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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y&Horror

죄와 벌 "그래요. 당신들은 아직 모르고 있어요. 이 애의 마음이 어떤지. 이 애가 도둑질을 했다고요? 이 애가? 이 애는 당신들이 필요하다면 입고 있는 단벌마저 벗어줄 만큼 착한 아이랍니다. 이 애는 그런 앱니다! 이 애가 황색감찰을 받은 건 사실입니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죽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를 위해서 몸을 판 것입니다. 아아! 돌아가신 당신, 여보! 여보, 당신은 보셨어요? 이것이 당신의 추도식이랍니다. 아아, 하느님! 자, 이 애를 보호해주십시오. 뭘 우두커니 서 있어요? 당신도 그 말을 믿고 있습니까? 당신들은 모두, 모두, 모두 이 애의 새끼손가락만큼도 못합니다. 하느님, 제발 보호해주소서!" 어렸을 적 수십 번은 죄와 벌을 읽은 듯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완역본을 통째로 읽은 건 처음이.. 더보기
시귀 1 "네가 마사오가 자랑하는 데 흥미를 안 보여줘서 그래." "이사 온 사람을 봤다는 얘기를 왜 황송하게 들어야 하는데?" "사람을 사귄다는 게 다 그렇지. 흥미가 없더라도 있는 척을 해 줘야 도리지. 너, 그러다가 사회 나가서 고생한다." "고생도 내가 하니까 내버려 둬. 그래서? 자랑하는 데 같이 동조해 주지 않는다고 상대를 노려보고 나가는 놈은 고생 안 하냐?" 죽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게 특이했다. 손목을 긋는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이신 스님은 충동적으로 손목을 그었다. 후계자로 굳이 삼지 않으려고 했던 시골의 절에서는 급히 그를 소환했다. 그는 그렇게 젊은 나이에 소토바라는 마을의 작은주지가 되었다. 자신의 충동을 이겨내기 위해서인지 그는 자꾸만 암울한 내용의 소설을 쓴다.. 더보기
너는 잘못 날아왔다 네가 기르는 개를 쏘아라 며칠째 밥을 먹지 못했어 내가 먹은 밥을 녀석이 핥아 먹고 있어 녀석이 머릿속에서 날뛰고 있어 잠이 오지 않아 한 번 눈을 붙이면 다시 깨어나지 못할지도 몰라 동생이 맞던 주사기, 누나의 속옷까지 내가 버리려고 모아둔 것을 녀석이 물고 다녀 나를 볼 때마다 꼬리를 쳐 깨진 유리병을 머릿속에서 굴리는지 이빨자국이 눈동자에 퍼지고 있어 뇌 속에 새끼를 낳을지도 몰라 그러면 내가 잃어버린 더 많은 것을 물고 오겠지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녀석이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나를 약올리지 못하도록 오늘밤 내 머리를 쏘아야겠어 녀석도 나도 다시 일어나지 못하도록 깊은 잠에 빠지면 나도 눈에 핏발을 세우지 않아 굶기지 않은 개는 주인을 물지 않아 분명 시는 스토리가 짧다. 옴니버스 식의 구성이 .. 더보기
종의 기원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서 현기증이 났다. 내가 칼을 쥔 게 아니라 칼이 내 손을 거머쥐고 여자 안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저항이 용납되지 않는 무지막지한 장력이었다. 눈앞이 와르르 흔들리기 시작했다. 칼을 든 손이 저릿저릿했다. 음속을 돌파하는 듯한 충격이 몸을 덮쳐왔다. 그러고보니 종의 기원을 가지고 독서모임에서 한 이야기를 정리해야겠구만. 1. 일단 스릴러인데 이야기가 너무 루즈한 데서 실패한 소설이라는 데서 만장일치. 2. 퍼걸러가 대체 뭔지 아무도 모름. 일단 복층아파트에서 살아봤어야 알지. 3. 그 와중에 방이 상당히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고 빨간 이미지에서 영화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요즘엔 애니도 영화화하고 돈 벌려고 소설 쓰는데 뭐... 4. 근데 .. 더보기
표범기사 메밀은 메밀 공장으로 가고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한 일인데, 그걸 꼭 물어봐야 아나. 먼지별이란 단편소설에서 도둑질하면서 몸 팔고 다니는 화성 여자애가 나오는데, 어쩐지 이 여자애하고 비슷하게 생겼을 것 같다. 바지를 벗는다는 비유가 나오는데 어쩐지 바지도 팬티인지 뭔지 모를 이런 위태로운 옷을 입을 것 같다. 그야말로 외국에서는 지식인으로 대학까지 제대로 나왔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샌님이 홀리기 딱 좋지 않은가. 어린이는 왜 반드시 학교에 가야하는가?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건 왜 당연하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는 다시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초등학생 하치쿠지 마요이를 떠올리게 된다. 떠돌이들을 보고 불쌍한 시선으로 쳐다보거나 그들에게 무언가 궁금한 척 질문을 던지는 건 '토박이'라는 사.. 더보기
