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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회장님은 메이드 사마 1~5권

"... 화가 난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그럴 지도 모르지. 왜인지 알아?"
"... 그, 그냥."
"그래...? 그럼 화해할까?"

 

 

 

일단 이 만화는 하이틴 로맨스이다. 요즘 날씨가 추워서인지 자꾸 로맨스를 읽고 싶었던 나는 기존에 봤던 할리퀸말고 좀 더 새로운 걸 보고 싶었다. 90년대 로맨스가 과격하고 끈적끈적했다면(신조 마유라던가 시노하라 치에라던가) 요즘은 알콩달콩 밀당하는 로맨스가 유행이라길래 일단 가장 유명하고, 이전에는 스토리 질질 끌고 씬도 없는 게 너무 지루해서 덮었던 메이드 사마를 집어들었다(...)

 

 일단 이야기는 과격하게 남자를 제압하는 학생회장으로 시작된다. 이유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갔고, 그 경험으로 인해 무능한 남자들은 싫다는 것. 그녀는 마침 여성이 20%밖에 차지하지 않는 고등학교를 만났고, 학생회장이 되서는 완전 물 만난듯이 남성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왠만한 남자보다도 더 힘세고 괄괄해진 그녀가 알바로 메이드를 택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체력의 한계 때문. 가난한 사람이 프리터, 혹은 프톨레타리아로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소설의 제목이 '편의점 인간'이란다. 10대들에게 가족은 사람이 직접 선택할 수 없는 여러가지 것들 중 하나다. 확실히 가족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미사는 항상 화가 잔뜩 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이 과거에 저질렀던 죄와 제국주의를 미워해야지 일본 애니와 만화와 거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미워할 수 없다. 분노 속에서 사는 미사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남자가 바로 우스이다. 대부분 미사를 지키려다 자기가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항상 부상을 심하게 입고, 빈정거리거나 섹드립만 하지 않으면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에, 뭐든지 돌려 말해서 항상 미사를 기죽게 만든다. (물론, 여기선 로맨스의 전형으로 나오는 아름다운 얼굴과 약간 근육진 몸매와 찰랑찰랑 잘 뻗은 금발과 만능인간의 요소는 다 뺐다.) 책임감 하나는 끝내주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게 있는' 미사는 번번히 가시돋친 말로 그런 우스이에게 상처를 준다. 말 그대로 책임질 수 있는 연애관계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썸은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무언가에 제대로 빠질 수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같이 있고 싶고는 싶은 본능 때문에 이 세대가 만들어낸 자구책은 아닐까. 앞에서 이야기한 편의점 인간이란 소설에선 결국 여자가 남자와 헤어지고 편의점 일을 하며 끝을 맺는다. 점장조차 30대인 메이드 카페에서 학생회장은 더더군다나 평생 일할 수가 없다. 항상 아슬아슬하게 무너지려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미사, 그리고 모래성같아 보이는 그녀를 항상 부루퉁하게 지켜보는 우스이. 이들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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