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ystery&Horror

주간경향 1283호 마녀의 망치, 또는 말레우스 말레피카룸. (...) 책에서 마녀의 증표로 이야기하는 분류법은 낯설다. 푸코 식으로 말하면 지금과 다른 에피스테메다. 성에 대한 부르주아적 도덕이 과잉이었던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신겨진(그러니까 벌거벗은!) 식탁 다리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듯이. 마녀사냥 또는 마녀재판에서 마녀로 낙인 찍힌 사람들의 진술은 구체적이다. 책은 때때로 저자들의 탄식을 곁들여 이것이 '진실'이고 마녀는 진짜로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식이다. "아아, 이 모든 것이 거짓으로 꾸며낸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겠나. 이 끔찍한 신성모독이 교회를 뒤흔들어 놓지 않았다면 얼마나...." 1. 올해 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부산의 실업률은 4.2%로 16개 시도 중 가장 높았다고 한다.. 더보기
현남 오빠에게 구두를 벗을 생각조차 못하고 달리던 이들은 보도블록 틈새에 힐이 끼었는데, 발을 뽑으려 해도 보도블록은 지옥에서 넝쿨을 뻗어 올라온 생물체인 양 힐 끄트머리를 악물고 놓아주지 않았으며, 구두는 구두대로 끈끈이주걱처럼 발을 감은 연쇄 상황이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당최 구두는 왜 벗겨지지 않는지 헤아릴 틈도 없이, 깨금발을 뛰던 참가자들은 목이나 머리에 화살을 맞곤 제 한쪽 발목을 잡아 감싼 자세 그대로 쓰러져갔다. 광장은 넘어지면서 머리가 깨진 이들의 피로 빠르게 물들어갔다. 1. 현남 오빠는 "내가 늦게 끝나니까 너는 일찍 끝나면 좋지" 라고 했다 한다. 이건 정말 읽을 수록 에바다. 남의 걱정을 해주는 건 사실인 듯하고 안정적인 직장도 좋다. 근데 왜 남자가 일 늦게 끝나는데 여자는 일 일.. 더보기
주간경향 1282호 최근 배제와 감금 사례를 보면 80년대 초법적인 삼청교육대도 있지만 윤락여성을 영장도 없이 강제로 1년간 구금할 수 있는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90년대 초반까지 존재했다. 법에는 '윤락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여성'이라고 애매하게 돼 있어 멀쩡한 여성도 마구 끌고가 강제수용했다. 그 와중에 종교적 사명감으로 윤락녀를 교화시킨다 무엇. 설마 종교쪽 관련된 사회복지사들 이렇게 생각하는거냐? 끔찍하다.. ??? 이명박은 정권교체하려고 찍었고 박근혜는 우리나라 최초 여성 대통령 나오라고 찍었다니 변명 오진 듯. 일단 둘 다 옛날 새누리당 일원들이라는 점에서 변함이 없지 않나. 10년 전에 이명박 찍을 때 정권 교체에 신경을 썼나? 5년 전 박근혜 지지할 때 여성 대통령이라는 데에 초점을 뒀었나? 강남 사람이라.. 더보기
바디픽션 나는 먼저 일어난 목하가 나직하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았다. 그 목소리만 남아 있다면 이곳에 영원히 붙박여 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목하에게 그 말을 했나, 만약 하면 너무 자주 하게 되는 거 아닌가 염려하다 보니 한 번도 꺼내지 못했다. 애정표현은 생각나는 대로 합시다. 나는 그렇게 하니 후회하는 게 없음. 1. 강의를 듣거나 수업을 들을 때 삑사리가 나는 선생님들을 많이 본다. 특히 학원의 스타강사일수록 더욱 그런 듯하다. 소설 속 등장인물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가정환경때문에 억척스러워진, 흔한 한국의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시달려 있었다. 어머니를 갑작스레 잃은 그는 어떻게 세상과 삑사리를 잘 다스리고 교섭해나갈 수 있을까. 독특한 발상이 .. 더보기
주간경향 1268호 홈페이지에 해외 의료기기에 대한 구매 정보를 올렸다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를 당한 한 블로그 운영자는 "호주와 미국에서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해외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조차 법적으로 문제 삼는 건 조금 억울하다"는 뜻을 밝혔다. 1. 이번 호 혐짤도 그렇지만 진짜 기업애들은 왜 갈수록 역겹냐;;; 인O파O에서는 강X도에 위치한 모모랜드에 대해서 쓰는게 금칙어랜다; 수정하긴 했는데, 요새 종교만큼이나 기업의 명예훼손 신고행위가 아주 엄해진 듯 ㅋㅋㅋ 어디서는 무슨 해외 직구한 병원기기 리뷰 쓰는 것도 장사질이라며 신고한다 그러고 아주 살판났다 살판났어 ㅡㅡ 재벌 2세거나 돈 많으면 아주 살기 좋은 우리나라. 2. 난 주간경향이 '국회에서는 여자도 남자 성폭행한다' 같은 기사는 좀 자.. 더보기
