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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열하일기 中 열하일기(중)(겨레고전문학선집02) 카테고리 인문 > 한국문학론 지은이 박지원 (보리, 2004년) 상세보기 만일 온 세상이 비를 바랄 때에 이렇게 한 뜨락만 비로 축인다면 이 역시 일은 다 된 일인 성싶다.- p. 455 윗 글은 좀 설명이 필요한데, 박지원이 열하를 들러서 축제를 구경하던 중거북을 탄 선인이 비를 부르는 장면을 구경하면서 쓴 문장 중 하나이다. 거북이 물을 뿜는데, 그 물의 양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만 떨어지고 구경하는 사람들에겐 떨어지지 않는 장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는 천하의 모든 사람들이 혜택을 바라고 있는데, 정작 모든 혜택은 천자에게만 돌아가고 있는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뭐랄까... 근본적인 이념의 배경이 유교라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긴 하지만 조금 더 진보적이.. 더보기
열하일기 上 열하일기(상)(겨레고전문학선집01) 카테고리 인문 > 한국문학론 지은이 박지원 (보리, 2004년) 상세보기 "자네 도를 아는가?" "그 무슨 말씀인지요?" "도를 안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세. 도는 저 강시울에 있느니." "그러면 누구나 먼저 언덕에 올라간다는 말씀인지요?" "그런 말이 아닐세. 이 강물은 두 나라의 경계선으로서, 경계란 물이 아니면 시울이 될 것 아닌가? 도대체 천하 백성들이 법도를 지킨다는 것은 저 강물 시울 짬과 같은 것일세. 도를 다른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저 물시울 짬에서 찾아야 될 것이네."- p. 30 인상깊은 구절을 보면 어려워보인다고 불평하시겠지만, 이 구절은 두고두고 보고 깊이 그 의미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기 위해 옮겨적은 것이다. 무지한 본인은 이 구절을.. 더보기
침묵의 추구 침묵의추구소란한삶에찾아온의미있는변화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조지 프로흐니크 (고즈윈, 2011년) 상세보기 개라는 소리를 계속 들으면 언젠가 큰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대들지 모른다. 이와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비범한 사람으로, 더 고귀하고 풍부한 본성을 지닌 사람으로 대우하면 자발적으로 침묵을 지킬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레싱의 주장은, 현대 문화에서 침묵이 부족한 이유가 교육의 붕괴 때문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p. 316 '옆집에서 소음이 나면 이어폰을 꽃고 시끄러운 음악을 최대치로 틀어놓고 잠든다'라는 사상을 가진 나에게 색다른 견해와 느낌을 가져다 준 책이었기 때문이다. 조용한 곳에서 읽으면 더욱 인상이 깊어질 책이라고 미리 말해두어야겠다. 이 책의 저자는 완전한 침묵을 추구하.. 더보기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민들레를사랑하는법 카테고리 시/에세이 > 장르시 지은이 류시화 (나무심는사람, 1999년) 상세보기 풀과 벌레들처럼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것이며 삶다운 삶을 살아야 죽음다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음을 잊지 말라. - p. 71 (생활의 규칙- 람 다스) 류시화 선생님의 시는 내 취향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이 분의 번역실력만큼은 인정한다. '모국어를 제대로 알아야 다른 나라의 언어가 보인다'라는 말에 공감이 갈 수밖에 없달까. 자칫 음율을 놓칠 수 있는 외국의 시들을 정말 매끄럽고 그럴 듯하게 번역해놓는 것을 볼 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에서 그녀의 기량을 처음 접하고, '한 줄도 아름답다'라는 하이쿠 시 번역집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시의 취향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다... 더보기
와인과 사람 와인과사람소믈리에이준혁이만난15명의명사들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이준혁 (북스캔, 2011년) 상세보기 처음에는 와인이 사치스러운 술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와인을 즐겨 마시다 보니까 타인의 취향이 이해되고 더 이상 사치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진 촬영이 취미인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고가의 렌즈를 구입하게 되는 것처럼 와인 역시 취향의 문제인 것 같아요.- p. 92 와인을 마시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터뷰라 그런지 다들 허심탄회하게 술에 대한 견해, 취향에 대한 생각, 예술에 대한 관점을 술술 털어놓는다. 와인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제공함은 물론, 와인에 대한 편견을 바꾸려 노력하는 소믈리에의 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19000원이라는 가격에.. 더보기
