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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Essay

돈에 울고 시에 웃다 돈시

무산 심우도 10. 입전수수

무산 조오현

생선 비린내가 좋아
견대 차고 나온 저자

장가들어 본처는 버리고
소실을 얻어 살아 볼까

나막신 그 나막신 하나
남 주고도 부자라네.

일금 삼백 원에 마누라를 팔아먹고
일금 삼백 원에 두 눈까지 빼 팔고
해 돋는 보리밭머리 밥 얻으러 가는 문둥이어, 진문둥이어.

 

 

 

추억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일상이다. 

 

 검정고무신을 보면 일단 냉차는 저쪽으로 밀어놓더라도 아이스께끼가 5원이다. 아무리 머리는 그 시대에 5원을 현재의 돈으로 환산하고 있더라도, 가슴은 제발 자신의 월급을 싸들도 그 시대로 가고 싶을 것이다. 딱히 아주 옛날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친구들이 팔짱을 끼고 '내일은 해가 뜬다'를 목청껏 부르며 집으로 직장으로 돌아가던 그 한밤중으로 향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 노래를 그렇게 목청껏 부를 수 있을까? 스노 하레이션? 우주키스미?

 

 

 

꼰대들은 자신도 돈에 쪼들리던 시절이 있었다고 청년들에게 훈계를 하려고 들지만 백번 말하느니 이 책에서 나오는 시 한 수 읊는 게 효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인들이 김밥천국에 그렇게 많은 영감을 받았을 줄은 몰랐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쓰봉 속에 돈을 숨겨둔다는 시를 본 이후부터는 자꾸만 단순한 호기심으로 어머니에게 비상금을 어디다 숨겨놓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시인들은 항상 돈에 쪼들리며 살고 있다는 건 유명한 편견이기도 하며 또한 사실이기도 하다. 시를 싣고 깨알같은 평론을 가지런히 써놓은 이 책만 해도 정가가 만원이 겨우 넘는 11800원의 가격이다. 아마 그가 쓴 시는 만원을 넘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배우겠다느니 시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도처에 있다. 심지어 신춘문예에 당선하지 못한 법적 시인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한 판이다. 돈이 없으니 명예나 체면이라도 두둑히 차리겠다는 것일까. 어리석다 못해 미친 사람들 앞에 시인은 커피 메뉴처럼 명사들의 이름을 가격과 함께 늘어놓는다. 누가 정해놓았는진 모르지만 프란츠 카프카도 800원인 마당에 나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어머니가 3박 4일 동안 앓아서 나를 낳으신 비용과, 사립대학 비용과, 어린 시절 40도 넘는 고열을 이겨낸 비용은 정녕 내 가격에 쳐주지 않는 걸까. 어머니가 막말로 시체닦이 봉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가족들이 잘 되게 해 달라고 기도를 하는데 공짜로 요청하는 것 같아 미안해 시작한 일이라 한다. 우리는 우리같은 인간을 받아준 세상에게 미안하다 생각하고, 빚을 갚듯이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