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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루리색에 흐려진 일상 4

조용히 잠들려는 혼을 산 자가 멋대로 이 세상에 얽매이게 해서 좋을 턱이 없다. 때문에 아무리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견디기 힘들더라도, 다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생과 사를 가른다. 죽은 자가 떠나는 것을 배웅한다.
유령 따위로 만들어 이 세상에 남기는 것은, 자신을 저주하거나 복수하는 데 이용하는 것은, 결코 고인을 위한 일이 될 수 없다. 죽은 자는 그대로 잠들게 해줘야 마땅하다. 명복을 빈다는 것은, 아마 그러한 의미일 것이다.

 

 

 

새삼 체페리 가문 집안을 애도합니다...

 

 왠만큼 일본 만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일본에서는 처음 본 인물이나 이름을 막 부르기 힘든 사람들을 성으로 부른다. 개그로서도 영능으로서도 콤비가 된 우도 루리와 콘노 타카미. 그러나 그 둘도 서로를 이름으로 부르기가 어지간히 쑥쓰러웠나보다. 그러나 성격이 망가지는 영학이라는 병을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콘노가 타카미로 진화되었다. 역시 루리는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스이라던가 자쿠로가 워낙 캐릭터성이 강해서 루리의 개그가 되려 덮이는 느낌이었다. 일본에서는 츤데레 귀족 아가씨 스이가 어지간히 인기가 높았던 느낌이고 본인은 사실 자쿠로같은 섹드립이 엄청 취향이었는데(눈물점도 있고!) 3권과 4권에 캐릭터가 등장한 게 다여서 너무나 아쉽다. 이리야의 하늘도 4권이었다지만 이 설정은 좀 더 진행해도 되었을텐데... 비슷한 장르인 이능배틀은 일상계 속에서도 4권 이상은 되었을 텐데 ㅠㅠ 기발한 캐릭터가 묻히는 게 아쉽다. 4권이 2014년에 나왔는데 슬슬 신작을 내놓을 때가 되지 않았나? 슬슬 분발해줬으면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작 작가치고는 은근 인기가 있었다고 보는데 항상 그럭저럭 괜찮게 순위를 유지하는 라노베들을 출판해주시는 AK가 번역을 해줬으면 싶고. 1~3권까지 일본에 대한 깊은 지식을 바탕으로 책에 이리저리 각주를 달아준 김지연라는 번역가가 하도 인상깊어서 또 어떤 책을 번역하고 있나 찾아봤더니 무려 왕국 게임을 번역 중이었다. 그러고보니 그 작품도 슬슬 번역되는 중이었구나... 왜 갑자기 4권에서 하구미로 번역가가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난했다. 그렇지만 흐름이 깨진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김지연이 의역을 했다면 하구미는 아예 직역을 한 셈인데, 아무리 완결인 책이라고 해도 스타일을 바꿔버리니 압박감이 상당했다. 보통 번역가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나도 책을 다 본 후에 검색해볼 지경이었으니까. 여러모로 아쉬웠지만 가볍게 보기엔 좋으니 영능물 좋아하는 분들은 반드시 킵해놔야 할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