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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평행과 역설 사이드: 아도르노는 이렇게 말하지요. 음악에 벌어진 일은 음악이 가령 피델리오의 트럼펫 소리에서 알 수 있다시피 굉장한 부르주아지인 베토벤에서는 사회를 재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의 시대로 오면 음악은 대신 사회 속에서 아무런 기능도 담당하지 못하는 무능력만을 대변하게 됩니다. (...) 오늘날 음악이 혼을 빼놓을 정도로 복잡해져, 음악으로 하여금 사회의 반대축이나 균형축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도록 강요하는 비인간적인 사회를 고발하는 것이 현재 음악이 갖는 의미라는 것이지요. 요즘에는 자꾸 클래식만 듣게 된다. 일단 가사가 있으면 집중력이 엄청 떨어지는데 (요새 일어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 왠만하면 다 알아들음.) 아예 모르는 이태리어 불어 이런거 나오면 그나마 일하.. 더보기
향연 파이드로스, 이렇게 나는 무엇보다도 우선 에로스 자신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기에, 그 다음의 것으로 그가 남들에게 있는 이 비슷한 다른 것들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막 뭔가 운율을 넣어 말해 보겠다는 생각이 내게 들었네. 인간들 사이에는 평화를, 바다에는 바람 없는 잔잔함을, 바람들의 안식을, 또 근심 속에 잠을 만드는 자가 바로 이 신이라고 말일세. 이 신은 우리에게서 낯설음을 비우고 친근함은 채우네. 읽어보니까 의외로 상당히 재밌는 술파티였다. 단순히 현대에서 말하는 사랑만이 아니라 영혼에서 발원하는 순수한 영적 정관을 다루는 이야기랄까. 아무튼 술자리에서 사랑이야기라니 멋지다. 그런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홀로 50대인 소크라테스 뭔데 ㅋㅋ 태양의 정점인 .. 더보기
에티카 예컨대 인간은 다른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는 원인이지만 다른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는 원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본질은 영원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질에서는 완전히 일치될 수 있지만 존재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비록 한 인간의 존재가 없어진다고 해도 다른 인간의 존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일 어떤 인간의 본질이 파괴되어 그릇된 것으로 될 수 있다면, 다른 인간의 본질도 역시 파괴될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결과에 관한 본질과 존재의 원인인 사물은 본질에 관해서든 존재에 관해서든 그러한 결과와 구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신의 지성은 우리들의 지성의 본질과 존재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신의 지성은 그것이 신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한도 내에서 본질.. 더보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동정이다! 더 높은 인간들에 대한 동정이다!" 그는 소리쳤고, 그의 얼굴은 청동으로 변했다. 좋다! 그것도ㅡ끝이 났다! 나의 고뇌와 나의 동정ㅡ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 도대체 나는 행복에 뜻을 두고 있는가? 나는 나의 과업에 뜻을 두고 있다! 자! 사자가 왔고, 나의 어린아이들은 가까이에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성숙해졌고, 나의 때가 온 것이다. 이것이 나의 아침이다.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이제 솟아올라라, 솟아올라라, 그대 위대한 정오여!" 차라투스트라는 남을 도우려는 자선이 자신의 행복과 동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것을 극복하려 결심했는데도 불구하고 차라투스트라는 제4부 맨 마지막에 가서야 극복해낸다. 이는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 없이 자만을 품지 않고 자신의 과업에 순수하게 전념.. 더보기
살다 예를 들어 상처가 났을 경우 몸이 보이는 반응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는 것이다. "곧 혈소판들이 서로 엉기면서 출혈을 중단시켰다. 조직에 외부 세균이 침투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대량의 백혈구들이 상처 주위로 모였다" 등등. 이런 설명은 마치 혈소판이나 백혈구들이 의지적으로 이런 지능적 활동들을 해내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우리의 위와 장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그 일을 멋지게 해낸다는 식으로 말한다. 마치 사과나무가 사과를 맺듯이 말이다. 난 이렇게 생각 안 하기가 힘들더라. 지금도 피규어같은 게 살아 있다고 생각함. 그런 의미에서 팟캐스트를 듣다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접했는데 독일-한국 혼혈 10대가 고딩때 남친과 자신의 방에서 동거하겠다고 엄마에게 떼를 썼댄.. 더보기