섹스와 공포 밤은 하나의 세계이다. 행복에 속했던 무엇이 성교 중에 사라진다. 가장 완벽한 사랑, 행복 자체에도 갑자기 모든 것을 죽음 속으로 전복시키는 욕망이 들어 있다. 쾌락의 와중에 난폭하게 범람하는 무엇은 심리적이지 않은 슬픔으로, 그리고 두려움을 주는 무기력으로 극복된다. 물기 없는 눈물들이 서로 뒤섞인다. 쾌락은 궤멸하는 무엇이 존재한다. 그것은 가슴을 저미는 타인에 대한 연민이다. 우리에게 불가능한 순간에 대한 느낌이다. 과거에 느꼈으나 무엇에 대해서인지 모르며 다시 불러들일 수도 없는 질투이다. 기쁨으로 충만했던 음경의 수축은 갱신 불가능의 느낌과 겹쳐지면서 울고 싶은 욕망과 비슷해진다. 우리는 많은 동물이 산란을 하거나 짝짓기를 하는 순간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무엇이 끝난 것이다. 가장 강렬.. 더보기
비자나무 숲 사실 생리란 여자 노릇이라기보다 여자 노릇의 실패한 흔적이지만 어쨌든 여자만이 실패할 수 있는 노릇이다. 뭐든지 그냥 스치듯이 지나가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곳에 깊이 들어가지 않는 걸 나는 제일 좋아한다. 그러길 잘했다고 불현듯 소름돋게 느끼는 때가 많다. 인간관계라던가 종교라던가 학교라던가 전애인이라던가. 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사실 목줄이 매여있어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일종의 발버둥을 치고 있는게 아닐까. 난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다. 내 안에는 내가 너무도 많아서... 이응준 씨가 소설로 호러 시를 썼다면 권여선 씨는 소설로 에세이를 쓰는 듯한 느낌을 준다. 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문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가슴에 큥 박히는? 그런 짧은 문장을 하나 내주고 스토리를 전개한다. 가볍게 .. 더보기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저자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출판사 노블마인 | 2007-06-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열세 살 소녀, 1년 동안 두 사람을 죽이다! 사춘기 소녀의 ... 내 마음이 유리처럼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깨졌다. 왜 사쿠라바 가즈키의 소문난 책 중에서 이 책만 품절인가 솔직히 몹시 궁금했다. 그리고 저 표지가 몹시 시선을 끌었다. 고식에서처럼 고스차림이라도 나오나? (사실 흑역사 시절 때 내가 입었던 옷차림하고 그리 다른 것 같진 않지만 일단 그건 넘어가자. 옷은 입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이상하다고 한참동안 생각했다가 드디어 SF*.LE*님에게서 책을 빌렸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일단 이 표지를 봤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싱숭생숭. 일터에 가져가서 읽을 때도 .. 더보기
허즈번드 시크릿 허즈번드 시크릿 저자 리안 모리아티 지음 출판사 마시멜로 | 2015-03-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전 세계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허즈번드 시크릿》 국내 출간 13... 자니는 충격을 받았다. 존 폴이 안쓰러워 자니의 얼굴도 빨개졌다. 자니는 그네를 쳐다보았고, 자신이 낄낄대는 소리를 들었다. 이상하고도 듣기 싫을 정도로 톤이 높은 웃음소리였다. 이건 자니의 버릇이었다. 잔뜩 긴장해 있을 때, 조금도 우습지 않을 때 튀어나오는 습관이었다. 평점을 어떻게 줘야할지 몰라서 한참동안 머릿속에 굴러다니는 책이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경우다. 문제는 이 소설 하나에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든 사회 현상과 스토리의 박진감을 균형있게 맞물리게 하도록 노력한 티는 난다. 하지만 무언가 .. 더보기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권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 저자 이종호, 김종일, 장은호, 전건우, 우명희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9-07-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국내 유일의 공포 문학 작품집인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4]가... 곧 박피작업으로 벗겨질 희고 보드르르한 껍질, 아래로 굽어 있는 어깨, 거기서 끊겨진 두 개의 무엇, 가슴에 돋아 있는 두 개의 유두, 배와 살, 또 그 아래에서 끊겨진 두 개의 무엇......(...) '당신들은 좋겠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그림으로 설명하면 이것의 가공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차피 이 대사 다음에는 이처럼 피가 콸콸대는 시체를 자르는 장면도 나온다. 이번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은 대체로 귀신보다는 썰고 잘리는 고어의 분위기를 충분히 살렸다고 할 수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