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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글과 그림 2017.6

고물장사

전영숙

시끄러운 용달 트럭 지나간다
염소나 개 파세요
고철이나 빡스 파세요
비료 포대 파세요
고장 난 선풍기 세탁기 냉장고 전기용품 파세요
고장 난 보일러 파세요

고물 용달 트럭 오르락내리락
주착 바가지 떠드는 소리에
날아다니는 새가 다 웃는다
아저씨, 아저씨, 여기는요
고장 난 할매 할배가 더 많아요
고장 난 할매 할배는 안 사나요?

 

 

 

 

 

뭐 고장난 이유는 다양하겠다. 종교에 심하게 빠지거나, 지 하나만 챙기려 들던가, 아님 몸이 고장났던가. 그래서 난 돈을 많이 벌은 뒤, 사람들을 고루 도울 것이다. 그러려면 일단 몸이 고장나지 말아야겠지.

 

 문제되는 것들이 그닥 많진 않았으니 일단 지적질부터 시작하고 글을 이어가려 한다.
지적 1. 여기 왜 이리 문재인 좋아하냐. 심지어 회의적이라던 분조차 하얀 꽃이라느니 뭐니 난리네. 그리고 이건 글과는 상관 없는 거지만 인천 노조 중 한 분은 자신도 모르는 구호를 왜 등에 붙인답니까. 그것보다 우리 이니를 깔고 앉으셨어(...) 그리고 우리 '문제인'은 역시 의도한 오타입니까. 그것이 알고 싶다.
멋지다 최고다 우리 이니의 환상은 이 글 마지막 부분에서 지적했듯이 이미 깨진지 오래다.

 

 

 

그놈의 이니란 단어때문에 문재인까지 싫어지려 했는데 속 시원하다.

 

 지적 2. 개구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니 다들 개구리에 관한 시를 쓰는 듯. 아무리 탁종철 씨가 여기서 제일 산문을 잘 쓴다고는 하지만 참고한다는 게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다. 그의 글은 완벽해보이지만 간혹 글을 늘이느라 본문과는 상관없는 단문을 올리는 게 많이 보인다. 그에게는 그만의 단점이 있듯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른 사람들만의 장점이 있다. 일단 소재부터 본인만이 쓸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게 어떨까.

이광연 씨가 교사직에서 퇴임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분이 좋기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한다. 모든 게 끝나면 조르바 같이 춤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자신이 했던 교과목을 이렇게 저렇게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는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글이 길게 쓰여 있던데, 그럴 땐 몸을 움직이며 아무 생각나지 않게 하는 농사가 최고지만 나는 일단 취미생활보다는 조금이라도 돈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딱히 돈이 아니더라도 이런 타입은 일을 할 때 대가가 있어야 책임을 다할 수 있다. 의외로 청소나 경비도 괜찮은 직업이고, 어떤 나잇대이더라도 할 수 있는 게 뭐든 있을 것이다. 취미생활로만 시간을 소비하면 결국 그녀는 나중엔 가치가 없는 일만 잔뜩 하고 있다며 자신을 책망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쓴 그녀가 봐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녀와 비슷한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 봐주길 바라며 쓴다.

 

 

 

 

우선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현재 보고 있는 동시생태계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일단 이안이라는 동시를 짓는 사람이 있다. 그는 동시를 올리는 잡지를 만들어서 현대의 실험적인 동시들을 올려 기존 동시들의 판도를 바꾸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부터 서서히 말하겠지만 동시는 하나하나 차이가 상당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현대의 실험적 동시를 대표하는 특징을 말하자면, 첫째로 성인들의 시로 옮길 수 있을만큼 심오하며 둘째로 비트겐슈타인 후기 스타일 즉 언어의 장난에 많이 의존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시인으로 신민규를 들 수 있다. 동시의 전반적인 계열에서도 젊을수록 인기를 많이 끌고 주목을 많이 끄는 편이기 때문에, 이안도 동시의 계열치고는 상당한 관심을 얻고 있다 할 수 있다. 뭐든지 무시보다는 낫다. 이안 씨는 동시 팟캐스트를 하고 있으며 내 페친 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김제곤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아동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황금시대는 도래했는가라는 글을 써서 또한 주목을 받았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이안 씨들이 그렇게 썰렁하고 아재 위주의 시를 쓰고 있으면 아이들이 동시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 있으며, 안 그래도 게임 등으로 현실과 멀어지게 된 아이들이 더욱 현실에 맞닥뜨리는 힘을 잃는다는 이야기이다. 이안과 유강희는 동시 팟캐스트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반발을 하여 오히려 김제곤이 더욱더 뜨는 빌미를 마련해주었다. (특히 아이들의 반응이 별로 없다는 사실과 썰렁하다는 김제곤 씨의 간접적 공격이 더욱더 그들을 초조하게 했을 것이다.) 김제곤 씨가 직접적으로 팟캐스트를 써서 공격하기보다는 그의 지인들이 팟캐스트를 하고 있으며 틈틈히 뜬금없이 그의 이름을 대며 그의 인기 없음을 공격하는 편이다. (사실 정말 뜬금없었다.)
내가 이안 편을 드는 건 있지만, 사실 이안 씨 자체의 시가 정말 재미없는 건 인정하므로(...) 중도에 속한다고 밝히고, 아무래도 길어질 글의 서막을 밝히겠다. 참고로 이 논란은 지금도 진행중이며, 동시가 계속 쓰여지는 한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싸움이 결국 이안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일반 시 분야에서도 미래파와 고전파(?)의 치열한 분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도 팟캐스트에서 진행되었는데, 하나는 창비에서 김사인이 진행하고 박준이 프로듀싱한 막강한 팀이었고 다른 모든 팟캐스트들은 다들 예산이 간당간당한 팀이었다. 그러나 결국은 미래파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던 김사인 씨가 몸이 편찮으셔서(...) 물러나게 되었고, 지금도 미래파들은 자신의 젊음과 끼를 마음껏 발산하며 자신들의 시를 홍보하고 있다. 하물며 진보파가 성행하는 이 시점에서 보수들은 결국 지역 잡지로, 온 사방으로 퍼져나가 잠복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반성

