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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th

다이어트의 성정치

다이어트 산업은 다이어트가 마치 남녀 모두에게 필요한 것처럼 제시하지만 실제로 이 산업의 광고 모델은 대부분 날씬한 여성 연예인들이거나 제품의 효과를 봤다는 일반 여성들이다. 결국 다이어트 산업이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실제로 '비만한 사람들'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준이 제시하는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여성들임을 알 수 있다.

 

 

다이어트에 대한 글을 쓰니 남자도 날씬해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서 이 글을 추가로 올린다. 남성들은 근육이 있어도 되니 먹고 운동하면서 살을 빼면 되지만 여성들에겐 근육을 찌우면 근육돼지라는 단어가 새롭게 붙을 뿐이다. 결국 굶으면서 빼게 되는데 사람의 몸에 뼈만 남으면 미래엔 빼박 골다공증이다.

 

폭발적으로 유행어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랍다. 어머니의 말로는 50대 사이에서도 '나만 애인 없어'라는 말이 유행어로 돌고 있다고 한다. 공부하느라 쉰지 1년밖에 안 되었는데 모르는 유행어들이 부쩍 늘었다. 그래서 쓰기가 조심스러워지는 단어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쿵쾅'이다. 이 단어는 개인적으론 상당히 폭력적이라 본다.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섣불리 쓰다가 페미니스트라 욕을 먹을까봐 불안해서인지 한남들은 여성들을 욕하고 싶을 때 쿵쾅이란 단어를 자주 쓴다. 물론 살이 찐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운동을 싫어하거나 민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페미니스트들의 외모를 일반화하여 폄하하는 사람들이 치밀한 함정을 꾸미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이에 걸려든 일부 여성들은 '내가 페미니스트이지만 날씬하고 예쁘다'라는 걸 증명하는 프사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남성들은 그 프사의 사진과 포르노 사진을 합성하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성이 가장 오래 세뇌되어 있었으며 가장 취약했던 요소가 다이어트에 관한 점이었다. 페미니스트는 이제 무작정 아름답고, 사회생활을 잘 해야 하며, 완벽하게 살아야 하는 존재로 되었다. 문제는 이미 여성이 그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왜 내가 코르셋을 벗어야 하느냐, 코르셋을 입은 내 모습이 어째서 나쁘단 말이냐'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본인이 코르셋을 입느냐 벗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코르셋은 본인의 체형이나 미용상품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다이어트는 그 자체가 여성에게 함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북에 다이어트 약품이 한창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 상품은 정말 살을 뺄 수 있다며 시험자들까지 공개적으로 촬영하며 홍보했다. 이 약품은 유해한 성분으로 인해 조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페북에 광고를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다.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리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다이어트는 여성들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검열이 많은 게 무엇보다도 문제다. 그래서 더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이지만 아름다워지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그렇지만 그건 개인적 취향이어야 한다. 존중할 수는 있지만 그게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기준이 될 순 없다.

 

아이를 낳으면 기본적으로 여성은 신체에 급격한 변화가 온다. 코르셋을 집어던진 여성들의 성인병이 걱정되는가? 사실 우리나라는 너무나 성인병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병이다. 아무튼 그렇다면 약간의 과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을 채택하여 요가 같이 건강에 관련된 운동과 채소 같은 식단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쿵쾅이라 놀리지 않고 말이다.

 

난 어렸을 때 속이 자주 불편해서 뭘 먹질 못하고 죽만 삼키다보니 심각하게 저체중이었다. 키도 작고 머리카락도 갈색이었고 뭐 잘못하면 숭숭 빠져서 몹시 짜증났는데 친구들은 소말리아인이라고 놀리다가도 그런 날 몹시 부러워하곤 했다. 청소년 이후부턴 과체중이 편해서 계속 과체중으로 사는 중이다. 대학 때 시위하는 모습이 신문에 올랐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보람찬 일을 하는 중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 한 번 기업에 취직하려고 정상체중으로 간 일이 있었다. 그 때도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뉴스에 나간 적이 있었다. 근데 그 때도 생각보다 좋았다. TV에 나오면 얼굴이 찍힐까봐 무섭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찍는 셀카보단 훨씬 괜찮게 찍히더라. 상상은 역시 현실보다 항상 어느 정도는 왜곡되어 있나 보다. 페친 중에도 사진 찍는 게 무섭단 분이 계시더라. 혹시 이런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도 있다면, 무서워하지 마라 힘내라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페친 분께선 서울대 인류학과 논문 제목 하나 생각난다 말씀하셨다. "내밀한 표준화, 한국 성인 여성의 비만 경험을 통해 본 몸과 섹슈얼리티" 라는데, 여기 나와 있는 내용이 거진 다 자신의 이야기라고. 통통한 살집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다나. 페미니즘 접하고 탈코르셋 개념을 받아들이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자기검열은 좀 있다고 한다. 그냥 뭘 해도 이 사회는 스트레스받게 조성하는 거 같다. 내 경우 정상체중으로 갔더니 업체 사람들이 살 빠졌네? 하면서 다음에 하는 말이 그런데 얼굴이 보통이니 살 빼도 이뻐지진 않네?였다. 그럼 다음엔 성형을 해야겠지? 돈도 막 쓰겠지?그러면서 망하는 거라 본다. 지금은 현기증나서 다시 과체중으로 돌아왔지만. 마음만 먹으면 8키로 빼는 게 쉽단 걸 알아서 말이다 ㅇㅇ 그렇지만 이 책은 그게 주제가 아니니 다음에 다루기로.

