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uman

Axt no. 003

 

"질문의 핵심이 뭐야? 뭐가 궁금한 거지?"

"다른 여자애들은 나처럼 아프다고 안 하냐고."

"응?"

"내가 계속 아프다고 했잖아."

"아! 그래서 싫어?"

"싫어."

"왜? 왜 싫지?"

"아프니까 싫다고. 도대체 몇 번을 더 말해야 알아들을 거야?"

"아픈 게 더 흥분되잖아."

"무슨 소리야. 아픈 건 아픈 거야."

"네가 아직 뭘 모르는구나. 그건 아픈 게 아니라 좋아죽겠는 거야."

"도대체 어디서 뭘 들은 거야? 내가 아니라는데!"

"아니야? 정말 아니야?"

어느새 담배를 끈 동준이 실실 웃으며 다시 내 곁으로 기어왔다.

나는 이불을 둘둘 감은 채 벽 쪽으로 달라붙었다.

"정말 아닌지 확인해볼까?"

 

 

 

나츠미가 똑똑한 게 아니라 너네가 멍청한 거다 이 오빠들아 ㅡㅡ

아프다고 이 오빠들아 ㅡㅡ

아프다고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저런 그렇게 아팠니?'라는 질문이 너의 입구녕인지 똥구녕인지에서 튀어나오는 거냐.

 

 박민규 작가 다음으로 공지영 작가가 나온다니, 흑과 백도 아니고 이게 무슨 조화인가 헛웃음이 나온다. 그러고보니 이거 말고 1호와 2호는 정말 흰색과 검은색이다. 그 다음 이번 3호는 회색이고. 역시 공지영 작가는 창비 출판사에 대해서 굉장히 시니컬한 태도를 보였다. 창비 라디오 시즌 2에서 황정은 작가가 보낸 노골적인 조소와 겹치기도 했고, 겹치지 않기도 했다.

 공지영 작가는 역시나 진보적인 분이라 야당의 젠틀함에 대해서 경고한다. '야당은 똘끼가 있어야 한다.'는 나의 지론과도 맞먹는다. 그러나 왠지 '시위할 때 야당이 스크럼을 짜서 폭력시위가 되지 않도록 몸으로 막아야 했다.'는 나의 지론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언제나 기운이 넘치는 공지영 작가님은 또한 시위대 내부에 스파이같은 인물이 섞여 있어서 일부러 사태를 폭력적으로 유도한다고 언론계에 써서 화제가 되었다. 지금은 전직 신부에게 고소를 당했다는 기사들로 뒤덮여 검색해도 보이지도 않는 걸 보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뭐 그런 이야기가 도시괴담처럼 시위장에 나돌기도 했었고, 이 악스트에 나오는 마지막 연재소설 도트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있으니, 공지영 작가가 그런 말을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단지 '이것은 이것이고 그것은 그것이다'라고 자신감있게 말하는 그녀가 너무나 부러울 뿐이다. 나쁜 남자들에게 맞춰 살아가려 노력하다 보니 성추행 혹은 강간을 사랑이라 착각하는 10대 같은 여자들과, 그 당시 사랑하여 저질렀던 행위를 성추행으로 신고해서 '그때 그 남자'를 붙잡으려는 사기꾼같은 여자들이 예상보다 너무나 많아져서 당혹스럽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공지영같은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화가 나기도 하고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런 감정을 동시에 품으려면 싫은 추억을 곱씹어보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해야 했을까. 그녀와 같은 시대에 살아서 정말 기쁘다. 한편으로는 이런 여성도 이전에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니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공지영씨야 뭐 워낙 이뻐서 어떤 장면과 포즈로 사진을 찍을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이번 사진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강병융의 우라까이라는 소설 잘 읽었다. 이 분은 이명박 정권 시절 나온 신문기사의 글귀를 하나하나 뗀 다음 붙여서 소설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회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동받았다. 이런 분이 있으니 이제 쥐와 닭의 시대는 조만간 저멀리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이 들었다. 유투브에서 책을 읽어줄 때의 음성도 너무나 차분하고 좋았다. 이 분의 소설 중 한 부분을 인용해보겠다.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에게 경찰이 또 다시 물포를 발포하고 집단 폭행을 가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20대 여성을 집단 폭행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보도블록을 깨서 경찰에게 던지고 경찰이 날아온 돌을 다시 시위대에게 던지면서 최소한 부상자 4명 이상이 발생했다. 피켓 하나 들고 광화문을 걷는 것조차 불허하는 상황에서 슬픔 말고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다른 돌파구가 뭘까?

'Hum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여성해방론  (0) 2016.03.04
Axt no. 004  (0) 2016.01.27
Axt 2015년 9/10월호  (0) 2015.10.09
인형의 집  (0) 2015.09.15
Axt 2015년 7/8월호  (0) 201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