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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2

"아무 때나 죽나요? 하늘아버지께서 데려갈 준비를 마치셨다면 모를까."

 



 

 

 

 

주인공이 다시 예수님을 만난 장소는 길가의 고속도로이다. 왠지 1권에서 주인공이 예수님께 식사를 초대받은 곳이 고급 레스토랑이어서 엘리트 같다는 공격을 받았던 건지(주인공도 초반에 그 사실을 지적한다.), 이번엔 꽤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다. 오히려 1권보다도 더 예수같다는 분위기를 풍기긴 한다.


교회에 가장 의문이 들었던 것 중 하나가 십일조였다. 이 이상 배를 불릴 수 없는 교회도 있을텐데 어째서 재산의 10분의 1을 내는데 그렇게 집착할까? (성서에서의) 예수는 일단 빚도 내고 갚을 거 다 갚은 다음에 십일조를 내라고 하지만, 이 책의 예수는 '세금 다 뗀 다음에 십일조를 내야 할까, 아님 세금 안 냈을 때 십일조를 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서 십일조의 개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듯하다. 굳이 돈을 내고 싶다면 자기 형편이 되는 부분에서 양심껏, 아님 목사님에 의해 감명을 받은 만큼 성의껏 지불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신이 있다고 굳게 생각한다면 자기 억제는 필요없다. 다 아는 분이 보고 계시니 조심하자고 생각하게 될테니 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이 하느님에게 십자가를 지게 하지 말아달라고 빌었다. 이는 성경에도 나오며 이 책에도 등장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자체를 두려워 했다기보다 인간을 대신해서 십자가를 지는 행위가 곧 신에게서 버려진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그는 조물주이자 아버지에게서 버려지는 고통, 온 우주에서 내쫓기는 고통에서 피하게 해달라고 간구한 것이다. 다시 성경기록을 확인해보면 나무에 매달린다는 것은 신으로부터 저주받는다는 뜻이었다. (신명기에 나온다.) 즉, 예수는 신으로부터 저주받은 신의 아들이었던 것. 예수는 인류의 죄를 모조리 뒤집어쓴 채 하느님의 분노를 모두 받아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죄를 지어도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마음껏 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하느님께서는 어떤 죄를 지었어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죄와 죄를 지은 사람을 미워해도 하느님만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건 용서한다는 의미와는 많이 다른데, 실제로 이 책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가 닉과 트럭운전사를 용서했다는 대목은 없다. 오히려 예수는 트럭운전사가 다시 교회를 다니면서도 포르노를 보는 이율배반적 행위를 계속할 것이라 말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무조건적 사랑을 베푸신다. 우리는 받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어찌보면 하느님은 우리에게 상당히 관심이 없으신 듯 보인다. 당연하다. 하느님은 다른 사람보다 어떤 사람을 더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유일한 아들이자 그에게 가장 미움을 받는(!) 예수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분은 당신의 삶 속에서 우리를 지켜볼 뿐이다. 이 책의 비유에서라면 마치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기를 지켜보듯이 말이다.

이 책에 단점이 하나 있다면 계속 영원을 따진다는 것이다. 그게 있는지 없는지 난 솔직히 깊게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솔직히 죽을때도 천국이 영원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나. 그걸 파헤쳐보고 과학과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게 정말로 종교가 해야할 고집이 아닐까 싶다. 따지고보면 불교 빼면 거의 모든 종교가 영원성을 따진다. 그런데 불교도 중생들 다 구제해서 파티를 벌인다면 언제 끝나고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르잖나. 얘기도 안 하고. 기왕 천주교에서 독립한 종교인데 좀 더 쿨해지면 안 되나.

 

어느 집회에 참석했다가 들었는데, 메탈리카나 R.E.M은 물론이고 사이먼 앤 가펑클의 히트곡들도 하나같이 악마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고 그 앞에서 거룩해지고 싶은 마음에 크리스천 음악을 담은 음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조리 없애버렸어요. 나중에 '2006년에 일어난 CD 대학살 사건'이라고 제 역사책에 기록될지 몰라요."
"맙소사! 사이먼 앤 가펑클은 제법 괜찮은 음반인데... 하지만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보면 다니 다운받을 수 있을 거예요, 알고 있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예수를 바라보았다. '희안하기도 해라. 내가 지금 예수님과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이야기를 나누다니! 갈릴리 언덕에선 상상도 못했던 일일걸?'

 


예수도 인정한 사이먼 앤 가펑클. 사실 메탈리카던 무슨 음악이던 간에 남의 취향에 오지랖 참 많다 싶음. 목사님도 아들딸들 낳으실 텐데 왜 선정적인 가사(?)는 싫어하시는 걸까 싶기도 하다. 악마적인 리듬(?)의 기준도 애매하고 말이다. 그나저나 음악을 찬송가나 가스펠만 듣는 사람들도 주변에 몇 있긴 하더라. 인생 뭔 재미로 살까? 사이먼 앤 가펑클이 예언자와 신을 노래하는 모습은 그냥저냥 그 자체로 다른 이들이 CCM 가수라고 라벨을 붙여줘도 좋을 정도라고 생각하는데...하튼 자기 맘에 안 들면 전부 악마적이라고 쏘아붙이는 것들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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