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ilosophy

에티카

예컨대 인간은 다른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는 원인이지만 다른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는 원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한 본질은 영원한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본질에서는 완전히 일치될 수 있지만 존재에서는 서로 다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비록 한 인간의 존재가 없어진다고 해도 다른 인간의 존재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만일 어떤 인간의 본질이 파괴되어 그릇된 것으로 될 수 있다면, 다른 인간의 본질도 역시 파괴될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결과에 관한 본질과 존재의 원인인 사물은 본질에 관해서든 존재에 관해서든 그러한 결과와 구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신의 지성은 우리들의 지성의 본질과 존재의 원인이다. 그러므로 신의 지성은 그것이 신의 본질을 구성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한도 내에서 본질에 관해서든 존재에 관해서든 우리들의 지성과는 다르고, 우리가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로 오직 명칭에서만 우리들의 지성과 일치할 수 있을 뿐 다른 어떤 점에서도 일치할 수 없다.

 


 다들 인상적인 글이라 생각하지만 내 뇌리에 영원히 남을 것 같은 글귀는 마지막에 신의 자기 사랑에 대해 다룬 글이다.


신은 아무나 사랑하지 않는데, 왜냐하면 어떤 사물에 깃들어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신이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ㅋㅋㅋ 그래서 구약에서는 우상을 섬기는 사람들을 그렇게 숱하게 죽여온 것이다(?) 그렇담 이렇게 이기주의적이고 중2중2한 신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차피 신은 영원한지라 그가 사랑하는 스케일도 남다르다. 그러나 인간 중엔 신체의 지속이 유한하다는 사실만 인식하고 있는 자도 있어서 사랑이란 이름을 나쁜 감정에 붙이기도 한다. 그러나 신의 사랑은 사랑에 미움도 있어서 막바지엔 그 미움이 사랑을 지배해버리는 그런 것 따위가 아니다. 심지어 부모의 자식 사랑마저도 능가해버리는 것이다. 마리아가 잃어버린 예수를 찾은 뒤 그에게 걱정했던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자 예수는 이렇게 말한다. '내 정신은 주님에게 속해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애정 관계는 유한하나, 신과 인간의 사랑 관계는 무한하다. 이를 스피노자는 세번째 종류의 인식이자 신에 대한 지적 사랑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왜 유대교에서 배척을 받았을까...

스피노자 이후에도 신이 인간을 인간들이 사랑하듯 사랑하지 않으며, 신이 모든 우주 만물에 깃들어 있다는 투의 이야기는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런 견해를 맨 처음으로 오롯이 정리한 건 스피노자가 아니었을까 한다. 맨 처음 이 책을 읽으면 당황할 텐데, 그 어떤 책 이상으로 논리가 가장 체계적으로 다져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마치 장편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겉보기에는 짧은 구절들이 묶여져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이전에 자신이 했던 말들을 토대로 하여 서서히 진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잘 이해하려면 일단 맨 처음에 나온 구절을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이후에는 어떤 뜬금없어 보이는 말이라도 챕터 어디의 몇 번째 구절을 참고하라 같은 상세한 안내가 나오기 때문에, 이 책 자체를 공부하듯 읽고 싶은 사람이 쉽게 필기노트를 만들 수도 있다. 나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읽기만 했지만.

'Philosoph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행과 역설  (0) 2018.01.06
향연  (0) 2018.01.0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0) 2017.10.29
살다  (0) 2017.08.02
버리다  (0)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