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antasy&Comics

국가의 사생활

 


국가의 사생활

저자
이응준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9-04-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국 문학이 기다려 온 바로 그 강렬함 이응준이 그려 낸 '어두...
가격비교

 

"저 여자가 너 같아? 네가 저 여자 같고?"
"네."
"아휴, 쪼다. 그럼 저 여잘 네가 사랑하고 있는 거네."
"무슨 소립니까?"
"야. 내가 너고 네가 나인 건 사랑인 거야, 사랑."- p. 215

 


 


일베사이트라던가 다른 우익단체사이트에서 김정일과 노무현을 깎아내리려는 의도의 사진들이 많이 나돌고 있는데

이 사진은 그런 짤방이 아니라 실제 베네통의 광고이다.

이전에 신부와 수녀의 키스사진으로 많은 논란을 일으킨 베네통이라 우리나라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용히 넘어갔다. 하여간 우리나라는 베짱도 없어서 외국에서 했다고 하면 무조건 네네거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국가와 관련된 특유의 이데올로기들이 많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몇몇 지식인에게서 격한 반발을 사고 있지만 국내에서 쓴 <제국의 위안부>같은 책이 버젓이 출판되어 나돌고 있다. 일본이 쓰나미와 지진으로 역경에 빠질 때 고소해하는 인간도 있지만 되려 그런 인간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몇몇은 일본의 만화가들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지 열심히 검색해보기도 한다. 2000년대엔 햇볕정책으로 인해 통일에 대한 복합적인 이론들이 격하게 충돌한 적이 있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실험하고 있는 지금은 모두 잠잠해졌다. 오히려 인터넷상으로 GDP 총기사건 이야기가 나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여당들이 흡수통일 이야기를 더 자중하는 분위기이다. 

 난 통일에 대해서 반대한다. 이 소설의 세계관에서처럼 남한이 북한과 더불어 가난해지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생각이 통일을 반대하는 주된 요인은 아니다. 물론 세계화가 되면서 국가 이데올로기는 많이 약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남한에서는 아직도 동성애자, 탈북자, 장애인, 여성과 아이같은 '소수집단'에 대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북한은 국가 이데올로기가 선입견처럼 뿌리박힌 독재국가이다. 만일 그들이 세계화에 노출되고 남한의 이주 노동자들과 경쟁하면서 자본주의의 지배 아래 살아야 하는 처지에 자신이 놓였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독재의 속박에서 벗어난 뒤 또 다른 새로운 속박에 묶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의 분노는 어떻게 폭발할까. 

 이응준은 놀랍게도 우리나라의 조폭 세계에서 그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북한에서 한 때 인민군의 영웅이었던 리강은 흡수통일 이후 대동강 조폭 밑에서 일하게 되는데, 자신의 부하가 황당한 죽음을 맞게 되자 그 원인을 세세히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한바탕 느와르가 벌어지는데(북한의 군인들을 전부 실업자로 만들어버린 탓에 그들이 지니고 있던 총기가 사방으로 퍼져 총기규제는 커녕 훈련된 병력의 통제도 불가능하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빼고 다 죽는 포스가 왠지 에바나 7분마다 1명씩 죽는다는 X 극장판 급이다. 그러나 문체는 지극히 이응준답고, 그래서 멜로물도 다 들어있고 그 와중에 지식인 소설 분위기도 풍기는 복잡한 소설이다.

 추리물로 보기엔 상당히 미흡하지만 애초에 작가는 한국 디스토피아 느와르 세계관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던 듯하다. 아무튼 설정은 한번쯤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김정원

'Fantasy&Comic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음과 불의 노래 5부 드래곤과의 춤 1  (0) 2014.10.14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19~20권  (0) 2014.09.23
SKT 2  (0) 2014.07.05
동방삼월정 1~3  (0) 2014.07.04
프리즈마 이리야 1~2  (0) 201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