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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세상의 모든 비밀

7인분의 식사 중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듯
주방에는 낡은 냄비 낯선 냄비 동시에 끓고
일곱 사람이 동시에 입을 열면
세 쌍의 대화와 한 명의 독백이 발생할까
한 쌍의 대화가 탱크처럼 독백 위를 지나가고
세 쌍의 대화가 함께 폭발하면 거대하게 부푸는 핵구름 아래서

내통하는 입과 귀가 몰래 낳는 기형의 비밀들
목을 비틀면 벌컥,
거품부터 입에 무는 맥주잔을 쨍그랑 부딪치며
귀를 틀어막을 수 없어서 소시지로 꾸역꾸역
입을 틀어막는 사람들

합창은 혼자서 못 하나?
일곱이서 입을 맞추면 그건 침묵이 되나?

 


 

 

 

미안하지만 많이 비슷하..다..


초반부터 여자애 혹은 셋째라는 이유로 애를 지우려고 한 집안에서 시인은 태어났다. 지금은 미친 거 아닌가 싶을 테지만 시인이 40세라던데 옛날엔 이런거 많았고 지금도 드물게 있을 듯하다. 아무튼 시인은 태어날 때부터 아싸였다(...)


 

남자들은 잘 모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친구의 모임이 3명, 7명일 때 뭔가 그 싸한 느낌이 있다. (5명은 그래도 좀 안정적인 편이다. 경험담.)



이 시에선 3명의 친구가 있을 때 한 명이 먼 산 보는 장면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5명이 잠깐 언급되다 7명의 친구들이 있으면 상황이 얼마나 개같이 돌아가는지를 상세히 열거한다. 근데 혼자서 노는 느낌의 인물은 사실 모임이나 조직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그 한 사람을 조리돌림하면서 화제가 생기니까. 그런데 아싸가 가장 견디기 힘든 때가 2명씩 묶어 3팀이 그 아싸를 멍석말이하고 있을 때이다. 이보다 더해서 4팀이 되면 차라리 포기하고 견딜 만하다. 이는 심리학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예를 들어 1명이나 2명이 UFO를 봤다고 하늘을 쳐다보면 모두들 콧방귀를 뀌며 지나가지만 그게 3명째가 될 때는 꼭 하늘을 잠깐 쳐다보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3명이 7명이 된다고 해서 그들이 나누는 우정의 관계가 커지진 않는다. 자리를 끊임없이 이동하며 리더를 자처하는 한 명 빼곤 모두들 자신에게 제일 가까이 있는 한 명에게 존버한다. 그러나 아싸랑 제일 가까이 있는 한 명은 두번째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절박하게 대화상대가 되어달라고 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 시를 읽으며 꼭 여덟번째 사람이 되겠다 하는 사람은 같은 아싸거나 적어도 아싸 경험자이다. 난 뭐냐고? 그냥 모임에 들어가질 않거나 들어가도 그냥 모두를 아싸시킨다. 난 어차피 노력해도 1대1이 안 되기도 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심취해서 흐름이 이상한 데로 흘러가기도 해서 걍 저절로 떨어지는 사람들은 떨어지고 또 그것 때문에 새로 말을 거는 사람도 있고 ㅇㅇ 이걸 굳이 뭐라고 이름 붙이자면 철새 타입?
아싸라고 하고 싶은데 꼭 사람들이 내가 자리를 비우면 눈치를 채고 오라고 해서 현재는 그렇게까지 아싸라고 주장하기엔 좀 민망하다.
애초 짤도 이런 거지같은 걸로 올리고 대놓고 모두까기해서 걸리면 욕설찜질 당한 것도 한두번이 아니고 프로필도 파오후 냄새 나는데(...) 여태 내 실물 알고도 페친으로 있어주는 사람들도 있고 인간관계가 바닥까지 안 간 것도 신기함.

후기엔 소개되지 않았으나 세월호에 관한 시가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그리고 삶에 대한 풍자가 강하다. 2018년에 와서야 리모델링의 열기가 퍼지기 시작했지만, 중산층은 5년 전부터 집을 가꾸느라 가구들을 빌리는 추세였다. 상류층들처럼 가구를 사기에는 아무래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언가를 빌려쓰는 추세, 홈퍼니싱, 카페와 모텔의 선풍적인 인기, 잠을 사고파는 사회를 모두 연결하여 적절한 비유로 풍자하고 있다.

