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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Comics

섬과 섬을 잇다

 


섬과 섬을 잇다

저자
이경석, 이창근, 유승하, 희정, 김성희 지음
출판사
한겨레출판사 | 2014-05-2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싸우고 있는 우리 사회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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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라고 하면 무섭기도 하고 거부감도 있었어요. (...) 나 같은 소심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닌 줄 알았죠.

 

 일단 내가 정말로 찾고 싶었던 그런 책이다. 노조에 관련된 텍스트와 자료들을 읽다보면 이런 걸 깔끔히 정리한 서브컬쳐가 그립다. 언제나 노조와 관련된 서브컬쳐를 보면 텍스트로 구성된 자세한 설명이 그립다. 아마도 '내가 살던 용산'이 이런 책과 비슷하겠지만, 용산 철거민에 대해서만 다룬 글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노조에서부터 최근 밀양의 일까지, 그동안 일어난 모든 불합리한 일들을 알짜배기로 결합했다.

 일단 아쉬운 소리부터 일단 하고 넘어가겠다. 만화 쪽의 이야기인데, 너무 설명 위주라서 좀 지루한 감이 있었다. 만일 맨처음의 쌍용자동차의 만화를 보고 다음 화를 본다면 약간 아쉬운 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화의 특색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1. 분향을 두려워하는 사회- 쌍용자동차 이야기

 

 

이전에 좀비 만화를 그린 적이 있는 만화가의 작품인데,

이번 작품에서도 B급호러의 분위기가 묻어난다. 

 

 쌍용자동차 노조의 시위 도중에 일어난 어떤 일을 자세히 부각시켜서 보여주고 있지만, 딱히 이 사건 말고도 더 기막힌 일들이 많고 사건도 복잡하니 더 자세히 보고 싶다면 앞에서 이야기했던 의자놀이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 다음에 나오는 텍스트가 상세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창근이라는 분은 쌍용자동차 노동자였으나 마침(?)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숨겨진 글솜씨를 발견하고 여러 언론에서 칼럼을 쓰시는 분이다. 그러나 최대한 중립적으로 담담하게 글을 쓰시려 노력하셨던지 아님 너무 겸손하셔서 그런지 그동안 그 분이 받았던 고생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든다.

 

 2. 제발 이대로만 살게 해달라- 밀양 송전탑 이야기

 

 

 

 최근 이런 색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이 유행하는 것 같은데,

밀양의 소박한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했다.

 

 밭 한가운데에 송전탑이 지어질 예정인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자살 이후 밀양에 가본 적이 있다. 모든 집이 다 내 키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납작하고, 길이던 벽이던 간에 아니던 죄다 흙으로 뒤덮인 작은 마을이었다. 노조에 대해선 도저히 모를법한 분위기라고 할까. 그러나 그 분들은 이미 노조를 알고 있었다. 누구든 상관없으니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부르짖고 있었던 것이다. 모임에 잘 섞이지 않고 단독 행동을 일삼는 나도 송전탑 공사 예정지에 나무를 심고, 그러다 어느새 어르신 한 명의 손을 잡고 밀양 산을 걸어다니게 되는, 이상한 마을. 실제로 시위를 할 때도 저렇게 나무를 껴안고 계셨다. 그 순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옷을 벗고 한전에게 달려들 땐 다 사정이 있는 것이다. 어째서 사람들은 그 기사만 보고 그들을 '님비'니 뭐니 판단하는 걸까. 참 안타깝다.

 

 3.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라고?- 재능교육 이야기

 

 

 

여자들끼리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강한 만화.

그래서 중간에 시위가 아니라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담 이야기로 완전히 새나가 버리는데,

결과적으론 그걸로 인해 신선한 느낌이 들었고 꽤 나쁘지 않은 에피소드였다.

 

 재능교육 시위장은 가끔 본 적이 있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내 친구 중에 한솔교육 학습지 교사로 취직하고 도중에 연락이 끊긴 사람이 있는데, 이 책을 보니 심히 마음이 불안하다. 잘 살고 있을까... 만화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차별에 대해서 중점을 다뤘고, 텍스트는 시위 중간에 일어난 노노갈등에 대해서 다뤘다.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오래 힘든 시위를 하다보니 그런 일도 생기겠구나 싶다. 멀쩡히 일하고 월급 받는 일에서도 충돌이 생기는데, 심지어 절대 금전적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중노동은 오죽할까.

 

 4. No workers no music- 콜트콜텍 이야기

 

 

 

이 밴드 멤버 중에 페친이 있지만 왠지 일정이 이상하게 꼬여 공연은 계속 가지 못하고 있다.

