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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아빠를 딱 하루만

이사 가는 나무

 

마당에 우람하게 서 있던

나무가 이사를 갑니다.

트럭을 타고 길게

누워서 이사를 갑니다.

 

처음으로 누워서

나무는 하늘을 봅니다.



 

 


진짜 불행히도 난 좋지 않았던 일들을 잘 까먹기 때문에 대부분의 슬픈 일은 금방 잊어버린다.



그런 날을 잊지 않으려고 글을 써도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가 어느 날엔가 홱 버려버린다. 그래서 일기장은 블로그 아님 없으며, 그나마 대부분의 글들도 지워버렸기 때문에 내가 진심으로 슬퍼할 때의 내용은 쓰여져 있지 않다. 그래서 리뷰를 쓸 땐 좀 억지로 다른 사람과의 안 좋았던 일들을 담아서 쓰는 편이다.
할아버지는 안경 나사로 안경을 조여서 쓰시곤 했었다. 외할아버지는 나와 성격이 안 맞아서 매우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그가 6.25에 참전한 군인이란 사실엔 어느 정도 자부심을 품고 있다. 난 내 주위 대부분 사람들의 모든 말을 진심으로 믿고 있다. 설령 그 주위의 '바깥'에 있는 사람이 그 말의 진위를 의심해도 나는 믿으려고 한다. 내부와 외부, 안과 바깥의 차이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와 영영 헤어져 만나도 인사하지 않는 사이가 될 때 나는 그 누군가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실제로 헤어진 후 다시 마주치면 내가 알았던 그 사람이 아닌 경우가 많더라. 나는 사람이 죽으면 세상의 인과관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헤어지고 잊혀지게 되는 것이다. 죽음이 슬픈 이유는 어쩌면 그래서가 아닐까.

나는 받아쓰기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그 다음날 8월 25일에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것도 아침에 저녁밥 같이 먹자 해놓고 갑자기 심장이 멎어서 사망하신 것이다. 가족들은 충격이 컸다. 병원에 한달음에 달려가 다리도 문질러보고 가슴도 문질러보지만 아버지는 일어나지 않는다. 염라대왕님이 실수하신 것이기를, 내 생일날만이라도 신께서 아버지를 보내주기를 빌어보지만 여전히 아버지가 없는 집은 텅 빈 것만 같다. 현관에서 벨소리만 들려도 귀를 쫑긋 세우던 나는 우연히 옷장에서 아버지의 추리닝을 발견한다. 인간의 일상은 오래 입어 늘어난 속옷 따위에서 갑자기 새롭게 재발견되기 마련이다. 그걸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하튼 여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는 순간은 창조만큼이나 새롭기 마련이다.

(부모님을 여의지 않아서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해냈으나 다소 현실성은 없는 시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부모 가정이 되었을 때 아이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사회적 편견과 그로 인한 경제적 궁핍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부모님이 생명을 잃으면 나와 같이 살지 못하니 얼마나 불쌍한가'라는 생각도 아이답긴 하지만, 그게 '생명을 더 이상 잃을 수 없다'로 바로 이어질 수는 없지 않을까? 딱히 고양이만 불쌍한가? 따지고보면 우리 입에 들어가는 동물 식물 모든 음식이 이미 죽었으니 불쌍한 게 아닐까? 나는 실제 이보단 더 많은 생각이 들었을 듯하다. 그래도 자신이 아끼는 생물들에 대한 소소한 감정을 글로 옮기려 노력하는 나의 태도는 존중한다.



 


살아가면서 속은 단단하고 겉은 물러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말한다.


하지만 되려 겉이 물러보이면 여러 사람들이 꾹꾹 찔러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꾹꾹 찌르는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말은 매우 지당하지만 살면서 자신을 지켜낼 AT필드 정도는 필요한 것 같다. 겉이 물러서 수억번 찍히다보니 내 울타리엔 가시가 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서 벽을 느낀다고 말하고 이기주의자라고 손가락질하며 스쳐지나갔다. 세상이 이렇게 혼자 사는 추세로 돌아가자 오히려 나는 요새 내 벽, 아니 가시가 고마워지고 있다. 그렇다고 가시 채찍으로 일단 남부터 후려치고 보는 행태를 부리면 안 되겠지만. 좋은 일러스트를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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