각나는 게 죽는 게 무섭다고 했던 전남친이다. 왜 죽는 게 무섭냐고 물으니 자신의 이름이 이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죽는 게 무섭다고 한다. 그래서 죽으면 장기기증할 거라고.

마음은 가상하지만, 생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게 더 존재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게 내 생각이다.

김기덕같은 사람은 차라리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게 좋았다. 영화를 잘 만들어 이미 이름이 전 세계에 널리 퍼졌던 그는 동시에 자신의 추악한 마음마저 폭로되었고, 결국 죽어서도 욕을 먹었다.

그러나 이태석 신부같은 사람은 어떠한가? 그는 톤즈에 가서 열심히 일하고 사람들을 치료하다가 결국 40대 후반에 암으로 죽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를 알아보고 어떤 PD가 영화를 만들어 세상 사람들이 그를 알았다. 톤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한다. 이쯤 되면 죽어서도 이름을 떨치니 일찍 죽었더라도 저 세상에서도 흡족할 만한 죽음이 아닐까?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치는 희생은 죽음을 두렵지 않게 한다. 그런 인간은 세상에서 해야 할 일을 다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언제 죽을지 모른다. 당장 죽더라도 할 일을 다 했으니 미련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단 당장 행동할 대상이 있다면 아무래도 나랑 가장 가깝다고 할 부모가 될 것이다. 그러고보니 페북상에서 자기 부모 까는 인간들이 대체로 싸가지가 없더라. 맞장구만 치려고하면 버럭거리는데, 아니 그럴거면 왜 하필 사람들 제일 많은 SNS에서 부모를 까는데 ㅋㅋ 아무튼 저런 꼴을 보면 나도 자제해야겠음;

 

이 책에서는 아버지에게 돌아온 탕자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베푼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이태석 신부님의 태도는 좀 다르다. 환자에게 약을 그냥 주면 내다 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액을 주고 구입하게 한다거나, 옷이 없는 사람에게만 옷을 나눠주는 게 그 예시이다. 돌아온 탕자 이야기는 이상으로 참조만 했음 좋겠다. 신부님이 톤즈에 올 때 바로 톤즈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을까? 난 그렇진 않다고 본다. 그리고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항상 조건이 있어야 한다. 예수님도 하느님을 경배하는 사람만 자신의 부모이며 형제라고 하셨다.

 

봉구는 알코올중독인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아홉 살에 아는 수녀님을 통해 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지독하게 말 안 듣는 아이였지요. (...) 사실 그 애는 제 인내심을 단련시켜 주었고, 무엇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보여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나갔습니다. 그때 수도원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2천 원의 용돈을 학생들에게 주었습니다. 학생들은 그 용돈을 타고 싶어 토요일을 기다리고, 오락실에 가고 군것질을 하면서 그 돈을 몽땅 써 버렸습니다.

(...) 욕하는 것과 자신밖에 모르던 봉구가 어느 토요일 오후 외출하면서 받은 용돈 중에 천 원을 주고 준비한 선물을 그날 생일을 맞이한 친구에게 건네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이라 애가 저렇게 비뚤어진 건 이해하지만 신부님의 참을성이 놀라울 정도이다. 책을 읽어보면 볼수록 지구력이 세고 뚝심이 있던 듯하다. 하긴 그러니 톤즈같은 곳에서 버티며 살았지.

 

한국에는 정치 이념이 달라 남과 북이 갈라져 있는데 비해 여기 수단이 남과 북으로 대치된 것은 종교가 달라서입니다.

 

 

현재는 수단이 통일되었다. 상대적으로 더 가난했던 남수단 주민들 대부분은 통일을 이루어낸 공을 이태석 신부님에게 돌리고 있다고 한다. 사람 한두명으로 인해 나라가 둘로 쪼개지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오늘 복음은 매우 드라마틱합니다. 대체로 예수님은 장애인이나 아픈 사람을 치료하셨지, 죽은 사람을 일으키신 사건은 거의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죽은 라자로를 살려 내셨습니다. 마리아와 마르타 오빠 라자로를 다시 일으켜 세우신 것은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사건을 통해 새 삶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주기를 원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세상엔 죽은 것 같은 사람들이 많다. 마음이 죽으면 슬퍼도, 다른 사람이 고통받는 장면을 보아도 눈물이 흐르질 않는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텐데요, 시간 있는 분들은 미사 후에 우리 수도원 신부님들과 함께 농구 한 게임하셔도 됩니다.

 

 

내막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본인 블로그에 적혀 있는 다른 톤즈에 관한 책 리뷰 참조. 톤즈의 미션 스쿨에는 오라토리아 시간이 있는데, 청소년들이 모여 연극을 하거나 운동을 하며 논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첫째 그룹은 돈과 권력, 재물을 얻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람들입니다.

둘째 그룹은 욕망이 빚어 낸 것들을 버리기 위해 힘을 쏟는 사람들입니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작품에는 주인공 '프로도'가 등장합니다.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져 아주 유명해진 작품인데 여기에서 반지는 돈, 권력, 재물을 상징합니다. (...) 그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을 끊어 버리기 위해 온갖 위험을 감수하면서 끝내 그 반지를 버린다는 이야기입니다. 프로도는 둘째 그룹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용서 다음으로 또 무지 어려운 걸 요구하시네.. 난 버리긴 할 듯. 돈과 재물은 몰라도 권력을 얻으면 수하도 생길텐데 난 그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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