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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인간실격

 


인간 실격

저자
다자이 오사무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4-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여린 심성의 한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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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세상의 어른들은, 혁명과 사랑 이 두 가지를, 가장 어리석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우리들에게 가르쳤고, 전쟁 전에도 전쟁 중에도, 우리들은 그 말을 믿고 있었으나, 전쟁에서 패한 후, 세상의 어른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자, 무엇이건 그 어른들이 말하는 것과 반대되는 쪽에 진정한 삶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혁명도 사랑도, 사실은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매력적인 것, 너무도 좋은 것이기에 어른들은 심술궂게도 우리들에게 덜 익은 포도라고 거짓말을 하였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확신한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하여 살아왔다고.- p. 128

 

 확실히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하면 인간실격이 확 끌리는 것 같다. 묘하게 작가의 것인 듯한 주인공의 비참한 과거, 상당히 자학적이고 공손하지만 언제 거칠어질지 모르는 듯한 은근한 비난... 주인공은 유복한 집에서 자랐고 곁에 여자가 많이 붙어다녔지만 가엾게도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 이용만 당한다. 자신을 이용하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어릴 적부터 쓰고 있던 익살의 가면을 떨치지 못하는 데다 선천적인 자학심 때문에 가만히 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어째 이 소설은 어릴 적 하인들의 성적학대로 시작하여 20살 후반대 유모의 성적학대로 끝나니 더욱더 비참하게 보인다. 아무리 주인공의 성격이 좀 음침하고 기분나쁘다지만 인생이 저러면 그냥 불쌍해보이기만 할 뿐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 숨겨져 있는 코드는 마지막에 마담의 말 한마디에 간단히 풀린다. 그의 아버지가 그를 방치했던 것이다. 엄격주의를 표방하며 어머니가 아들 교육에 간섭하지 못하게 막아서지만, 결국 하인들이 아들에게 성적학대를 가한다는 사실도 눈치채지 못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파탄시키는 데에만 공헌했다. 아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수치심을 안겨다주었으며, 걷잡을 수 없는 길로 빠져든 아들이 잘못을 빌며 도움을 요청했을 때 품어주지도 않았고, 주인공의 두번째 자살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그는 아들을 뇌병원에 감금시켜버리는 것이다. 그야말로 잘못된 부모와 잘못된 교육의 표본이므로 교육자나 부모들도 꼭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이 소설은 드라마와 만화로 각각 각색되었는데,

드라마는 잘 모르겠으나 만화에서는 주인공과 아버지간의 갈등이 소설에서보다 뚜렷이 부각되었다 한다. 

 

 사실 본인은 인간실격보다는 사양이 더 좋았다. 아이를 한 번 사산한 적 있는 이혼한 여성이 첫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그의 아이를 갖고 싶다고 간청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성의 심리를 정말 세세히 분석하는 듯한 글에 깜짝 놀랐다. 소설에서는 편지투의 글이 적절히 섞여있는데, 그래서 더 반가웠고 더 재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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