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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주간경향 1280호

"나는 당신에게 영감이나 감동을 주려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장애인을 감동 포르노 취급하지 마라."

 

 

 

 

인구절벽 이후 한국 사회구조는 제론토크라시, 즉 노인지배 사회로 변할 것이며, 이를 시정할 골든타임은 앞으로 3~4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연일까? 이게 발표된 때가 2016년이라고 한다. 희망제작소가 시대정신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기획한 연속대담. 만일 이 말이 맞는다면 청년들이 자리를 잡을 기회는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내가 공무원에 취직되느냐 아님 평생 알바로 사느냐의 기로가 갈리는 게 2년 뒤인 2020년이다. 그리고 공무원 시험에서는 입을 모아 앞으로 2020년까지가 공무원이 많이 채용되는 한도라 이야기한다. 한가롭게 글쓸 때가 아니겠지만,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다. 하지 않으면 도무지 견딜 수 없다. 토플책을 집어던지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라고? 88만원 세대 이후 투명인간이 나왔다. 그 바리케이드 안에서 운동권 '일부' 냄져들이 여성을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소설로 쓰여져 있다. 지금은 미투로 인해 운동권 내외부에서 다 이야기가 나왔다.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나도 당했다'. 솔직히 냄져 운동권들은 이제 더 이상 토플책을 든 학생들을 욕할 자격이 없지 않나? 그리고 다시 88만원 세대들이 나온다. 공무원 시험에 9년동안 매달리다 때려치고 90만원짜리 피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자조하는 청년에게도 우리가 감히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들이라고 맑스를 안 배웠을까? 나는 무서워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든다. 어쩌면 청년들이 겪는 이 세상은 점점 많아지고 있는 고인들과 노인들의 요구에 휘둘리고 있는 결과가 아닐까? 금융공기업에 가도 집에다 얼마 받는지 이야기도 못하고 용돈도 못 보내는 게 청년의 실상이다. 우리 집에서도 공무원되면 무슨 돈을 다발로 줄 걸로 알고 부모님들이 기대하고 계시는데 난 2020년에는 붙던 안 붙던 어떻게든 그 때 취직하고 탈주할 것이다 ㅋ 솔직히 말해서 복지쪽 공무원도 상대적으로 야근 거의 못해서 여러 혜택 빼면 간신히 100만원 넘는 수준인데 대체 뭘 기대하시는 걸까... 딱 우리나라 국민연금만큼 주는 게 바람직하다 보는데 솔직히 드리는 것도 무지 힘들 듯.

특히 인구가 많은 25세에서 29세 연령층은 사회 취약계층으로 낙인 찍혀 사회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말에 정말 공감가는게 내 집안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계속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보안업체에다가 신경질을 부리거나 조롱하는 날이 많아졌다. 듣다못해 내가 저녁밥상에서 한 소리 했다. "아버지가 그런 말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아들이 거기 취직했다고 생각해봐." 순간 집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머쓱해진 내가 다시 한마디 했다. "거기라도 취직을 했음 좋겠다." 동생은 왜인진 자세히 모르겠으나 뭐 사기당한 것도 있고 부모님에게 용돈 드린 것도 있고 게임에 돈을 쓴 것도 있고 해서 저축해둔 게 없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알바를 해둔 게 있어서 중간에 라노벨 사느라 썼지만 그래도 중간에 주식투자한 게 올라가서 꽤 모아둔 편. 동생은 대학 졸업하고 자격증을 땄지만 적성을 살리진 못했고 난 박봉이어도 어쨌던 정규직으로 취직해서 5년동안 일하고 또 돈을 모았다. 그래서 난 그 돈으로 하루종일 공부중이지만 어쨌던 취직해보려고 노력했던 동생은 수중에 돈이 없어서 자격증 때문에 들어오는 월 60만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은 하지 않고 돈이 들어오니 어찌보면 이득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 녀석은 이력서에 쓸 수 있을만한 마땅한 정규직 기록은 없다. 그 녀석도 리조트나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돈을 벌은 적은 있다. 한 달에 200~300만원 정도. 그 녀석이 20대 후반인 지금은? 60이다. 물론 공부를 하느라 쉬는 중이라곤 하지만, 타지에서 지내는지라 그 60도 저축을 못하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버는 돈은 점점 낮아진다고 한다. 참고로 난 30세다. 이것도 우연일까?

솔직히 말해서 이젠 사회정의고 뭐고 그저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청년들이 그렇게 느끼겠지. 하고 싶은 일은 커녕 취직조차 안 되고 가난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학대당하고 자살만 생각하고.

