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8/03

주간경향 1270호 천 년의 세월이 흐를지라도 결코 용서하지도 말고 결단코 잊지도 말자 사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다정히 대해주지는 못해도,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의 말을 들어주어야 하는 마음이 필요하겠다. 사회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진 사람은 그들의 선택으로 생각하자. 그러나 그들이 그런 선택을 취했던 과정은 고려할지라도, 그 결과는 결단코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약한 여성들을 괴롭히면서 진보가들이 받아야 했던 고문과 재판에는 팔짱을 끼고 쳐다봤던 고은 등의 기회주의자들을 꼭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생존을 위해선 여성들을 짓밟을 수밖에 없다'라는 글을 쓰는 여러 남성들도 그 심판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나중에 죽어서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치 않은 지옥을 간다는 이론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제.. 더보기
주간경향 1269호 국가배상법 제2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를 위탁 받은 사인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거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을 때에는 이 법에 따라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법령에 위반하여'라고 함은 엄격하게 형식적 의미의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무원의 작위의무(일정행위를 하여야 할 의무)가 정하여져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는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인권 존중, 권력남용 금지, 신의성실과 같이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준칙이나 규범을 지키지 아니하고 위반한 경우를 포함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결여하고 있는 경우도 포함한다고 보아야 한다. 조민기의 자살은 어떻게든 자신의 .. 더보기
역사저널 그날 3 저는 이두호 화백 그림보다는 고우영 화백 그림이 임꺽정의 실제 모습과 좀 더 가까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14~15세기에 조선에 이민족이 많이 넘어오거든요. 그중에서 시베리아 유목민들이 주로 백정이 되었습니다. 실록에서는 이들을 달단이라고 씁니다. 달단을 영어로 쓰면 타타르가 되는데, 타타르족이 넘어와서 백정이 되었다는 거죠. 실제로 세종 대에 타타르인들을 어떻게 조선 사람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논의가 있었고, 이들을 신백정이라고 해서 양인으로 인정하는 정책을 펼쳤죠. 이 타타르인들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수염도 많습니다. 뭔가 설명만으로도 훌륭한 죽창짤이었던 것이다. 역사저널 그날의 장점이 뭐냐면 꼰대같은 사람들이 비교적 적은지라 조선의 여성들이 받았던 차별에 대해 두루 대화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연산.. 더보기
똥개가 잘 사는 법 잔디밭에 들어가지 마시오 나비와 잠자리는 풀잎 도시락 펼쳐 놓고 도시락 까먹고 맘껏 떠들며 노는데 왜 우리는 잔디밭에 들어가면 안 돼요? 영국에서는 잔디밭에 다들 엎드리거나 누워서 일광욕을 합니다. 영국에 유학한 사람은 당시 그게 익숙하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영국인 친구들한테 우리나라에서는 잔디 관리인한테 혼날 수 있다고 말했더니 다 빵터졌다나 ㅋㅋㅋ 무슨 grass administrator 같은게 다 있냐곸ㅋㅋㅋ 그러면서 걔네들이 엄청 권위적이고 근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Hello! I am a grass administrator! 막 이러고 다 웃었다고... 아니 이거 웃을 상황이 아니잖아 아 쪽팔림 슈팔. 주로 똥개라던가, 주먹이 매운 아이 옆에서 같이 주먹을 행세하는 어린아이라던가, (물가가 올라.. 더보기
주간경향 1268호 홈페이지에 해외 의료기기에 대한 구매 정보를 올렸다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를 당한 한 블로그 운영자는 "호주와 미국에서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해외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조차 법적으로 문제 삼는 건 조금 억울하다"는 뜻을 밝혔다. 1. 이번 호 혐짤도 그렇지만 진짜 기업애들은 왜 갈수록 역겹냐;;; 인O파O에서는 강X도에 위치한 모모랜드에 대해서 쓰는게 금칙어랜다; 수정하긴 했는데, 요새 종교만큼이나 기업의 명예훼손 신고행위가 아주 엄해진 듯 ㅋㅋㅋ 어디서는 무슨 해외 직구한 병원기기 리뷰 쓰는 것도 장사질이라며 신고한다 그러고 아주 살판났다 살판났어 ㅡㅡ 재벌 2세거나 돈 많으면 아주 살기 좋은 우리나라. 2. 난 주간경향이 '국회에서는 여자도 남자 성폭행한다' 같은 기사는 좀 자.. 더보기
