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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만년

 


만년

저자
다자이 오사무 지음
출판사
도서출판b | 2012-08-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태어나서 죄송하다”던 다자이 오사무의 모든 것!도서출판 b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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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 그만두라고! 내려와! 여긴 좋은 곳이야. 볕이 잘 들고 나무가 있고 물소리도 들리고, 게다가 무엇보다도 먹을 것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
그가 그렇게 외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낮은 웃음소리도.
아아. 이 유혹은 진실과 비슷하다.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속에서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하지만 피는, 산에서 자란 나의 바보 같은 피는 역시 집요하게 외친다.
ㅡ싫어!- p. 107

 

 

최근에 오바타 타케시가 인간실격을 리메이크해서 그렸지만, 난 그 작품은 보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제 오바타 타케시는 뭘 그리든 데스노트의 라이토를 연상시킨다는(...)

개인적으론 오시미 슈조가 그렸으면 인간실격의 결말부분을 좀 더 잘 표현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나중에 만년의 후기를 보니, 다자이 오사무는 이 만년이라는 작품을 쓰기 위해 어언 10년간을 미친 놈처럼 살았다고 독백처럼 고백했다 한다. 실제로 인간실격은 여러모로 그의 인생을 반영한다는 인증도 있고 하지만, 만년은 인간실격에서보다 훨씬 더 성찰적이고, 더 자기비판적이다.

 인간실격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상당히 죽인 채 진행하다가, 느닷없이 '아버지가 잘못이다' 따위의 독백으로 끝내서 상당히 허무했던 감이 있었다. (물론 본인이 인간실격을 읽고 쓴 후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의 부모는 굉장히 비열한 방식으로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탓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케이스가 상당히 복잡하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간실격 후기를 참조하기를.) 하지만 만년에서는 자신의 인격을 쪼개어, 주요 등장인물에서부터 매우 사소한 인물 하나하나를 연기하도록 시킨 기분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어수룩하게 연기하는 광대를 보는 느낌. 게다가 말이 단편소설이지 장면 하나하나는 매우 짤막하다. 인간실격만 봤지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은 벌써 '잎'만 보고서 책을 덮었으리라 생각한다. (섬뜩하게도 아무 연관 없어보이는 잎의 구절들 하나하나가 그의 인생 하나하나에 절묘하게 연결되면서 소설 하나가 완성된다. 엔하위키에서 다자이 오사무를 검색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 작가의 소설을 이해하려면 그의 인생을 이해해야 한다.)

 위에 인상깊은 구절은 '원숭이 섬'이라는 소설에서 따온 구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마네스크'와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가 제일 재미있었다. 다자이 오사무 자신을 신랄하게 까대는 소설이라서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악의 꽃' 만화에서 자신의 동물적 본능과 실수들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카스가를 문득 떠올렸다. 책을 다 읽은 아직도 오시마 슈조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그런데 샛길로 빠진 이야기지만 소문에 의하면 오시마 슈조의 아내가 평범한 성관계로는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고, 오시마 슈조 자신은 정작 아내를 만나기 전엔 정상적인 남자(...)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여자가 없었다면 남자문학가가 탄생하지 못했을 거라는 작가들 사이의 여담이 어느 정도는 맞을 지도.)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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