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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Axt 2015년 7/8월호

 


악스트(Axt)(2015 7 8월호 no. 001)

저자
편집부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5-07-01 출간
카테고리
잡지
책소개
생각을 깨는 도끼, 악스트 『Axt』“Ein Buch muß d...
가격비교

 

그렇다고 파탄의 구렁텅이로 빠져 알코올중독자가 되지도 못하는, 몹시도 우유부단한 너. 그렇게 내가 너의 저 무기력한 내면을 크게 휘젓고 돌아 나와 이제 비 내리는 광장에 홀로 섰을 때, 그러나 거기서 너의 입에서 마침내 터져나오는 어떤 절규가 들려왔을 때, 격렬한 어조로 존재의 근원과 삶의 이유를 마침내 묻고자 하는 너의 저 몸부림은 벌써 너의 것만은 아니다, 너는 벌써, 나와 독자와 우리이기 때문이다.

 

 

 

천명관 소설가를 말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나의 '전전남친'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전남친도 아닌 더 이전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이유는 나에게 천명관 소설가를 소개해주고 책 구입에 싸인회까지 데려간 게 그 녀석이기 때문이다. 그 녀석은 그 정도로 천명관의 팬이었다. 싸인을 받았을 때 유달리 나에게 말을 많이 걸었던 이유는 아마도 싸인 받으려고 줄 선 사람들 중에 젊은 여성이 나 한명밖에 없어서였을 것이다. 아무튼 '그 당시 남친'의 이름과 내 이름을 같이 적어서 싸인해달라는 내 요구는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무신경하고 잔인했다 ㅋ 앞만 쳐다보며 돌진하느라 옆과 뒤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그랬다. 지금 와서 이해해달라고 하기에 그는 상당한 필력을 자랑하는, 중견 권투선수같은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굉장히 멋있어졌다(...) 헤어스타일 맨날 이렇게 하고 다니시면 좀 좋나. 수염도 좀 기르고. 어쩌면 이 분은 중년에 와서야 미모가 빛을 발하는 분이셨는지도 모르겠다. (얼굴은 저래 젊어보이셔도 1964년생이시다. 거의 나를 낳은 엄마 나이와 비슷하다.) 

 

 아무튼 그런 인연으로 라디오에 출연하시거나 글을 볼 때 상당히 위험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주목하는 편인데, 이 잡지는 창간호에서부터 천명관을 인터뷰했다. 너무 마음에 들잖아 이거. 내일부터 당장 2년 구독 끊는다. 1년치는 무료로 준다고 한다.

 

 

 

 나는 이렇게 가만히 견디고 있어, 그저 가만히 있어, 담배 한 대에 우울을 위탁하지 않아도 나는 견딜 수 있어.

 

 사실 처음엔 이 잡지를 보고서도 천병관 사진 외엔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이 구절을 보고 잡지를 당장 집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 멋있잖아. 근데 이 글이 나온 게 최진영이 쓴 '구의 증명'이란 소설의 리뷰였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막장물에 카니발... 내가 이런 건 또 잘 고른다니까 하핫... (먼산.)


 책값은 상당히 저렴하다. 2900원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고 따로 보는 환경잡지가 있다. 이 책의 절반분량도 안 되는데 가격이 8000원이다. 물론, 이 환경잡지가 분량이 없다거나 너무 비싸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 악스트 잡지 가격이 너무 싼 거다. 이 잡지를 다 읽고나서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잡지의 디자인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일색이었다. 그러나 천명관 작가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렇게 낡거나 허접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히려 흑백사진들만 실린 데에 무슨 심오한 의미가 있는 듯이 느껴졌다, 

 

 목차를 자세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목차의 절반은 소설이나 작가에 대한 평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론들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느긋하게 볼 수 있지만, 장르문학만이 아니라 꽤 난이도 있는 순수문학작품들도 소개되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문학계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 위주로 소개하는 것 같다. 게다가 외국소설을 소개할 때면 그 소설을 번역한 사람이 직접 나와서 책을 소개한다거나, 꽤나 그 소설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람이 등장한다. 다시 말해, 이 잡지에선 평론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책소개가 주관적으로 가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면으로 보면 상당히 간략하고 알차다. 사실 천명관 소설가 자체가 공공연하게 문단계가 썩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니, 그를 내세운 데에서 이 악스트 잡지의 의도가 다 드러났다고 보면 된다. 천명관은 이 잡지에서도 '문학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말을 하는 새끼는 나쁜 새끼'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우우웃 다시 한 번 더 맘에 들기 시작한다 위험해(...) 나랑 대략 24살 차이다 정신차리자(....)

 

 원래 천명관 작가가 갈고 닦으면 멋있는 남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한 작가를 멋있게 찍을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 소설가를 잘 아는 사람이 사진을 찍었기 때문일 것이다. 악스트는 이 정도로 문학에 깊숙히 들어가있는 잡지이다. 

 

 

 

나는 고립되어 있으니까 책을 읽었던 거다. 그것으로 내 인생이 바뀔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알아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었다.

 

 천명관이 인터뷰에서 직접 한 말을 마지막으로 이 잡지의 소개를 마치려 한다. 어쩌다가 천명관 이야기만 들입다 해버렸지만(...) 이 잡지에 실린 단편소설도 상당히 좋다. 특히 김경욱의 '양들의 역사'라는 소설은 우리나라 사회의 이야기로 잊을 수 없는 여운을 줬다. '누군가 살려면 다른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 생존자들이란 어찌 보면 살인자들인 셈이다.'라는 이론이 나오는데,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들을 외면하는 대다수를 지켜보면서 내가 한 생각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았다. 그래서 난 세월호가 그 대다수 사람들의 입에서 영원히 침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 이야기는 다른 데서 하기로 하고 아무튼 이 단편소설을 특히 강력추천하고 싶다. 이기호, 김이설, 최정화의 장편소설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소설을 넘어 인생이야기가 나오니 꼭 보시길 바란다. 페이스북과 책속의 한줄이라는 앱에 무려 27개의 명언들을 올려놓았다. 한 챕터당 인상깊은 구절 하나를 올려놓다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어느 하나 버릴 수 없었으나 리뷰에 다 써버리면 이 잡지를 구독사람이 없어질지도 모르니;;;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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