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모든 것이 변화하고 있는데도 우리와 관련된 것들은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믿는다면 그것은 그저 착각이거나 무지한 것입니다.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클라라 체트킨, 블라디미르 레닌, 레프 트로츠키.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영전에서라도 불러주고 꼭 끌어안아주고 싶다.
책을 읽으면서 점차 이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생겨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한다. 300페이지 정도밖에 안 되는데 이 글 너무 힘들었다... 우선 가족들에게 들킬까봐 방구석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눈물 콧물 다 쏟으면서 궁상을 떠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고, 한장 읽고 생각에 잠기고 또 한장 읽고 또 생각에 잠기고, 이 책에 나오는 구절을 사람들과 공유하려다가 그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또 울고. 특히 어머니와의 대화가 너무 길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여기서 다시 거론하고 싶지도 않고 또 말하기도 힘들다. 이 몹쓸 놈의 감정이 너무 고양되어 내가 이런 말을 한 사실만 거론하겠다. "아는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 애도 낳지 않고. 나는 특히 딸을 낳을까봐 너무 무서워. 지금 이 시대에 결혼을 하는 사람들은 돈이 많거나, 혹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그 빌어먹을 난잡한 집단 다함께가 이 책을 편찬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 모두 이 책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보다 중반에 집어던져도 상관없다. 나도 여러가지 이유로 몇 번이나 그런 충동이 들었다. 특히 중대한 연설에서 자료준비가 항상 빈약한 트로츠키는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렸다. 마지막 <배반당한 혁명>의 한 귀절이 아니었더라면 증오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한국이 OECD 국가 중 여성이 일하기 가장 나쁜 나라 1위라고 한다. 근데 요즘에는 먹고 살려면 남녀 모두가 일해야 하고, 요새 남성들은 여성들의 '수익'을 따지기 시작하는데 자신들보다 더 벌면 안된다는 말도 안 되는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지 않은가. 조희준 전 국민일보 회장은 혼외아들의 양육비 지급을 거부했고, OT에서 여자 새내기를 성추행한 건국대 남학생이 장난같은 글씨체로 사과문을 적어서 그 사과가 진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그 여자 새내기에게 또 다른 깊은 상처를 줬다. 게다가 우리나라 진보 문인이라고 자청하는 유시민이 썰전 프로그램에서 "야당 의원들은 애나 보고" 같은 천하의 쌍놈같은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심지어 자막으로도 나왔다.) 구로의 자존심을 두 배로 높인다던 박영선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동성애법과 함께 '차별금지법'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차별엔 여성차별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머리가 다 어지럽다. 여자가 마트에 우는 애 한번 데려가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그 우는 애의 여자를 노려본다. 당연히 여자가 그 아이의 엄마라고 생각하는 것도 기가 찰 일이지만 대체 무슨 죽일 놈의 오지랖이 세기에 그 죄를 다 여자에게 뒤집어씌우고 비난하는가. 애가 좀 울 수도 있지 않을까? 아버지가 왜 그 옆에 없는지는 생각 안 할까? 쇼핑도 굉장히 신경쓰이고 버거운 일인데 아이를 데려갈 때 잠깐 맡아줄 수 있는 시설이 왜 그 마트 안엔 없을까? 만일 마트가 아니라 백화점이고 그 안에 아이를 맡아줄 시설이 있다면 그 아이를 맡아줄 수 있는 정규직 혹은 비정규직 가내노예(이 단어가 선동이라는 인간은 그럼 어디서 얼마나 선동받은 남성일까?)는 시급 혹은 월급을 얼마나 받을까? 그 근처에 있는 애슐리는 아직도 여직원에게 무릎을 꿇고 고객의 주문 혹은 시중을 들라고 시킬까? 만약 그 회사의 사장 혹은 CEO가 여성이라면, 무한정현의 발전을 축하드리는 바이다. 그런데 아버지나 남편에게서 얼마나 뜯어먹고 아부를 했을까?
역겹지만 과연 맞는 말이다. 여성은 여성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사랑할 사람을 선택할 수 있듯이 증오할 사람들을 선택할 수 있다. 예수님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했다. 여성에게는 반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네 몸을 네 이웃과 같이 사랑하라. 아이를 낳는 과정은 몸이 약하거나 한 사람에게 끔찍하며 역경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니, 그 이전에 남자에게 폭력적인 말을 듣거나 맞는 건 모든 여성에게 괴로운 일이다. 그런 일을, 끊임없이 두려워하여 찍소리 못하고 당해왔던 나처럼,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마라. 철저히 복수하고 응징하고 싸워달라. 나도 싸우겠다. 제발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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