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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그네

왜 배당하지 않는가 중에서

그리하여 순치된 자들이
어떤 이의도 없이 신호등을 지켜 보도로만 차분히 걷기 시작하였다
광장의 잔디는 밟히지 않아 보리순같이 자랐고
호객의 꼬드김과 게워낸 구토물이 넘치는
활기찬 밤거리로 복원되었다

그리하여 날마다 평온으로 얻은 부가가치가 천문학적으로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몇사람은 궁금해 묻기 시작했다
이의는 갖은 방법으로 통제되었으나 입을 찢진 못했다

국가는 날이면 날마다 차고 넘치는 평온의 적립금을
왜 배당하지 않는가?
예외없이 마이너스인 나의 통장에 당신의 통장에

 

 

사람들과 갈등이 있는 날에는 한참동안 낙화라는 시를 읽게 된다. 아무래도 내용상으로 가장 파격적인 시가 지게라서 기억에 제일 남게 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가장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왜 배당하지 않는가이고. 그나저나 젠장 ㅋ 시집 이름이 그네라니 꼰대들이 보기엔 이제 취업은 다 틀린 상황인데 ㅋㅋ 공무원 된다면 상당히 정권이 진보적인 걸 알 수 있는 지점에 온 건가... 그러나 알고보니 그네는 왔다갔다 흔들리는 저자의 특성을 표현할 뿐이지 딱히 박그네를 호칭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던 듯하다. 아무튼 그녀가 법정에 서서 심판받는 모습을 생중계로 보면서 이 리뷰를 쓰려니 기분이 참 묘하다.

여기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꽤나 글로 쓸 수 있을 만한 게 많다. 예전엔 내 옆에서 아주머니들이 때 이야길 하고 있었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때가 많이 나온다는 주장이 나왔으나 이는 금방 덮였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은 때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폭 한숨을 쉬면서 그런데 자신은 왜 그렇게 때가 많이 나오냐며, 때가 나오는 병이라도 걸린 거냐며 말을 하고 웃음이 터졌다. 내 생각엔 아마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몸에 때가 많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지만.



 

 

 

남성이 남성에게 성추행 당할 때가 있듯이 여성도 여성에게 당할 때가 물론 있다. 그렇지만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특히 82년생 김지영에게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다'라고 반박하는 사람들에겐 무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한 운동장처럼 보이게 만들려는 듯하다. 이런 사람들이 감정에 치우쳐서 먼저 하는 시도가 세상의 모든 추를 좌우에 똑같이 달아놓으려 하는 것이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애초 고장나서 한쪽이 축 늘어지는 저울에 그렇게 하면 늘어진 쪽은 더 늘어져서 결국 저울은 못 쓰게 되어버리거나 넘어지고 만다. 애초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드는 방법은, 가볍게 들어올려지는 쪽에 추를 더 많이 다는 수밖엔 없다. 뭐 시에 나오는 저울 이야기는 배경이 운동권이겠으나.

그네 서평에서 한마디만 더 하자면, 이 시인이 평범한 서정시에서 더 나아간 이유는 현실을 직시하고 도망가지 않아서이다. 현실에서 자기 자신을 지킬만한 최소한의 집게발을 지닌 그는 구멍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팔뚝질을 할 지언정 과거를 잊지 않았다. 실천류 시인들은 왜 이리 서평이 죄다 온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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