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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향연

파이드로스, 이렇게 나는 무엇보다도 우선 에로스 자신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기에, 그 다음의 것으로 그가 남들에게 있는 이 비슷한 다른 것들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막 뭔가 운율을 넣어 말해 보겠다는 생각이 내게 들었네.

인간들 사이에는 평화를, 바다에는 바람 없는
잔잔함을, 바람들의 안식을, 또 근심 속에 잠을

만드는 자가 바로 이 신이라고 말일세. 이 신은 우리에게서 낯설음을 비우고 친근함은 채우네.

 

 


읽어보니까 의외로 상당히 재밌는 술파티였다. 단순히 현대에서 말하는 사랑만이 아니라 영혼에서 발원하는 순수한 영적 정관을 다루는 이야기랄까. 아무튼 술자리에서 사랑이야기라니 멋지다.

 

그런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홀로 50대인 소크라테스 뭔데 ㅋㅋ 태양의 정점인 하렘이신 듯.
게다가 처음부터 아폴로도로스가 대뜸 친구 때리기를 시전한다. 자신은 철학 이야기를 말하거나 듣는 게 무척 즐거우며 부유하고 돈 잘 버는 너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짜증과 동정심이 섞인 감정을 느낀다나 ㅋㅋㅋ

 

 


사실 할리퀸 소설은 남자 여자 전부 반말을 썼다고 한다.


 

영어문법을 보면 당연한 일이긴 한데, 번역에서 하도 여성들이 '당신 ~했어요?'라고 하고 남자는 '~했소.' 라고 말해대니 으레 상상도 그렇게 전개된다. 그러고보면 최근 방영된 러브라이브 뮤즈에서도 전부 반말 쓰자고 하는 게 등장하고 하는 게 젊고 새로운 듯이 보이지만, 플라톤의 향연에서도 50대고 20대고 전부 반말을 썼다는 점. 친구의 친구는 친구라는 상식이 한동안 막혀있었다는 게 실감이 난다.

얼굴도 고운데 사랑하는 사람 파트로클로스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는 아킬레우스 이야기는 역시 원전을 읽지 않으면 자세히 볼 수가 없는 요소이다. (동성애 이야기이니까.) 윤서인과 관련된 일이 생각난다. 보통 잘생긴 사람들은 옛날부터 뭘 해도 성공하고 잘 살게 되는지라, 자신이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게 정말 힘들다. 얼굴이 못생겼으면 인품이라도 아주 매우 고와야 중간이라도 가는 것이다. 얼굴이 잘생겼는데 인품까지 고운 사람들, 의외로 많다.

 

 

 


향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리스에서는 평민 남성의 권리를 상당히 인정해주었고 동성애도 공공연히 행했었다. 그렇지만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엄청났고 마찬가지로 여성의 동성애도 자신들의 동성애와 달리 더럽다고 공공연히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러고보면 지금 남성의 동성애가 여성의 동성애와 같이 하등한 무언가로 추락했고 심지어 같이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니, 그래도 세상이 많이 발전된 것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랑 이야기들도 그럴듯했지만 위인이니만큼 역시 소크라테스의 발언이 가장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일단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닌 듯이 은유를 꾸며대는 데선 예수의 면모가 있다. 그러나 세속적인 유혹(행위자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지만)에 넘어가지 않는 건 서경덕을 닮았다. 그의 말대로 인간적인 아이들이 아니라 작품으로서의 아이들을 낳는 게 사실 내가 꿈꾸는 이상향이다. 아무래도 출산보다 낫다 하는 걸 보면 임신이 이성간보다는 동성간의 교류를 뜻하는 듯하지만. 물론 난 이성으로도 충분히 출산 이상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거라 생각 했는데, 보통 그런 생각하는 사람들은 걍 자기비하가 쩔어서 지랑 닮은 자식 낳기 싫어하는 것 같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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