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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

우리 예뿐 며느리

이정란

내마음 전하고파 호선이한테
편지를 서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마음같이 표현이 않덴다.
엄마를 일직 여위고 사랑이란 단어를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곳감이 프로포즈 할 때
편지로 사랑한다는 말 한 번밖에 없다.
곳감한테도 딸 아들한테도 들어보지 못한 말
우리 예뿐 며느리가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말을 듣는 순간 너무 너무 행복했다.
아들이 하는 일마다 잘되고 우리 며느리 복덩이다.

 

 

 

 

이전에 시가 뭐꼬?라는 시집 서평을 쓴 적이 있다. 이 시집은 2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칠곡 인문학도시가 조성되고 한글교육을 어느 정도 받은 할머니들이 쓴 시가 많은데, 이번에는 자신의 삶보다는 자연과 교육을 받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만족감을 주로 표현해 놓았다.

 

 

자연에 대한 시에서는 특히 꽃에 대한 시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꽃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다던 어떤 과학 서적이 생각난다. 식물의 인문학이라고 했던가? 세상은 자신이 그에 대한 관심을 지닐 때 시점이 크게  변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동양에서 태어난 여성은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는 기회가 크다. 미국에서 태어난 유명한 식물학자가 애도 아직 못 낳았을 당시 식물이 땀 흘리나 관찰하다 옻에 걸릴 때, 아이를 낳고 기른 여성들은 자연스레 꽃을 좋아한다. 첫째로 서양에서 철학자들에 의해 퇴출된 애니미즘이 자연스럽게 배어있기 때문이고, 둘째로 애를 낳고 기르다보니 식물의 생식기(꽃, 버섯 등)에 관심이 많아지기 때문. 따뜻한 날 교미를 위해 대놓고 길거리에 생식기를 내놓고 있으면 땀이 흐를 수밖에 없다.

 역시 이번 시집에서도 자연스러운 사투리가 압권이다. 최근 인터넷 글의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리다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농담삼아 이야기하는데, 상황과 글에 따라 지적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안철수가 저렇게 쓴다고 생각해 보자고요. (공문에서 띄어쓰기가 틀리셨더라고요.) 하기사 이런 시는 그분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이지만. 서정주가 문법에 맞게 쓰면 참 별거 아니다... 그러나 이 시집은 내용에서도 서정주를 거의 능가하는 깊이가 있다. 문학은 보면 볼 수록 깊은 데가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죽지 않는다. 셰익스피어가 그러지 않던가. 자신이 죽어도 자신의 작품은 불멸의 삶을 살 거라고. 그의 예언은 이루어졌다. 과학으로는 밝힐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춘수의 꽃을 읽지 않았어도 그들은 이름이 불리는 걸 좋아한다. 김수영의 팽이가 돈다를 읽지 않았어도 팽이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인생을 떠올린다. 뭉크의 작품을 몰라도 봄같은 평온한 계절에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며 자신의 한심함을 깨닫는다. 이 시들을 지은 농부들은 저마다 사색을 하면서 철학자이자 시인이자 화가가 된다. 그 누가 이들의 생각을 개똥철학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한글 쓰기 교육을 좀 받은 것만으로도 그들의 사상은 동서양을 초월해간다. 물론 공산당이 아직까지 나쁘다고 글을 쓰는 분들도 계시지만 한 분 뿐이었다. 이미 그들은 학대를 겪었고, 그것이 얼마나 나쁜지를 몸소 알고 있었다. 길을 모르고, 가족들이 죽는 걸 보기 싫어서 도망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이들의 의식이 깨어 밀양 송전탑에 반대했던 분들처럼 사회의식을 가지고 세상의 불의에 저항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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