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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까치독사

입관 중에서

몸땡이는 캄캄허게 식었드래도
귀는 열어둔다는디 즈아부지
시방 내 소리 듣고 있지라
입때껏 뼈 빠졌어도
요게 머냐고
술에 곤죽이 되어가꼬
대문간에 고꾸라질 적마다
차라리 디지라고
칵 디저불먼 부좃돈이라도 벌제
무신 년의 복이 요로코롬 휘어졌디야
막 쏘아붙인 거 참말로 미난허요

 


쌍용차의 또 다른 한 분이 생을 자살로 마감하셨다. 시신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시체팔이, 관 장사, 이러려고 뒤진 거냐, 아이고 시원하다, 대한문 앞은 박근혜 대통령 님을 지키려고 목숨바쳐 온 애국의 성지인데 누구 맘대로 분향소을 차려! 당장 꺼져!”라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그렇게 퍼부어대고 간다고 한다. 그뿐이랴. 분향도 방해하고 바닥에 물을 뿌려 서 있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한다. 나는 그곳에 가 서 있을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촛불집회 때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상에서 풀처럼 뽑아버려야 할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 무심코 절 갔다가 어떤 아주머니가 내 지갑 리본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세월호 리본이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대놓고 내 눈앞에서 시체팔이라던가 그러게 왜 배로 호화관광을 하느냐 소리를 해서 불교라면 소개팅을 신청해도 거절했던 생각이 난다. 왠만하면 사람 안 가리는데 지금도 그 말이 귀에 남는다. 또 다시 생각난다. 사람이 완전히 저승에 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있는 부위가 귀라던데. 좋은 말을 해야 편하게 가신다는데. 나머지 분들이 돌아가시지 못하게 밤낮으로 맴돌며 지키고 싶다. 뭣도 모르면서 떠드는 사람들의 입을 부숴버리고 싶다. 더 크게 소리를 질러 이상한 사람들의 말을 덮어버리고 싶다. 그러나 무섭다.

옛날에 하루종일 자살 얘기했던 단짝친구가 있었다. 그때도 어떤 어른이 걔한테 너는 무슨 어린 애가 그런 소리를 하냐고 해서 내가 오히려 열올렸던 생각이 난다. 얘에 대해 모르면서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그러나 확실히 그 행위는 민폐였다. 그 누가 어떤 짓을 해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지상에 남은 쌍용차 사람들의 슬픔을 그 누가 받아줄 수 있을까?

의자놀이 리뷰를 보니 역시나 무섭다는 말이 두번이나 나왔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확실히 그 어떤 사건보다 난 쌍용차가 무섭다. 이건 국가의 이지메에 가깝다. 아니, 사냥이랄까.

인간이란 뭘까.
시체팔이라니.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왜 죽었냐니.
그런 말을 꺼낸 네 입이 지옥이다.

세월호 관련 시 참살을 읽고 확 무언가가 치밀어올라 이 구절을 썼다만 시가 모두 다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사실 사투리 섞인 구수한 서정시집에 속한다. 그렇지만 군데군데 악몽에 대한 이야기라거나 그늘이 보이는 건 사실이다. 6.25 전쟁이라거나 북한 이야기를 들려주긴 하는데, 어떤 사람의 인생 이야기라던가 지명이라던가 사투리를 써서 중요하지 않다는 듯 담담히 스쳐지나간다. 마치 '잠자리'처럼 자연 풍경을 묘사하던 중 생명 하나의 이름을 부르듯이. 그러나 '자살'이 그렇게 간단하게 툭툭 튀어나올 수 있는 단어일쏘냐. 굉장히 묘한 기분이 드는 시집이다. 까치독사라는 이름이 상당히 어울린다. 섹드립도 나오는데 묘사를 보면 나와 같은 누님 취향이실 것 같다. 나도 시 바람소리처럼 그렇게 자다가 누님한테 한번 안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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