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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

사랑하다

불충분한 결과에 대해 점수를 깎는 관계라면, 사랑이 아니라 심사나 경쟁을 해야 하는 다른 종류의 관계일지도 모른다.

 

 

 

 

펄핑크의 표지가 상당히 강렬한 책이다. 게다가 사랑하다라니. 얇은 두께이고 작아서 안 거의 보이게 가리고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곁눈질을 많이 받은 책이다. 파리 소르본 대학 철학 교수 미셸 퓌에슈라는 사람이 쓴 책이라는데, 의외로 고리타분하지 않고 차분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마치 여러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하는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은 고백하라는 내용으로 시작하지 않는 게 가장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기본에 대해서라던가, 이별에 대해서도 '이런 감정이 드는 건 상대방의 분위기가 식은 거다'라는 암시만 나오고 끝난다.

 가장 인상적인 건 인간에 대한 사랑을 사물에 대한 사랑과 구분했다는 점. 사물애호증에 대한 반박으로 봐도 되는 건가. 뭐 심리학에서도 공식적으론 사랑이라기보단 페티쉬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부분을 너무 간단하게 지나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 경험상으로, 전반적인 이 책의 의견에는 동감한다.

 

 

 

더불어 프랑스 사람이 쓴 글이라서 그런지, 결혼이라던가 출산이라던가는 언급조차 없으며 동성 양성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니 다양한 사람들이 봐도 괜찮을 책이다. 요즘 유행하는 자유연애(다중연애?)에 대해서는 충실성의 모자람을 이유로 반감을 가지고 바라보기는 하지만, 안 된다고 펄쩍 뛰거나 반박하진 않는다. 일하느라 시간이 없어서 빨리 보고 간결하게 서평을 쓰긴 했지만(...) 정말이지 보기 드문 책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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