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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igion&Development

벌개미취꽃

묵상 21 중에서
-사랑하지 않는 날, 사랑하는 날-

사랑하지 않는 날은
깊이 사랑한 날에 비해
생활 충만하고 가슴 벅찬 기분도 느낄 수 없어
물에 물탄 듯 무미건조한 하루 안 되도록
종일 바쁘게 땀 흘리며 뛰어 본다

사랑하는 날은
몸은 피로하고 발바닥에 물집도 잡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양되어 있어
사랑하지 않는 날보다
훨씬 삶의 의미 크고 보람된 시간들의 연속이며
잘 실천되어진 계획표마냥 희망 가득하다

 

 

 


 


내가 인생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고 그렇다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절대 아니라서 이 시인한테 공감을 못 해주겠다;;;


게다가 자꾸 가치 없는 뭐뭐 이런 식으로 시를 쓰시는데 마르크스의 잉여가치 생각나고(...) 마음이 순수하질 못해서 그런가 시가 영 재미없다. 단 자연을 찬양하면서 신을 찬양하고 성당에서 봉사활동한 경험으로 시를 쓰는 건 알겠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신이 인간처럼 감정이 있고 인간에게 마음이 흔들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그런 신에게 사랑받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를 굽어보시지 편애하지는 않는 신. 나에게 신의 이미지는 그렇다. 그런데 시인은 전쟁 때 돌아가신 신부들을 공산당한테 '살해'당했다고 하시네. 뭐 빨갱이라고 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 봐야 하나.

 

 


 일단 단점을 좀 더 이야기 해보겠다.


1. 읽을 때마다 너무 딱딱해서 군가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2. 게다가 자신의 생각을 쓴 글도 아니고 훈계조이다. 아무래도 시를 읽는 사람으로선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다.
3. 삶은 그렇다 치고 왜 믿음까지도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을 지니고 있는 건지...
4. 계속 돌려서 말하는데 차라리 그럴거면 확실히 일기장이 되어도 좋으니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음 좋겠다. 예를 들면 대체 왜 봉사활동 일이 힘들단 말인가. 봉사활동이 항상 즐겁지는 않겠지만 독자들에겐 보통 봉사활동이 즐겁다는 감정과 연결되는데 왜 힘든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묵상 43 중에서
-가난한 동네-

몸이 추우면 마음도 춥다
찬바람을 피해 걸어가는 골목길
아직은 겨울바람이 세력을 떨치며
사람들 발에 밟혀 납작해진 눈을
돌 같은 얼음덩이들로 만들고 있다

어제 잠깐 봄날처럼 비쳤던 햇살은
다시 무소식의 인사로 떠나갔고
누군가 처마에 널어놓았다 깜박 잊은 빨래들
동태같이 바싹 얼어 부서질 것 같고
몸 추워 마음까지 추운 이들
기름 값 아까워 난방마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까겠다.


전진출판사가 검색도 안 되고 해서 어디 있는가 했더니 강릉에 있다고 한다. 저자는 강릉문협 회원이며 동시에 춘천교구 가톨릭문우회 회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강원도의 특색을 살릴만한 시를 좀 썼어도 되지 않았을까? 그나마 나온 게 동태 정도인데 하필이면 가난한 사람들의 집에서 빨래가 겨울날 어는 장면을 묘사한 지라... 지역에 관해서 긍정적으로 쓰여진 시가 하나라도 더 있었다면 좋을 뻔했다. 양평의 나무는 그렇게 좋아하더니.

P.S 사랑시는 무지하게 좋다. 일러스트 붙이고 그쪽으로 시를 쓰면 무지 히트했을 것 같은데 왜 안 하셨을까. 하긴 종교시인이었던가? 그래도 한용운처럼 님이 하느님인지 여인인지 헷갈리게 하면 좋았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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