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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가족극장, 그러엄, 이내

익숙해진대두...... 고옫, 도마는...... 칼, 때문에 있는 거야...... 칼 맞는 재미로 사는 거라구...... 난자당하는 맛에, 그래...... 금방, 익숙해질 테니...... 두고봐, 일단...... 피 맛만 보게 되면...... 그래, 도마는...... 피를, 먹고 사는 거야...... 난도질의 현장에서...... 셀 수도 없는 칼자국들이 피를...... 처가...... 흡반이 되지, 되고 말지...... 그렇게...... 피...... 없이는 못 살게...... 되는 거지, 그러엄...... 이내 익숙해져, 도마처럼......

 

 

 


 


가족극장이라는 연작시에서는 어머니가 나오지만 대체로 자신의 어깨에 올라타 꼼짝도 못한다는 이미지이고, 아버지는 이미 무슨 짓을 저질렀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버지를 인공으로 여자로 만들어 인공으로 만든 그것으로 후비는(...) 복수를 한다.


시인이 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궁금해지는 면이 있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본인의 아버지보단 하느님 아버지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계속 자신을 시체로 묘사하고 자신 따위가 태어난 것 자체를 좋지 않은 사태로 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발버둥은 결국 비정상적인 상황 자체가 익숙해지는 걸로 종결된다. 그녀는 아버지를 안으로 들이지도 못하지만 빼지도 못한 채 시를 종결짓는다. 생각해보면 이게 '여자의 일생'이 아닌가 한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라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평소에 남동생 밥을 해주던 게 갑자기 지긋지긋해져서 신경질을 내보지만, 그것 또한 한때뿐인.

 

 


 


일단 대중들에게는 시 패러디로 이름이 나신 분이다.


이 시집에서도 나오지만 진달래꽃에서 즈려밟는다는 의미가 어떤 의민지를 몸소 알려주시는 분이다. (고어이니 주의 바란다.) 그러나 문단과 몇몇 분들에게는 하드고어로 이름이 나 있다. 아, 물론 선정성은 있다. 여느 고어들이 그렇듯이 여성과 남성의 음부가 가감없이 나오고 특히 전자가 노골적으로 나오는 편이다. 그러나 똥이 나온다. 그것도 많이 나온다. 요즘 나오는 깔끔한 고어가 아니라 90년대 똥과 침이 다 튀는 B급 고어이다. 비위가 안 좋은 사람들은 보다가 속이 안 좋아질 수도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아무튼 난 90년대부터 제법 19금 문화를 제법 향유한 인간이라 서정성(?!)까지 느껴져 천천히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어보았다.

이 시집을 읽다보면 문득 비지터 Q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가족들이 배경인 고어 영화인데 질척질척한데다 마지막엔 어머니에게서 모유까지 분출된다. 지극히 남성이 만들법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 시집은 어디까지나 배설물(특히 똥)에 충실한 편이고 섹스와 관련된 이야기는 노골적으로 등장하지 않으며(안 나온다는 이야긴 아니다) 아버지가 나오지 않는 이상 자신의 몸 탐색을 주로 한다. 애인 이야기가 나오는 시는 단 둘 뿐이라 할 수 있다. 여성이 고어영화를 찍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생각했다.

사실 난 이 책을 추천하기 굉장히 난감함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불구하고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힐링 책들은 올바르고 착하며 청량하기 그지없지만, 그래서 재미는 없다. 가끔씩 할 수 있는 음울하고 야하고 비뚤어진 상상에 대해 죄책감을 가져다 준다. 이 책은 굉장히 시원하게 그런 잔소리꾼 같은 책들에게 자학으로 일침을 날린 뒤(사실 '내가 그렇죠 뭐'처럼 강력하게 남의 실수를 지적하는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 건 없다.), 그러면 안 될 곳에서 에로와 고어로 난장판을 벌이고 있다. 힐링에 질린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는 책이라 할까.

 

그라베

그 여자의 몸속에는 그 남자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었다 그 남자의 몸속에는 그 여자의 시신이 매장되어 있었다 서로의 알몸을 더듬을 때마다 살가죽 아래 분주한 벌레들의 움직임을 손끝으로 느꼈다 그 여자의 숨결에서 그는 그의 시취를 맡았다 그 남자의 정액에서 그녀는 그녀의 시즙 맛을 보았다 서로의 몸을 열고 들어가면 물이 줄줄 흐르는 자신의 성기가 물크레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시간이야 근친 상간이라구 묵계 아래 그들은 서로를 파헤쳤다 손톱 발톱으로 구멍구멍 붉은 지렁이가 기어나오는 각자의 유골을 수습하였다 파헤쳐진 곳을 얼기설기 흙으로 덮었다 그는 그의 파묘 자리를 떠도는 갈 데 없는 망령이 되었다 그녀는 그녀의 파묘 자리를 떠도는 음산한 귀곡성이 되었다

 

 


 


약간 이 커플의 미래같아서 올려본다(...)
키리노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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