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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y&Horror

표범기사

메밀은 메밀 공장으로 가고 아이는 학교에 가는 게 당연한 일인데, 그걸 꼭 물어봐야 아나.

 

 

 

먼지별이란 단편소설에서 도둑질하면서 몸 팔고 다니는 화성 여자애가 나오는데, 어쩐지 이 여자애하고 비슷하게 생겼을 것 같다. 바지를 벗는다는 비유가 나오는데 어쩐지 바지도 팬티인지 뭔지 모를 이런 위태로운 옷을 입을 것 같다. 그야말로 외국에서는 지식인으로 대학까지 제대로 나왔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샌님이 홀리기 딱 좋지 않은가.

 

 어린이는 왜 반드시 학교에 가야하는가?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는 건 왜 당연하지 않은가? 여기서 우리는 다시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초등학생 하치쿠지 마요이를 떠올리게 된다. 떠돌이들을 보고 불쌍한 시선으로 쳐다보거나 그들에게 무언가 궁금한 척 질문을 던지는 건 '토박이'라는 사람들의 속성이다. 그러나 떠돌이인 그들도 막상 우물 안 개구리인 경우가 있다. 이 책 속의 떠돌이는 그 다음 자신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똑바로 알고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 표범기사라는 단편에서 어머니의 몸을 짓이기고 나온 '나'의 공포는 아즈텍 신화 그 자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계속 질문을 던지는데, 이는 이라크 이발사라는 마지막 단편에서 복합적으로 뭉쳐서 터져나온다. 다큐멘터리 방송계의 세상을 그려낸 게 무엇보다 흥미진진했다. 어쩌면 비디오카메라 은새는 주인공의 손을 떠나있는 동안 다큐멘터리 방송이 아닌 방송 사무실 자체를 혼자서 촬영하여, 디렉터스 컷을 만든 건지도 모르겠다.

 카메라의 시선은 다시 우리를 향해 있다. 공동체라는 건 공간을 소유할 때 진정 성립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우리는 진정 우리의 공간을 지녔는가. 당신이 서 있는 땅과 하늘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토착민인 인디언이 이방인인 백인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고개를 자신있게 끄덕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고 그에 대한 해결책도 제각각일 것이다. 굳이 해결책을 던져주지 않는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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