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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쑥쑥

창문

누군가
누군가
얼굴을 내밀고
어디 가니?
물어볼 것 같은

골목길을 향해
열려 있는 창문

누군가
누군가
손을 내밀고
종이비행기
날려 보낼 것 같은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창문

 

 

 

엥 이거 완전 반지하 얘기 아님까? 그러고보니 누군가가 선거함에 종이비행기 접어서 넣었다고 쿨럭쿨럭.

 

 이야 아무튼 무지 깜짝 놀랐다. 동시 팟캐스트같은 데서는 이름도 잘 안 나오고, 무엇보다 이 책은 그림이 좋아서 충동적으로 산 책인데 아무 생각 없이 이준관이라는 이름을 검색해보니 책이 엄청나게 쏟아져나온다. 출판사에도 관련되어 있으신지 동시 선집이 특히나 많았다. 연세가 있으신 분이라 그런지 학교에 대한 묘사가 내가 생각했던 그 닭장과는 무지하게 달랐지만(...) 골목다운 골목이 우리나라에 남아 있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서로 통하는 듯하여 전반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요번에 시흥동에 이어서 하안동까지 리모델링 들어간다고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가장 미워 죽겠는 친가가 그래서 강원도로 도피할 자리를 알아본다고 하는데... 날 서울에서 강원도로 쫓아낼 때는 언제고 이것들이 ㅋㅋㅋㅋ 무튼 리모델링이 필요한 곳이 있지만 그렇게 무작정 개발해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집값이 오르고 돈을 버는 게 아닌데. 게다가 하안동은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대안을 한창 찾아가는 중이라 아깝긴 하다. 뭐 그런 이야기는 다른 책 리뷰에서 좀 더 자세히 할 거지만.) 쑥쑥이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의성어와 의태어에 굉장히 신경을 써서 시를 지으신 것 같으니 혹시 그쪽에 관련해서 아이에게 가르치려 하는 학부모가 있으시다면 이 동시를 주목해 주시라고 말하고 싶다. 출판사에게 좀 실례되는 말이겠지만, 블X래X의 의태어 동시나 의성어 동시를 읽는다고 받아쓰기에서 만점받고 수능 국어영역에서 1등급 받고 그런 거 아니다. 책을 읽는 걸 좋아하게 되고 뭐 그런 과정이 필요한 거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시인이 창문에 대한 이야기를 툭툭 꺼냈다는 데에 있었다. 무언가 창작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듯한데. 특히 창문을 반쯤 열어놔서, 숙제를 해야 하는데 바깥의 일에 이것저것 귀를 기울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 이야기는 저자 본인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ㅋ 숙제를 원고쓰기로 바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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