기타를 만들던 노동자들이 시위를 하다가 밴드를 창설하게 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밴드 만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랄까.

 

 텍스트엔 '노조가 없는 공장을 만들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지닌 공장사장이 어떻게 회사를 말아먹는지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설명을 들어보면 공정과정도 만만치 않은데, 그나마 그 공장을 어떻게든 잘 되게 하고 싶어서 먼 길을 가는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다. 이 사람들도 몇 년 전엔 그저 노동자에 불과했을 텐데, 뒤에서 빨갱이라 속닥거리는 사람들이 야속하게만 보인다.

 

 5. 너에게서 평화가 시작되리라- 제주 강정 이야기

 

 

 베이직한 옷 색깔로 인물 각각의 개성을 살렸다.

강정엔 유달리 저마다의 특색을 가진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러 오는데,

그 특징을 매우 잘 살린 만화인 듯하다.

 

 사람들은 구럼비가 허물어졌다 해서 시위가 다 끝난 줄 알지만, 몇몇 사람들은 그로 인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도 한다. 강정으로 시위하러 왔다가 그대로 제주도에 정착한 사람도 있고,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싹트게 하려는 시도도 시작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리왕산이 허물어져도 사람들은 예전보다는 덜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대신 강정마을과 가리왕산을 본보기로 삼아, 두번 다시 이런 예시가 생겨나지 않도록 공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환경 파괴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일전에 강정에 오는 사람 중에 동성애자가 있었고, 그게 어떤 사람에 의해 커밍아웃되서 떠들썩한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텍스트에 의하면 강정지킴이들은 서로의 익명을 부르는 게 일상화가 된 것 같다. 강정은 지킴이들에 의해 더욱더 '발전'하고 있다.

 

 6. 같은 일을 하고 다른 대우를 받는 사람들- 현대차 비정규직 이야기

 

 

 고모가 금속노조 간부인데, 현대차 비정규직에서부터 그 일을 시작해서 여기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대학 다닐 적엔 어떤 간부 딸의 과외를 시켜준 적도 있고.

작품 내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작화 인물들이 내내 담배를 피우는데, 실제로도 저런 골초 분들 많다...

 

 이 분들을 보면 대부분 가족들간의 관계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사실 고모와 나도 썩 좋은 관계는 아니고...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들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참 안타까운 사람들인 것은 사실이다. 상처주고 상처받는 삶 속에서 살아서, 폭력적인 분위기를 무서워하고 금방 적대적인 자세를 취한다. 마치 인간에게 상처받고 도망다니는 밤고양이들을 보는 느낌이랄까. 만화에서 그 삭막한 분위기를 상당히 잘 살려놓았다,

 

 7. 우리가 끝까지 싸우는 이유- 코오롱 이야기

 

 

개인적으로 작화는 가장 안정적인데, 반면 딱히 뭐라 꼬집을 게 없는 평범한 만화라는 게 아쉽긴 하다.

페친 박해성 님의 만화인데,

아무래도 코오롱 회사는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면 그 내막을 자세히 모를 테니 설명 위주로 만화를 그린 것 같다. 

 

 코오롱은 이미 거의 모든 분들이 해고는 당했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이 분들이 등산하면서 사람들에게 코오롱 산악제품을 사지 말아달라고 간청한 건 최근이다. 코오롱 회사가 물품을 팔아야 하니 그 홍보만은 안 된다고 주장하던 순한 분들이신데, 오랫동안 시위하면서 많은 걸 보고 느끼신 듯하다. 어쩐지 매우 착잡한 이야기... 노래방 도우미와 놀 줄 모른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는 말이 나왔을 땐 그저 만화에서 각색한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텍스트에 보면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고 하니 놀랄 일이다. 콜텍노조가 재취직에 성공했다가 또다시 해고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지, 또다시 해고 당해도 좋으니 하루라도 코오롱에서 다시 일해보면 마음이 편안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음. 이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참 안타깝다 ㅠㅠ 

 

 요즘 회사에 가족 개념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물론 집에서보다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렇게 불러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사원들을, 시민들을 '아들딸같이' 생각한다면 그들을 이렇게 무작정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기업 사장 한 사람의 변덕 하나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분신 자살을 하고, 손목을 그을 결심을 하고, 아무런 저항감도 없이 베란다로 걸어가 그대로 추락사한다. 한 회사에서 25명의 사람이 자살을 택했다. 미국에서 무슨 경제학자인가 하는 인간이 불평등으로 인해 사회가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써놓았다. 그 사람들이 죽어서 이루어지는 발전은 대체 무슨 발전이냐?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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