 

tattoo 중에서

목욕탕의 이웃들이 얼굴을 가리지 않고 때를 벗기듯이
벌거벗은 두 남자가 모텔방의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듯이
더 이상 벗을 수 없을 때
손가락들은 달라붙는가 흩어지는가
아름다운 노출의 수위는 어디까지인가
(...)
담벼락의 낙서를 긁듯 즉석복권을 긁어대듯 문신을 지운 사람들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횡단보도의 흔적 위를 건너가고 있었다
두껍게 비누칠을 한 알코올 중독자들이 이제 막 떠돌기 시작한 거리에서
모퉁이마다 비추고 있는 스탠드 불빛을 따라
나는 손목을 끌고 골목에서 골목으로 책갈피처럼 넘어갔다

 

 


아름다운 노출의 수위란 무엇인가.



그리스 로마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려 한 르네상스 작가던, 세계 각지의 대문호던 간에 '성적인 묘사'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들이 표현하려는 것은 '인체의 아름다움'이나 고급지지 않은 서민들의 일상에 성적 쾌락의 추구는 본능처럼 남아있다.또한 예술 작품에서 인간의 'Sex'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목욕탕에 헐벗고 돌아다니는 그들의 목적은 '성적인 욕구'의 해소가 아니라, 그저 더럽혀진 자신을 목욕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무거운 옷과 장신구 따위는 훌훌 벗어 던져 버리고 심신의 안정을 찾을 뿐이다.
다만, 제아무리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도 사회가 '정신병자', 혹은 '변태'라 부르는 자들의 눈동자에는 그저 성적인 대상, 속칭 '딸감'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그럴 때, 예술과 인간의 신체의 아름다움은 그저 한 인간의 쾌락해소제로 밖에 남지 않는 것이다.
성 혹은 섹스라는 행위 또한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 중 하나이자, 가장 끔찍한 마약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잘 활용함으로써 비로소 최고로 나른다. 과하면 항상 독이 된다는 사실을, 성숙한 우리들은 경험을 통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당신의 눈동자는 지금, 명화속에 잠들어 있는 아프로디테를 예술로 보는가, 성적 대상으로 보는가.
당신은 신이 주신 선물을 열었는가, 혹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는가.
물론,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상자는 같다.

원래 세상의 모든 비밀이라고 그 시에도 트랜스젠더가 등장했었다. 그래서 퀴어와 관련해서 tattoo와 같이 올려야 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할지 고민했었다. 어쩐지 가장 비유도 없고 산문적이고 고백적인 이 시가 자꾸 끌리더라. 그래서 왜 이 시가 그렇게 좋은지 고민했다가 그냥 마이너 인생이라서 그렇다(...)라고 생각했는데 또 책을 덮고 할 일을 하다보니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이 시가 더 성적 자유를 보장해달라고 명확히 요구하는 것 같달까? 그러고보면 마이너 인생이라는 말 자체가 왜 이것이 좋은지 오래 생각하기 귀찮아서 습관적으로 던지는 변명 같기도 하다. 지양해야겠다. 마이너 인생이라...사람들과 사회는 우리 청년들에게 '마이너 인생' '조진 인생'이란 말들을 참으로 많이 던져왔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참 많은 돌을 머리 위로 던졌던 것 같다. 돈 없는 것은 버티지만, 수많은 실패와 인간관계의 허물어짐, 그를 통한 불신과 성격의 파탄. 남들과의 비교를 통한 재능없음의 깨달음. 잠시나마 재능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오만하다고 꾸짖었었다. 차라리 돌맞고 죽어버리는게 나을까. 하고.
머리에 돌을 맞으면 아프다는 걸 아는데, 왜 우리는 굳이 하늘 위로 돌을 던지려는 걸까? 왜 그저 본능이 가는 대로 머리에 피가 날 때 까지 돌을 위로 던져 올릴까?

왜 반가워서 하는 진심의 인사보다 빈껍데기인 채 척추를 구부려 하는 인사가 훨씬 더 환영을 받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들은 진심이 필요하지 않은가 보다.
커피 심부름을 왜 싫어하는가 시시콜콜 따지는 어른들을 보면 그들은 그들을 존경하는 마음보다 침을 뱉어 내놓은 커피가 더 맛있는가 보다.
아이를 빗자루로 때리고 다리미로 지지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에는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할 부부가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돌을 들어 던지지 않고선 견딜 수 없다. 나 하나가 공손해지면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내게 던지는 만큼의 돌을 던질 것이다. 이게 아싸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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