콩밭에서 궤적, 이도 저도 아닌 부슬 부슬 가을 해 어스름한 저녁을 짓누르며 비가 온다 산 어둠이 먼저 내린 빈 밭 끄트머리 한 사내가 담배를 피우며 서 있다 희끄므레 한 반딧불이 그는 치열하지 못했다 여름내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개땅빈대나 망초꽃은 어떤 결핍과 과잉 사이에서 방황한 게 아니다 틀렸을 때 그는 더 피 흘리지 못한 것이다 1. 그래. 내 관점에선 도무지 이해가 안 가겠지만 아직도 농사가 6차 산업혁명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 온갖 인적 재해와 자연 재해가 일어나고 세상이 멸망한다고 해도 꼭 정상 등교를 하는지 확인하는 아이들같이, 세상에 대한 불안감과 사명감으로 농사를 시작해보는 사람도 있겠지. 핵발전소 찬성론자들이 '근데 너는 핸드폰 충전 안 하냐? 컴퓨터 사용 안 하냐? .. 더보기
주간경향 1267호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한 폭력적 상황에 직면할 때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못하는데, 특히 전혀 그럴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상대로부터 상상도 하지 않은 폭력, 예를 들어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 보편적으로 예측되는 행동과 달리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실제 대부분의 피해여성들은 성폭력을 당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항 능력이 순간적으로 마비되는 '긴장성 부동화' 상태에 빠진다. 긴장성 부동화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이 긴장, 공포 등으로 몸이 굳어 꼼짝도 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 특히 성폭력을 당한 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타자'가 가해자일 경우, 여성 혹은 청소년 피해자는 긴장성 부동화에 빠지게 되고, 그 상황에 .. 더보기
반투명인간 나는 몇 번 다른 사람에게 내 섹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매번 가로막히고 말았다. 애인과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잤네 잤어, 하며 웃던 친구들은 정작 애인과의 섹스 얘기를 하면 네 잠자리 사정까지는 듣기 좀 그렇다며 막았다. 1. 역시 킨제이 보고서는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해도 여전히 이쪽 업계(?) 내에서는 짱인 듯하다. 배운 적이 없는 관계로 무성애라는 관념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는 것 같지만 아직도 통용되는 걸 보니. 2. 언해피에서 오토코리섹슈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걸 모에화하다니 섬나라는 역시 대단하다.) 혹시 무성애자에 관해 좀 친숙하게 알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이 애니메이션을 참조해도 되겠다. 주인공은 공사판 안내표지를 사랑하며, 이런 자신을 이상하다 여.. 더보기
역사저널 그날 2 그날: 부하 직원에게는 자존감 없는 상사가 정말 최악인데, 그게 왕이면 더 말할 게 없겠죠. 결국 이럴 때 제일 무서운 건 사실 시범 케이스거든요. 이세좌도 약간 그런 경우인 것 같아요. 신명호: 말씀하신 대로 이세좌가 시범 케이스가 된 이유는 그가 예조판서였기 때문입니다. 예조판서라 하면 솔선수범해서 예를 지켜야 할 사람인데, 이 사람이 자기한테 술을 쏟았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그랬느냐? 예 전문가가 왜 그랬느냐? 이유를 막론하고 네가 술을 쏟았으니 일벌백계 하겠다' 이러면서 전라도로 귀양을 보내죠. 세조는 술자리를 통해 공신을 장악하고 정치력을 과시한다. 인생은 모다? 술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술자리가 결정짓는 것이다. 지금은 옛말이다라고 반격하는 사람이 있을테지만 요새는 술자리가 적은 .. 더보기
주간경향 1266호 "근데 태식이 일 다시 시작하면 에미 니는 그 그림 그리는 일 그만둬야 하지 않겠나?" "그때 가 봐서요, 어머님...." "아무리 여자도 바깥일 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애들은 엄마 손에 커야 안 되겄나." 동네 근처 사시는 분인데 본인의 경험담과 섞어서 만화를 그렸다고 하셨다. 넘나 강력한 문빠이셔서 페친 끊은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 뭐 정치에 대한 생각은 달라도 저게 사실이 아니길 ㅠㅠ 실제로 주인공 여자와 남편 분 둘 다 글 쓰는 사람들이라 진짜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난 이 여자분 작품이 더 좋은데. 1. '성폭력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란 말은 반만 맞는 얘기다. 권력의 문제는 남녀가 관계맺는 방식과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얘기를 하면서 남녀의 문제와 '무관'하다고 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