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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파도

 


파도

저자
버지니어 울프 지음
출판사
| 2004-08-03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 태양이 떠오른다. 유년 시절.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버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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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서 머리를 들어 산 울타리의 틈새를 보았어. 그녀가 그에게 키스하는 걸 보았어. 지니와 루이스가 키스하고 있는 걸 보았어. 이제 나는 나의 괴로움을 손수건으로 싸려 해. 세게 비틀어서 똥그랗게 만들고 말 거야. (...) 너도밤나무 뿌리 밑에 내 고뇌를 내려놓을 거야. 손가락 사이에 끼고 차근차근 조사해볼 거야. 그들은 나를 찾아내지 못할 거야. 나무 열매를 먹고 가시가 있는 관목을 헤치며 새알을 찾을 거야, 내 머리칼은 당연히 엉켜 있을 것이고 나는 산울타리 밑에서 잠이 들 테고 도랑물을 마시고 거기서 죽겠지.

 

 비록 끝까지 다 읽기는 했지만 정말 험난한 여정이었다. 처음 읽기 시작한 때도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시간이 많이 걸린 책이다. 주인공 6명이 한꺼번에 독백을 해대는 통에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이 6명의 관계도 꽤나 북적북적해서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루이스가 제일 너무했다. 지니가 꼬시고 수잔이 잠깐 좋아했다가 말고 로우다가 그와 결혼할 뻔했지만 결국 실패한다;;; 인기 독식남인가 이 녀석은.

 이 책으로 인해 버지니아 울프가 걸린 것으로 추정되는 그 수많은 정신병들 중에서도 '정신분열증'이라는 증세가 들어가는데, 정작 이 소설을 읽어보니 본인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정신분열증 초기 증세라기보다는 <디 아워스> 영화에서처럼 남자고 여자고 자연이건간에 각기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라, 거미줄처럼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것이라 얘기해주는 듯했다. 아마도 소설 속에서의 뭐라 말할 수 없이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정신분열증을 생각했던 것이리라.

 

 

 

로우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디 아워스 중에서 이 장면이 떠올랐다.

 

 이상하게 버지니아 울프는 본인이 끌리는 인물들을 다 자살로 죽여놓던데(...) 이 소설에서는 로우다가 그런 역할을 한다. 고독하게 살아가려 노력하고 범상한 여자들처럼 살아가지 않으리라 결심하지만, 그 인생은 꽤나 고독하고 힘들었으리라. 결국 수잔이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가 흐지부지 포기하지 않던가. '다락방의 미친 여자'처럼 살기란! 처음엔 상당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한 명 한 명의 인생에 초점을 맞춰서 읽어보면 버지니아 울프 소설 중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이 또 없다. 그녀의 평상시 소설보다 인간관계에 관해서 상당히 신경쓴 점이 돋보인다. 평상시 그닥 신경쓰지 않던 것들을 신경쓰면서 쓰느라 파도라는 소설이 그렇게 힘들어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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