 

다이어트에 폐단이 있다 그러면 어떤 미친 놈들이 '그럼 운동해서 빼면 되잖아' 그럼. 여기서부터 전쟁 시작됨. 운동하면 근육이 찐다고 하면 '야 ㅋ 여자는 운동해도 근육 안 쪄 남자인 나도 안 찌는데 ㅋㅋ'라고 하는데 시쟐 ㅋㅋㅋ 내가 과체중 된 때가 태권도 하면서부터였거든? 너님 내 종아리 보면서 축구선수같다고 놀릴 때가 바로 어제 아님? 그러면 상체 운동하라 그런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이 건강에 좋다 그런다. 하다가 손목 삐면? 그럼 '니가 역기 드는 걸 잘못했는데 왜 내 탓을 함?'이다. 근데 내가 역기를 제대로 들었는데도 손목을 삐었단 근거가 없다. 여기서부터 사람이 미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식빵 한 쪼가리 물 한 컵으로 돌아가시는 분들 많고. 사실 걷기만 해도 전체 몸이 평범하게 빠지니 그닥 걱정할 게 없는데 말이지. 다이어트에 대해서 충고해준답시고 이야기하는 작자들(특히 한남들) 중에 실속 있는 인간 없다. 골이 얼마나 빈 놈들인지 알려주자면, 나한테 다이어트 충고한 인간과 같이 서점에 간 적이 있는데 서점에 있는 여자들 몸매가 다 날씬해서 운동 열심히 한 거 같대더라. 그러면서 책 읽는 사람이 운동도 잘 한댄다. 내가 '개XX 난 안 보임? 나도 책 읽잖아 시X 놈아.'하니까 입 쳐닫더라 ㅋㅋㅋ 그냥 서점 가서 여자 가슴 엉덩이만 훑었다고 솔직히 말하면 또 몰라. 아무튼 그런 부류는 어딜 가도 책이 아니라 인간 몸매만 따지는 케이스인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가장 많이 그런 거 같아요. 대부분이 그렇게 나오니까 그래야 되는 거 같구 그런 거 있죠. 묘사되는 게 그렇잖아도. 캐릭터를 봐도 드라마 같은 데서 뚱뚱한 여자가 지적이거나 전문직을 갖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제가 봤을 때 거의 주부거나 아니면 아주 조연이거나 아니면 웃기는 아줌마, 그 정도예요.

 

 

어떤 분이 방송에서 나이가 들면 어차피 겸손해질테니 나는 지금 건방질 거라는데 뭔 소리냐 그럼 그 동안 당신으로 인해 피해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거 아니냐. 방송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이해해야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금까지도 살이 어쩌고 방송에서 그런 얘기 하는 사람들 있는데 시불 그럴때마다 혀 뽑아버리고 싶다. 니는 아무 생각없이 입 나불거렸겠지. 그렇지만 몇몇 사람은 너님 때문에 수조억번 지옥을 왔다갔다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 글 언급한 그 방송인 분께 한마디. 어려서 건방졌는데 나이들어 겸손해지는 건 남들보다 훨씬 늦게 철들었다는 것이다. 제가 보기에 말씀하신 분은 죽어야 철이 든다는 케이스네요. 무튼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제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누추한 블로그에 들르신 것도 ㅋㅋㅋ 덕분에 서로이웃 신청하는 분들이 많아졌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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