우석훈은 그러면서 공부 잘하는 10대의 여혐을 걱정한다. 나는 사실 거의 모든 10대가 그러지 않나 생각한다. 단지 그쪽에 계층화가 상당히 공고화되서, 사교육 덕분에 공부를 잘하는 10대들이 유달리 설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진 것 뿐이다. 최근에 꽤 진보적인 것 같은 10대들이 부자이면서 보수인 10대들에게 굽실거리는 걸 많이 본다. 내가 지금 30대인데, 당시 중상류층에 속했는데도 왕따 다 당하고 그런 거 없었음. 특별히 가난한 애하고 사귀면 이상하게 여겨대고 놀렸지만, 지금처럼 막 범접도 못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실제로 아버지가 도박으로 파산하고 어머니가 마트 직원인 아이가 부동산 하는 부모의 자식과 사귀는 경우도 있었음. 추대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전자의 아이가 똑똑해서 모임의 중심격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10대가 나쁘고 그때가 좋았다는 건 아닌데, 문제는 여혐같은 나쁜 짓을 아무 죄책감 없이 한다는 것이다. 부모나 유투브에서 배워댄 게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이슈가 되니까 잘난 애들이 따라하고, 못난 애들이 덩달아 잘난 애를 추대하며 따라하고. 뭔가 정말로 약육강식의 세계란 느낌이 든다.

근데 이런 생각은 든다. 내가 10대 때 정치에 관심이 있었나? 초 관심없었다. 어쩌다 우연히 근현대사 선생님을 만났고 어쩌다가 가족에게 물어보니 친척이 노조에 간부로 계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도. 솔직히 말해서 촛불집회 가기 전까지도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아까 이야기한 걸 뒤집게 되겠지만 솔직히 세대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회의감이 든다.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까.

그리고 운동권 가난한 줄 아는 사람들 많은데, 사실 졸라 잘 산다. 진짜로. 근데 이 사람들이 딱 젠더 문제만 나오면 사람들이 미쳐 돌아간다. 운동권이나 386세대나 정당이 방송하는 팟캐스트 보면 딱 미친놈들이다. 젠더에 한해서만. 여성들은 진짜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는 거다. 이게 영웅인지 아님 천하의 개새낀지. 요새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마지막 바리케이드가 될 거란 우석훈의 생각에 나도 공감은 한다만, 워낙 문제가 심각해서 잘 될까 싶다. 솔직히 그 다음 바리케이드가 인종주의가 될 거란 걸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느낌으론 딱 오질 않는다.

전남친이 예전에 나보고 경제에 관련된 책을 읽으라고 쓴 소리를 했었다.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데(정말로 그랬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수 있냐고 펑펑 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지극히 타당한 이야기 같았다(...) 나에 대해서 나 자신보다 더 예리하게 파악했고 나는 그게 그저 기분 나빴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행정에서 유일하게 돈에 관련된 시험만 골라서 망치고 나서 절감했다. 하지만 (헤어진 뒤에야;;;) 관련 전공을 배우고 있지 말이다. 주간경향으로도 열심히 행정이라던가 경제라던가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첫 싸움은 1999년 강원도 영월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최 목사가 살던 서강 지역에 쓰레기 매립장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상적인 환경영향평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추진된 계획이었다. (...) "세상에 나같은 미친놈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지 않아요? 세상을 밝게 하려면 나같은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환경운동가이자 생태사진작가이신 최병성 목사님의 말씀이시다. 언뜻보면 자기비하로 들리지만 정말 떳떳한 사람이 프로필로 사용할 수 있을만한, 당당한 문구로 들린다. 나는 언제 저렇게 당당하게 외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비웃어도 '그래 나는 미친년이야. 너희들에게 언제까지나 구애할 필요 없어. 내 인생에서 잘 가라.' 외치며 그들의 스니커즈에 가래침 뱉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나 자신도 꿋꿋하게 살아야겠지.

 

특히 2013년 6월 이 후보는 동성결혼 문제에 대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논리가 아닌 '막연함'에 근거해 있다면, 역사의 필연은 동성애에 대한 개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썼다.

 

 

이준석은 가끔 자기가 잘났다는 말만 안 쓰면 그래도 썩 괜찮게 보는 사람인데 씁. 이 후보는 나와 전에 친했던 사람들이 굉장히 좋아했던 사람이라 애증이 좀 있다. 뭐든 싫다 좋다 정확히 말하지 않는 게 특징이라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아닐까 싶다.

 

만화 우국의 라스푸틴을 읽으며 몇 가지 고민을 했다. (...) 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마음이 쓰였던 것은 애국심에 대해서다. (...) 하나는 이것이 이기심의 또 다른 언어가 아닌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요되는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전에도 보여준 적이 있나 모르겠는데 이 짤 라스푸틴 모에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알겠지만 이토 준지는 의외로 정치에 대해 냉철한 의식을 담고 있어서 공포와 고어물에서도 이를 담아낼 줄 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만화는 되려 공포만화가 아니라 아예 정치로 빠지는 게 상당히 특이하긴 하다만, 뭐 그럴 기미는 언제든지 있었다는 이야기다.
솔직한 감상으론, 이걸 보느니 차라리 공포의 물고기가 나음. 이토준지 빠심으로 본다면 모르겠는데, 애초 글이 이토준지가 쓴 게 아니라서 이토준지 특유의 매력은 없다. 글이 재미없는 건 아닌데, 콘텐츠가 잘못됐다. 내가 보기엔 차라리 소설로 쓰는 게 나았을 텐데, 무리하게 이토준지가 만화로 만들려 한 게 티가 난다. 결국 이도저도 아니게 되었고 엘리트 아재들이 서브컬쳐를 이해하기 위해 만화도 본다며 뻐길 수 있는? 그런 류의 작품이 되어버렸다. 이토 준지 요새 작품들이 예전같지 않던데 정치계에 욕심 생긴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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