함민복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이 시는 1년 전쯤 이안 씨의 팟캐스트에도 나온 시이다. 이안 씨는 이 시를 읽으면서 일반 시인이 동시의 세계에 들어오는 데에 대해 우려를 표현했지만, 동시에도 이런 함축적인 표현이 들어가서 새롭고 좋다고 했다. 반면 김제곤 씨는 이 시가 난해하지 않아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시인들이 동시를 쓰려면 더욱 함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 자신과 상반된 의견을 편들어줌으로써 상대방을 신경써 주고 있는 게 보인다. 그러나 말하는 건 서로 미묘하게 다르다. 일단 함축의 기원부터 밝히는 게 맞는 듯하다. 부질없을 듯하지만.

 

거미줄

송찬호

거미가 거미줄 쳐 놓고
십 리 밖 먼 길
나들이 갔다

나비야, 이 쪽지 읽어 봐
내가 새집을 지었어
이따 내가 없더라도 그냥 돌아가지 마
네가 이 집을 흔들어
신호를 보내면
금방 돌아올게

밝은 촛불
반짝이는 나이프와 포크
너를 돌돌 말아
식탁에 앉힐게
우리에게 멋진 저녁이 되지 않겠니?

 

 

 이안 씨가 사실 이 시를 제일 좋아하고 자신의 팟캐스트에서도 몇 번이나 극찬했는데, 김제곤 분은 그가 지나친 해석을 하고 있다고 팩트폭격을 날린다. 무슨 작품을 보던 해석하려 드는 게 문제라는 뜻이다. 이는 그 사람이 벌 돈이 달려 있으니, 지극히 맞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동시에서는 이런 비유가 흔하게 쓰인다는데, 글쎄?하고 고개를 갸웃할 일이다. 십년 전보다 더 오래 전에 이런 동시가 나왔다고? 내가 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게 최근이긴 하나, 여태 류선열 시인 빼곤 본 적이 없다.

 

넘어선, 안 될 선

신민규

넘어오지 마 이 선
넘어오면 다 내 꺼
샤프 볼펜 지우개 수첩
하나라도 넘어오면 다 내 꺼

왜 이렇게 야박해
뭣 땜에 날 미워해
화난 게 있으면 얘기해 내게
꼬인 우리 사이 다 풀어 줄게

다 필요 없고 알 거 없고
너란 애는 지겨워 제발 저리 고고
어? 샤프가 넘어왔네 내 꺼
지우개가 넘어왔네 내 꺼

잠깐만 아니 잠깐만
샤프 볼펜 수첩 다 줄게
부탁이야 돌려줘 지우개
우리 사이 가른 선 지우게

 

김제곤 씨가 그 다음 마지막으로 건드리는 결정타인 '너네 재미없음'은 이 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모두들 일리있다 한다능... (실제로 애들에게 인기가 없다고... 힙합 싫어하는 애들이 많은 건 둘째치고라도...) 그래도 애가 삐뚤어진 이유를 시로 제시하라는 건 좀 오바한 듯. 굳이 저런 장난에 이유가 필요하나. 불우한 가정?

 

평등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약속

1. 우리는 나이, 성별, 성적지향, 성정체성, 장애여부, 국적, 피부색, 출신지역, 혼인여부, 가족관계, 경력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며, 서로를 존중하고 평등한 관계를 지향합니다.
2. 기본적으로 경어를 사용하고, 호칭이나 존댓말/반말은 상호 동의 하에 결정합니다.
3. 나이, 성별, 성적지향, 성정체성 등에 관한 고정관념이 담긴 말과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4. 소수자를 비하하는 언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5. 성차별적 농담, 음담패설에 웃지 않고 정색합니다.
6. 상대방의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을 존중합니다.
7.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평가나 비유를 하지 않습니다.
8. 상대방이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하지 않습니다.
9. 상대방이 거부의사를 표현하면 즉시 중단합니다.
10. 피해자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줍니다.
11. 행사의 주관자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경고하고 제지합니다.
12. 행사의 참석자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에 대해서 다 같이 항의합니다,
13. 발언권을 소수의 인원이 독점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모두가 공평하게 발언할 수 있도록 합니다.
14. 이 약속문을 조롱하지 않으며, 기억하고 실천합니다.

 

인디포럼에서 켐페인을 하고 싶다는 영화제 위원장이 읊은 구절이라고 한다. 새겨들을 만하다. 페미니즘 혹은 퀴어학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여성학을 배웠다면 필히 새겨들어야 할 교훈들이다. 왜냐하면 소수자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이 구절을 지키지 못하거나 지키지 않는 경우를 종종 보기 때문이다.

 

 

나는 지하철입니다라는 동화가 있다. 이 계열에서 상당한 입소문이 났었는데, 나는 표지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가 난다는 건 알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동화 칼럼을 쓰는 나명희 씨가 '사람들이 쳐다보는 곳과 지하철이 들어오는 방향이 다르다'라고 말한 데서 깜짝 놀랐다. 나로선 아주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런 소소한 점도 역시 감수성 많고 눈초리가 예리한 사람만 볼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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