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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y&Horror

바람의 잔해를 줍다

 


바람의 잔해를 줍다

저자
제스민 워드 지음
출판사
은행나무 | 2012-10-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어떤 고통 속에서도, 그 어떤 하찮은 생명도 모두가 반드시 살...
가격비교

 

부아 소바주의 거친 생명들은 그러나 그들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식물들은 씨를 뿌리며 그렇게 또 한 해를 살아간다.- p. 179

 


 


 

마치 소설을 그대로 재현해낸 듯한 사진이다.

가운데의 소녀가 흑인이었다면 말이다.


 소설 속 소녀는 피임이나 저항하는 법을 제대로 깨우치지도 못한 채 오빠의 친구들 중 일부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임신하게 된다. 주인공은 아이의 아버지가 어느 사람인지 제대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를 여성의 입장에서 보호해 줄 어머니는 오래 전 돌아가셨고, 그녀의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다. 그녀는 자신이 언제부터 임신했는지 확인도 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을 관망하고 있는 중. 오빠들은 그 남자와 결혼하도록 강제시킬 수도, 무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 장남은 농구대회에 나가고 싶은 자신의 열망 때문에 에쉬의 상태에 대해 어렴풋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듯하다. 결국 종잡을 수 없는 거친 성격의 차남 스기타 때문에 그녀의 진실이 폭로되지만,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분노에 휩싸여 그녀를 카트리나 한복판으로 밀어버린다. 사실 그녀가 임신을 맨 처음 깨닫기 전부터, 카트리나의 대비에 매우 신경을 곤두세우는 아버지와 그에게 휘둘려서 명령에 복종하는 오빠들과 아직 철부지라서 이런저런 말썽을 부리는 남동생 주니어 때문에 정신이 혼비백산하다. 


 


 

사실상 힘도 재력도 깡도 없는 주인공은 아기 아버지가 딴 여자와 자기 눈앞에서 쎄쎄쎄를 해도 메데이아처럼 깽판을 쳐놓을 여유조차도 없단 이야기다.

사실 요즘엔 요한묵시록같은 재앙이 닥쳐도 성경에서 나오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비슷한 강도의 재난을 겪을 순 없을 것이다.

둘 다 슬픈 현실이다...


 스토리는 상당히 잘 짜여져있다. 하지만 이게 허구가 아니라 저자의 실제 이야기에 기반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재난이 일어난 이후부터는 결말이 어수선하다. 카트리나를 여성화하고 주인공을 여성으로 만들어 메데이아라는 신화 속 주인공을 중심으로 통일시키려 했던 건 이해하겠다.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메데이아가 되지 않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 아무래도 강아지들을 구하기 위해 카트리나 속으로 몸을 던진 차이나에 그녀를 비유하려 한 것 같은데, 그에 대한 또렷한 메시지가 하나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에 카트리나가 일으킨 재난에 꽃혀서 그 비유를 깜빡한 듯하다. 이것저것 사회적인 메시지를 넣을 궁리를 하는 것도 좋지만, 적어도 마지막엔 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한 가지 메시지만을 또렷하게 넣었어야 했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그 메시지는 '무슨 일을 겪더라도 마지막 일격만은 내리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 반드시 때는 온다.'인 것 같고.

 최근 재난영화가 상당히 많이 상영되는데, 특히 토네이도라거나 바람에 의한 재난영화가 참 많다. 그런데 대부분 줄거리를 대충 훑어보면 알멩이는 참 없어보이더라. 시각으로 보는 것보다 덜하겠지만 이 책은 스릴감도 있고 내용도 꽤 알차니 굳이 재난문학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보는 걸 추천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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