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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y&Horror

영원한 제국

 


영원한 제국

저자
이인화 지음
출판사
세계사 펴냄 | 2006-09-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
가격비교

 

전하께선 활을 쏘실 때 50번을 다 쏘아 명중시키는 일이 없었다.
향사의같은 때 대소 신료들과 같이 활을 쏘아보면 너무나 기량에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문신들은 50사는커녕 30사만 넘으면 모두들 지쳐 화살이 땅바닥에 꽃히거나 아예 활을 당기지도 못하기 일쑤였다. 정조는 그런 신하들을 무안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49사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과녁을 겨냥해 쏘다가 마지막 한 발은 일부러 엉뚱한 곳을 쏘곤 했다.
(...) 싸울 때마다 이기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는 것이 전하의 지론이었다.- p. 49

 

 

 

영원한 제국 영화촬영 때는 안성기가 정조 역이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게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차라리 이 사람에게 정조역할이 어울렸다고 솔직하게 말하겠어...!

 

 '정조의 독살'은 사실 이 역사팩션소설에 의해 소설계의 화제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처음으로 하여 정약용도 얼마 안 되는 한국의 명탐정 반열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이 소설에서는 좋다고 탐정 역할을 자처한 건 아니고, 추리도 잠깐이었지만... 아무튼 이 책이 만들어졌던 그 당시에는 꽤나 신선하고 충격적인 소재였을 것이다.

 기대한 것이 너무 많아서인가. 은근 반전 소설을 기대했는데 스토리가 너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반전이라고 한다면, 완력으로나 문필력으로나 모든 것에서 완벽해 보였던 정조가 간계를 부릴 줄은 몰랐다고 해야 하나... 소설을 보면서 허무함을 느꼈던 이유는 절반 정도는 이 설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서는 민주주의 시대에 전혀 맞지 않았던 박정희 유신보다는 국왕 시대의 정조 유신이 더 낫지 않았겠느냐고 하면서 은근슬쩍 정조 편을 드는데. 글쎄올시다? 노론 가문에서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기껏해야 연산군의 피바람이 좀 더 일찍 불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아무튼 성공하지 못하고 끝나버린 유신이라 사람들에게 더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주인공이 격투기술 하나 배우지 못하고 내시의 손에 쓰러지는 문인인지라 스릴러의 묘미도 없고, 주인공이 속한 남인이 한창 힘이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살인사건이 풀려봤자 누구 하나 제대로 사태를 수습할 수 없었으므로 추리소설의 묘미도 없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르네상스라고 불리우는 영정조시대의 분위기, 그 사상에 대해서 솔직담백하게 늘어놓은 저자의 기백은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나오는 정조는 좀 실망이었고...

정조도 당해내지 못할만큼 막 나가고 능글맞은 자학으로 적들을 곤경에 몰아넣는 연암 박지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선을 배경으로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 추리소설 어디 좀 없나 ㅠ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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