문학사냥꾼들- 영문학 추적의 역사 이 책을 읽다가 언뜻 머릿속에서 어떤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제일 먼저 드러내는 내용은 학자들이 매우 고리타분하며 정치는 생각하지 않고 문학만을 생각한다는 어떤 잡지에서의 비난이었다. 이 기사에 집중폭격을 받은 시인은 몇십년간 조용히 살다가 갑자기 책을 내어 예전에 쓰여진 그 기사에 대한 완곡한 해설을 했다고 한다. 그 쓸데없다고 하는 학문 덕분에 사람들은 사는 동안 위안을 찾을 수 있고, 사람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상세계를 조성하며, 무엇보다 그 일에 목숨을 걸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삶의 소명을 준다. 아마 이 책에서 나오는 영문학자도 그런 ‘쓸데없는’ 삶에서 일종의 소명감을 느끼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으로 학자들을 정의하자면 한없이 바보같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심.. 더보기
일본은 없다 2 일본은없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전여옥 (푸른숲, 1997년) 상세보기 일본은 해외에서 일본 국민이 테러를 당하거나 납치를 당해도 모른 척하거나 회사와 나라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독특한 대국민 대처로 유명한 나라이다. (...) 이를 두고 우리나라 언론들은 너무나도 침착하고 성숙한 국민이라고 추켜세운다. 그것은 노예 근성을 부추기기 위해서인가?- p. 35 최근 일본에서 원전사고가 일어난 뒤로 우리나라의 일본에 대한 사과 촉구가 왠지 흐릿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확실히 상황을 구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일본이 그런 일을 당한 건 안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이 만든, 자업자득의 사건이라는 사실을. 나는 일본의 지진 구호문구라는 Pray for J.. 더보기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다르게생각한다다른생각그러나다투어야할생각 카테고리 기술/공학 > 환경/소방/도시/조경 > 환경 > 환경이야기 지은이 이일훈 (사문난적, 2011년) 상세보기 여기저기 들어서는 우리의 신도시들은 어떠할까 깊이 살필 일이다. 그런데 아직도 두바이를 벤처마킹한다고 한다. 정신을 놓은 게 분명하다.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 공헌하는 신도시가 제발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 p. 110 요새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거론되고 있다. 강남아파트 값이 쑥쑥 내려가고 있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환경이 이슈화되면서 좋은 '집'의 개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탓일 것이라 짐작된다. 이 책 또한 건축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다른 책들처럼 건축 기술이나 아이템, 디자인을 다루기보다는 환경을 많이 다루.. 더보기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아체는너무오래울고있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박노해 (느린걸음, 2005년) 상세보기 한 번 지진으로 만 명 이상 죽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뿐이다.- p. 34 원랜 이것 외에 읽는 책이 더 있었는데 중도에 잃어버려서ㅠㅠ 결국 이 책부터 읽게 되었다. 어찌어찌해서 지금 읽기를 마쳤지만 또 다른 사정으로 인해 금요일날 모임에는 나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아무튼, 난 지금 쓰나미 후에 일어난 사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의 ’듬직한’ 후원과 봉사활동가들의 ’넉넉한’ 인심을 알게 된 것은 물론 좋았지만 무언가 중요한 걸 빠뜨린 느낌이랄까. 지금 이 책을 읽어보니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채로운 식.. 더보기
땅, 물, 불, 바람과 얼음의 여행자 땅물불바람과얼음의여행자원시의자유를찾아떠난7년간의기록 카테고리 인문 > 철학 > 철학에세이 지은이 제이 그리피스 (알마, 2011년) 상세보기 은행에 들러 돈을 빼오다가 무언가가 불현듯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고 나는 전력으로 질주하여 10분만에 다시 현금출납기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미 책은 분실되고 없었다. 내가 워낙 기억력이 없어서 이런 일을 3번이나 겪었지만, 겪을 때마다 태평하게도 이런 생각이 든다. '없어진 그 책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어쩌면 폐품장에서 쓰레기들과 같이 불태워질지도 모르고, 어쩌면 어르신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읽게 하려고 남들의 눈치를 보며 몰래 줏어갈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만큼은 후자이기를 바랬다. 그리고 돈을 주고 이 책을 다시 샀다. 본인이 잃어버린 책을 다시 사는 일은 드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