주간경향 1267호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한 폭력적 상황에 직면할 때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못하는데, 특히 전혀 그럴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상대로부터 상상도 하지 않은 폭력, 예를 들어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당했을 경우 보편적으로 예측되는 행동과 달리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실제 대부분의 피해여성들은 성폭력을 당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저항 능력이 순간적으로 마비되는 '긴장성 부동화' 상태에 빠진다. 긴장성 부동화는 사람을 비롯한 동물이 긴장, 공포 등으로 몸이 굳어 꼼짝도 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 특히 성폭력을 당한 청소년 피해자의 경우 더욱 적극적으로 설명될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타자'가 가해자일 경우, 여성 혹은 청소년 피해자는 긴장성 부동화에 빠지게 되고, 그 상황에 .. 더보기
폐허를 보다 "거봐, 아주머니. 밀가루를 너무 묻혀! 50그람짜릴 75그람으로 만들면 우린 뭘 먹고 장사하나? 하, 이거 참! 다시 좀 잘 해봐요!" 50그램짜리 핫도그는 60에서 70그램으로 만들어야 한다. 냉동실에 들어가 수축되는 것을 고려한 그램 수다. 근무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동료와 충돌이 잦았다. 그러다 내 입에서 불쑥 '아주머니'라는 말이 튀어나왔는데, 그 동료 분이 갑자기 폭발할 듯 화를 내시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 좋은 동료분들은 반쯤 농담삼아 '아주머니니까 아주머니라고 하지.'라고 했지만 나는 얼른 사과했다. 인격에 모독을 줄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속으론 굉장히 부끄러웠다. 노동운동과 친하진 않았지만 그들을 아주머니라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도 내가 그들을 하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보기
비하인드 도어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들에겐 경멸밖에 들질 않아요. 최고의 형을 받아 마땅해요." 잭이 단호히 말한다. 놀랍게도 작가는 사이코패스 잭에게 이런 말을 하도록 시킨다. 설정상으로 볼 때 잭은 가정폭력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폭력 범죄자를 욕한다고 하여 가정폭력 범죄자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실제로 나중에 그의 변호도 실패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성폭력 범죄자를 욕한다고 하여 성폭력 범죄자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남성들은 유독 범죄자들을 욕하며 강한 처벌을 내리길 어필하는 듯하다. 잭처럼 남들에게 도덕적으로 보이고 싶은 걸까? 아니면 자신이 세 보이려는 걸까? 성폭력 범죄자를 까길래 같이 까주는데 그것도 안 된단 말이냐 할지도 모르겠는데, 저거 사실 내가 경험한 거다. 실제로 .. 더보기
82년생 김지영 "아, 씨발, 벗은 새끼가 잘못이지 우리가 잘못이야? 변태 새끼 잡을 생각은 안 하고 우리한테 반성을 하래. 뭘 반성하라는 거야, 도대체! 내가 벗었어?" 몰카에 대해서 소설에 나오는데, 실상 내가 최근 좀 더 눈에 띄는 건 자신이 나오는지 알고 싶으니 몰카 사이트 알려달라고 피해자에게 대놓고 댓글을 다는 일부 몰지각한 여성들 뿐이었다. 이제 이런 거에 대해선 내 이야기 더 이상 하지 않으련다. 82년생 김지영이 이야기하라고 편해진다고 부추기는지 어쩌는지는 몰라도 더이상 이야기해봤자 소문나서 괴로워질 뿐이고 날 알고 난 후의 인간들에 대해 배신감만 느껴질 뿐이고 그렇다. 가해자들은 지네들이 가해자고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지도 않을텐데 뭐. 되려 자기네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려나. 블로그를 자세히 본 사람들은.. 더보기
내 생의 적들 그녀는 대답 대신 담배를 입에 문 채 어깨까지 내려온 머리카락을 두 손으로 쓸어넘겨 탁자 구석에 있던 고무줄로 동여맸습니다. "난 이렇게 생각해요. 저들은 총을 들고 있고, 우리는 맨주먹이라고요. 애초부터 승부는 난 싸움이죠. 하지만 그들과 우리가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광장에서 맞붙었다고 생각해봐요. 어린이도 있고 젊은이도 있고, 어른들도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광장 말이에요. 지하에서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맞붙어 있다가 불쑥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으로 공간 이동을 했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게 된 데에는 작가 이인휘 님을 페친으로 직접 만난 사정이 있다. 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이라는 시집을 리뷰한 일을 기억하는가? 팟캐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