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em&Essay

슬픔에게 언어를 주자

내 안의 여자 중에서

샬롯 뮤

"나는 그녀를 죽였어요. 여자들이여, 당신들도
그녀를 죽여야 해요!"

 

 

 

우리나라의 현대시는 일제강점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계속 귀족들의 언어인 한자를 쓰기로 고집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이 우리나라의 주권을 빼앗아감으로서 모든 굳건했던 질서들이 무너졌고 사람들은 새삼 우리말의 대중성을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여성들 또한 일제강점기 시대에서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남편을 위해 자살해서 절개를 지킨 훌륭한 부인으로 남느냐 아님 어떻게든 그녀를 모함하려는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아 개죽음을 당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세상이었다. 이 책에서 신여성으로 불리는 여성 문인들은 제각각의 삶을 살아왔지만, 최소한 전자에서 벗어나려 했음은 확실하다. 이미 그들은 글을 씀으로서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어려움을 세상에 널리 전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볼때는 차라리 일제강점기는 우리나라 사회의 보수적 가치관을 급격히 무너뜨리려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위안부 등 여성들에게 너무나 끔찍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기에 결국 무시할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특이한 점은 외국시의 경우 남장을 좋아하거나 여성성을 거부하거나 양성애자인 여성들이 쓴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한국 현대시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종류의 시를 모은 덕분에 이 시집은 마치 여러 색깔의 보석을 모은 듯이 눈부심을 그 안에 간직하게 되었다. 이혼에 대한 나혜석의 산문을 마지막에 올린 것도 마음에 들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학적 책도 좋지만, 그런 종류는 너무 객관적이라서 마음 속에 있는 앙금을 풀어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시들을 읽을 때 핍박받는 여성의 마음에 대해서 더 잘 이해가 갈 수 있다고 본다.

'Poem&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이 당신을 먹는다  (0) 2017.02.04
다시, 봄  (0) 2017.01.30
해변의 묘지  (0) 2017.01.30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0) 2017.01.26
이시카와 타쿠보쿠 시선  (0) 2017.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