버리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라면, 과거에 버린 연인을 우연히 마주치는 일 따위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련만... 이 문제를 좀더 명확히 들여다보기 위해, 일단 어떤 관계에서라도 상대에 대해 거리를 두고 멀어지거나 관계를 끊을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는 점부터 짚어두자. 이 책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문제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구라는 우주 비행선의 주된 문제는 우리에게 식량을 공급해줄 식량 칸이 따로 없다는 것이라고. 다만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야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엄청난 양의 재생 가능 에너지인 태양에너지를 더 잘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서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가 주요 에너지 생산원으로 대체되면 가격이 비싸진다며 폭주하는 닝겐들이 있다. 그러면 원전은.. 더보기
원하다 우리의 의지가 자유로운 것은 바로 이렇게 부정적인 것까지 원할 수 있는 가능성, 모든 것을 무시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초연함의 자유'라고 부른다. 중립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해 인위적으로 '초연'하게, 그러니까 중립적으로 대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진짜 원하는 걸 찾기 이전에 원해야만 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을 찾는 게 먼저라고 본다. 물론, 책을 쓸 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안 쓰는 사람들도 많고 심지어 그 와중엔 책도 안 읽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옆에서 책을 쓰라고 쓸데없이 강요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던가, 여러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역시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만일 글을 쓰.. 더보기
말하다 모두들 풀은 '초록'색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그리고 소방차는 빨간색이라고 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똑같은 단어로 서로 다른 것들을 지칭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실용적인 의사소통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빨강'과 '초록'이라는 단어의 심오한 의미는 나와 상대에게 전혀 다를 수도 있다. (...) 의사소통의 부족한 점들은 더 많은 소통으로 극복할 수 있다. 내가 그 인간이 간헐적인 색약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안 건 젠가를 할 때였다. 특정 색의 젠가를 빼야 하는데 계속 반대되는 색의 젠가를 빼는 것이었다. 어떨 땐 정상일 때도 있는데 다른 때는 보색이 대비되서 보인다나. 그래서 그 녀석은 나의 도움으로 인해 젠가 게임을 진행해야 했다. 그렇게나 게임을 좋아하는 녀석이 뻘쭘해하니 안 돼 보.. 더보기
먹다 통통한 여성들을 미인의 기준으로 삼았던 19세기에도 이미 거식증 환자들이 존재한 것으로 보아, 젊은 여성들은 원래 패션모델처럼 마르고 싶어한다고만 설명할 수는 없다. (...)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이런 것들이 아니라, 어떤 젊은 여성이 음식을 놓고 벌이는 게임에서 권력과 지배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서 빠져드는 악순환의 늪이다. 스스로를 통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폭군처럼 군림하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은, 점점 더 날씬해지면서, 동시에 의사를 이기고 모든 사람의 뜻을 꺾으면서도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가면서 점점 더 커진다. 우리나라에서 정말 신기한 점 중 하나는 세계에서 이렇게 보편적이고 당연하게 섭식 장애를 강요하는 나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작품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옆.. 더보기
걷다 조심스레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면서 누군가의 곁에 가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다. 이때 걸어가는 길을 바꾸거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매우 능란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촛불시위가 무력시위로 가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이미 촛불시위에서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있는 상태이다. 어딘가로 떨궈서 무언가를 불태우려는 목적을 가지지 않는 이상(...) 촛불시위는 이미 가두시위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며 정치적이었다. 옛날 광우병 시위는 사실상 바보같은 경찰들이 살수차로 촛불의 불을 끔으로써 손에 든 건 없고 분노는 쌓이니 그 많은 사람들이 가두시위에서 무력시위로 변모한 바가 있지 않나 싶다. 나도 그 당시땐 걷기보다는 엄청 뛰어다녔다. 그러나 최근에 박근혜 탄핵 시위는 아예 살수차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