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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osophy

버리다

이상적인 세계에서라면, 과거에 버린 연인을 우연히 마주치는 일 따위는 결코 일어나지 않으련만...

이 문제를 좀더 명확히 들여다보기 위해, 일단 어떤 관계에서라도 상대에 대해 거리를 두고 멀어지거나 관계를 끊을 권리가 우리에게 있다는 점부터 짚어두자.

 

 

 

 

이 책에서는 쓰레기를 버리는 문제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구라는 우주 비행선의 주된 문제는 우리에게 식량을 공급해줄 식량 칸이 따로 없다는 것이라고. 다만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야만 필요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엄청난 양의 재생 가능 에너지인 태양에너지를 더 잘 이용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서 태양에너지와 풍력에너지가 주요 에너지 생산원으로 대체되면 가격이 비싸진다며 폭주하는 닝겐들이 있다. 그러면 원전은? 정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그 정도로 가격이 싼 것이다. 그것도 폐기처리할 때의 가격까지 붙여서 제대로 정산하면 상당한 금액이다. 아마도 그 이야기 한 사람은 경주방폐장까지 가보지 않았음에 분명하다. 그래도 난 근처까진 가봤다.
그러면 원전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어쩌냐고? 만약 지금 원천적으로 탈핵을 시도할 때, 우리는 그 남은 방사능 쓰레기들을 처리할 책임이 있다. 빨라도 60년 동안은 충분히 근무할 수 있다. 몸에도 심히 안 좋은 일자리 오래 붙잡지 마라. 아, 자식에게 일을 물려주려고? 자식 몸까지 망칠 일 있냐.

 친구를 제외시키고 쓰는 글이라 좀 찔리긴 하는데, 어차피 블로그에는 올릴 거다. 이건 안 쓰고 지나갈 수가 없다. 아까 원전 노동자 해고? 문제의 연장이다. 만일 A가 홍콩에서 쓰레기를 두고 간다. 왜냐하면 홍콩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쓰레기를 줍지 않으면 해고되며 해고되지 않으려면 '관광객이 함부로 버리는 쓰레기'라는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쓰레기를 홍콩 직원이 발견하기 전 5분의 시간 동안, 가령 홍콩의 원주민과 관광객 B가 우연히 지나가다가 그 쓰레기를 발견한다. 관광객 B는 (나처럼) 쓰레기가 함부로 버려지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모처럼 홍콩을 여행하면서 기분을 풀려고 했는데 잡치게 된다. 또 홍콩 원주민은 어떨까? 어떤 개념없는 외지인이 쓰레기를 또 함부로 버리고 갔다고 욕을 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청소부들의 지속가능한 직장과 행복을 원한다면, 그들에게 친절하게 미소를 띄며 인사하는 게 정답이지 그들을 위해서 쓰레기를 버리는 게 정답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어디에서나 쓰레기는 널려있다는 걸 난 당장 오늘 집밖에 나가서 사진 수십장을 찍어 증명할 수 있다. 정말 사람을 위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지, 다르게 본다면서 타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세상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다른 의견일지는 몰라도, 그닥 새롭지는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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