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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산양똥을 먹는 사람

무조건 개발 위주의 정책을 펴 생물종을 절멸 쪽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에게 자연 생태계와 더불어 살 수 있는 철학적 자세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산책나와서 카페를 검색해보다 무심코 부모님 가게를 검색해봤는데 구글에 등재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 별표는 세개가 찍혀 있었다. 우리 가게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일체 올리지 않는 곳인데 아는 걸 보면 현지인인 것 같았다. 신기해서 검색해보니 대부분 왠만하면 별 세개가 찍혀 있었다. 그럭저럭 괜찮은 곳이라 생각한 듯하여 다행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통이라 생각할 때는 별 4개를 찍기 때문에, 어쨌던 상대적인 듯하다. SNS 활동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활동도 안 하는 사람의 가게를 강제로 등재해놓는 건 폭력적이지 않나 싶다. 차라리 가게를 평가하는 그 잣대와 열성으로 설악산을 평가했음 어땠을까? 내 말은, 설악산에 있는 가게가 아니라 환경을 평가하란 뜻이다.

현재 설악산은 굉장히 열악한 상태에 있다. 전문가가 딱히 보지 않아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늙은이들이 막걸리 마시고 미팅하며 낄낄대는 작태를 보면 쓰레기를 치울 생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냇가에도 아무렇게나 들어가서 음식 잔반을 버려대며, 나무 위에서 포즈를 취하다 가지가 부러져 간다. 비도 별로 오지 않아 물이 많이 줄었다. 요즘 관광객들 출입금지를 시키는 곳도 있는데 난 설악산도 그렇게 했음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대해선 이미 여기의 토박이들과 이야기해봤고 그들도 많이 공감하는 바였다.

솔직히 난 눈 덮인 산을 등반하는 행위는 냄져들의 정복욕이라고 본다. 위험하다는데 굳이 올라가려 시도하다 사고를 내는 바람에 구조대들 힘들게 만드는 인간들도 많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모지리를 욕하지만, 산을 '발견'하고 '정복'하는 마초놈들에게도 초점을 맞춰야 할 때가 되었다. 산양은 너네들보다 더 쉽게 눈에 덮인 산을 오른단다. 특히 캠핑 도구사고 이 지랄하는 인간들 초극혐. 제대로 쓰레기는 집으로 가지고 가니?

최근엔 포장마차도 줄었다. 환경을 생각하기보단 땅값이 올랐고 절에서 텃새를 부리기 때문이다. 뭣도 모르는 관광객들은 산에 먹고 마시러 왔는지 포장마차 타령을 하기 시작한다. 김치찌개 타령, 탁주 타령. 입 찢어버리고 싶은 게 한두번이 아니다. 절간도 사실 안심할 수 없다. 아니, 사실 있는 사람들이 더 광범위하게 파괴한달까. 이미 파괴된 평창 ㅠㅠ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중 백담사가 가장 노골적이다. 무식하게 아스팔트 길을 똭 놔버린 박정희 아바이를 본받으려는지 돈을 벌려는 노력을 도처에서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백담 대피소. 마치 게스트하우스처럼 지어놨는데, 백담사에서 임대해서 내설악 구조대가 재임대했다. 물론 규정에는 어긋난다. 하지만 현실에선 산에 사는 중들의 힘이 강하다.

공룡능선 하도 1박2일 걸린다고 말리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가보다 했는데, 최근 새벽에 버스 첫차 타고 가보니 속도만 빨리하면 해지기 전까지 다 넘더라. 개인적으로 산을 1박 2일 타느라 마치 대피소 예약이 호텔 예약마냥 여행 6개월 전에 예약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반복된다면 아예 산의 문을 걸어잠그는 게 답이라 생각된다. 장애인들이 산을 갈 수 없으니 케이블카를 만들어야 한다고? 그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인간 전부가 산을 안 가면 된다. 초공평ㅡ.

이 책에선 등산하면서 책을 읽고 쓰는 재미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물론 나도 그러고 있고 재미를 느낀다. 근데 실상은 걸어다니면서 책 읽거나 술집에 책을 가지고 다니면 사람들이 졸라 비웃음. 내 예전 비에푸도 술집에 책 가지고 갔다고 열라 비웃던데 앞에 있던 술 끼얹고 싶더라. 걸핏하면 남 비웃을 생각 말고 니 정신상태나 걱정하고 니나 공부 잘해라. 이 세상에 회의감이 든 적은 이 뿐만 아니다. 혼자서 옳은 얘기를 한들 닥치라고 하고 정치인이나 되라하고(막상 정치인이 되어도 정치인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힘들지만) 권리가 있으면 그에 따르는 의무도 져야하는데 권리만 주장하여 모든 사람들을 고통으로 몰아간다. 희망을 품으려면 서로 고통을 이해하고 자연을 소중히 여겨야하는데 이기심에 짖밟혀 나가고 남이 불행하게 되었을때 응 이건 내일이 아니니 상관하지마라는 식이다. 사람도 죽이고 자연도 죽여간다.

 


 

 

 

핸드폰을 쓰면서 왜 원자력발전소를 폐쇄시키느냐고 따져묻는 인간들 많다. 특히 노동당쪽 의원들. 난 이런 글 쓰니 괜찮다 이 새끼들아 ㅋ

 

 

아무튼, 그런 애들 보면 대게 냄져거나 그렇더라. 나는 그래서 에코페미니즘을 좋아한다. 자연과 여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연은 말하지 못하고, 여성은 사실을 말하면 명예훼손죄로 잡혀간다. 여성과 여러 약자들을 존중할 줄 알 때 그들을 산 채로 벗겨먹는 이런 참담한 일이 사라질 것이다.

 


 

 

 

아무래도 이 책을 받은 분은 기증한 듯하나, 케이블카를 찬성하고 박정희 사진을 걸어놓은 곳에다 놓았다. (그것도 구석에 있다.)  

 

이 분이 과연 이 책을 읽고 전시한 것인지, 아님 귀찮아서 몇번 펄럭이다가 치워버린 것인지 일말의 불안을 감출 수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기증한 것이길 바란다. 그리고 이 책에 적힌 환경의 소중함과 인간 출입금지의 필요성을 가슴에 새겨넣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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