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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Society

아메리칸 보이

아메리칸보이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공포/추리소설
지은이 앤드루 테일러 (랜덤하우스코리아,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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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가 처음 몽크스힐에 왔을 때는 지주에게 모자를 벗고 인사를 했지. 이젠 내가 지주야(...) 이제 누가 주인인가? 말해보게. 누가 주인이냐고?" - p. 250 


사실 낚였다고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분명 에드가 앨런 포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썼다 하길래 급히 구해서 들여다봤더니 주인공은 쉴드라는 어떤 백수이고, 철저히 쉴드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소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쉴드가 지극히 선남처럼 나타나는 면도 있고, 부자인 은행가들이 사악하기 이를바 없는 악당처럼 나타나는 면도 있다. (어느정도 이야기를 읽으면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주인공은 매우 계산에 능숙하며 선남도 아니다. 사실 그는 소피를 사랑하기보다는 그녀의 부를 사랑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에드가가 그닥 많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아마 이야기가 완료될 때까지 독자들은 이 이야기가 도대체 어째서 최초의 추리소설과 고딕소설들을 지어낸 에드가 앨런 포와 연결되는지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부록을 읽어보면 머릿속에서 어떤 결론이 명확히 떠오르겠지만. 에드가 앨런 포의 어린시절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기에 이 소설은 그의 어린 시절을 표현할 때 조심스럽게 성격과 배경을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부록이 중요하다. 그저 어떤 미스테리한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읽는 독자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다 마지막에서는 소름이 오싹 끼치게 만든다. 그 느낌을 공포보다는 '분노'라는 단어로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책은 매우 두껍지만, 읽다보면 금방 지나간다. 한 사건이 일어난 뒤에 간헐적으로 맞춰지는 퍼즐들, 사소해보이는 일들, 그 뒤에 잠시 간격을 두고 작가가 띄워주는 무시무시한 진실들이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 돈이 사람을 어찌 이렇게까지 만들 수 있는가, 진지하게 고심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P.S 좋은글귀를 저 글로 지정한 이유. 쉴드와 카스월이 이야기를 나눌 때 카스월이 했던 말이다. 섬뜩하게도 조이스 캐럴 오츠의 ’좀비’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이 시간을 하면서 "누가 주인이지?"라고 말했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둘 다 소설 속 시대도 각각 다르고 이 글을 쓴 시대도 각각 다르고 장르까지 다르지만 인간의 소유욕과 지배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적절히 다룬 책이라는 점에선 일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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