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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tery&Horror

환생한 발렌띤 가족의 모험

 


환생한 발렌띤 가족의 모험

저자
알바로 마갈량이스 지음
출판사
상서각 | 2012-06-30 출간
카테고리
아동
책소개
어느 날 밤 타고 가던 차가 벼랑 아래로 굴러 떨어져 모두 함께...
가격비교

 

이윽고 밤이 되자 우리 가족은 모두 거리로 나갔다. 우리는 우리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엄마만 혼자 집에 남아 있었다. 엄마는 왼종일 우리들에게 소리치느라 너무나 지쳐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요! 그곳은 뱀파이어들을 위한 세상이 아니라고요!"

 

 어느 밤, 차가 전복되어 거기 있던 가족들이 모두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동차가 있는 이상 현 세상에서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다. 그러나 발렌띤 가족에게는 색다른 일이 일어난다. 거짓말처럼 그 가족들이 모두 다시 살아난 것이다. 그 가족은 이미 사망한 것으로 신고되었기 때문에, 그 가족은 꼼짝없이 자신들이 살던 집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장례까지 다 마친 뒤라 그 가족이 죽었음을 다 아는 사람들은 그들의 귀환을 무서워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햇빛을 쐬고 살아가지 못하는 처지가 되어 '외출해서 은행에서 돈을 인출할 수도 없다.'

 안 그래도 죽음을 무서워하던 발렌띤 할아버지는 어쩌면 이렇게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발렌띤과 그의 여동생은 처참한 심정을 드러낸다. 소심한 성격인 발렌띤은 일기에 '다시 죽고 싶다'라고 적는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꿈을 이루지도 못하고 밤중에만 한없이 집에서 빈둥대야 하는 현실에 지친 것이다.

 그 외에 뱀파이어를 쫓는 사람들이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하고, 집이 헐리는 등 발렌띤 가족은 온갖 수난을 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러스트의 힘 때문인지, 아니면 그 모든 걸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는 시원스러운 문장 때문인지. 이야기는 매우 익살스럽게 펼쳐진다. 어쩌면 발렌띤 가족의 어리숙함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느 순간 갑자기 뱀파이어가 되었지만, 막연한 인간시절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피를 마실 생각도 안하고 엄마가 만드는 피순대를 먹으며 살아간다. 집을 팔아넘기려는 삼촌을 숨어서 지켜보지만, 평소 생활하던 대로 소리를 지르는 등 자유롭게 행동하다 우발적으로 자신들이 숨어있는 곳을 드러내는 허술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을 갑자기 배척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탓하기는 커녕 뱀파이어가 된 자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들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살아간다. 남을 미워하면서 살아가지 않는 어리숙하고 순박한 사람들의 표본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찌보면 굉장히 자학적인 그들의 생각은 점점 그들의 어깨를 '짓눌러간다'. 어쩌면 세상에 대한 공격의 칼날을 자신들에게 무의식적으로 돌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용산 철거 때의 일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한 나라에서 같이 사는 사람을 비정상적인 사람 혹은 '빨갱이'라고 생각하여

타죽는 것도 당연시하는 사회.

사실 그 사건에 말려들어 타 죽었다는 사람들도 사실 죽지 않았고,

발렌띤 가족처럼 모험을 떠난 것은 아니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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