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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 "아내를 더 사랑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르고 있어요.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그만한 능력이 선생에겐 없죠. 하나님만이 그렇게 사랑합니다. 그런 사랑을 선생을 통해 하고 싶으신 겁니다." 메인디시에서 하나님의 공평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하나님에겐 인격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은 그 점에선 나와 의견이 다르지만 완전무결하다는 점에선 나와 같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워낙 더럽혀져서 그 단어를 쓰는 게 싫은 것 뿐이지, '인간과 다른 종류의 사랑'이라 쓴다면 그건 맞는 듯하다. 그러나 역시 사랑이라고 하면 인간적인 사랑을 연상시키니 그렇게 쓰면 안 되는 것일 뿐. 아무튼 사람이라서 같은 사람을 볼 때 아무리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도 약점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결국 메가데레는 2D나 신에.. 더보기
굿모닝팝스 vol. 312 For the rest of the morning I'm too distracted to read or do homework. Despite Carla's ressurances that I'm not getting sick, I find myself paying too close attention to my body and how it feels. Are my fingertips tingling? Do they usually do that? Why can't I seem to catch my breath? How many somersaults can a stomach do before becoming irreparably knotted? I ask Carla to do an extra check of m.. 더보기
데미안 나는 그가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러나 그 눈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뻣뻣하게 굳어져 있었고, 내면을 향하여 혹은 아주 먼 곳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 파리 한 마리가 그의 이마에 내려앉아 천천히 코와 입술 위로 서서히 기어갔다. 그러나 그는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꿈이었는지 뭔진 기억 안 나지만 꿈이라고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이거 따라하려고 옛날에 가만히 있던 적이 있었다. 근데 등에 정도의 곤충이 날아와서 얼굴로 기어가고, 가만히 있었는데 귓속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었다 ㅋㅋㅋ 정확히 그 이후 귓속에 무지막지한 염증이 생겨서 난리가 났는데, 그 때 사람이 아무거나 책에 나오는 내용을 무작정 따라해.. 더보기
이름 뒤에 숨은 사랑 좀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이 나라에 오기 위해 모든 것을 모든 것을 버렸는데, 결국 그 모든 것이 이렇게 죽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고골리의 아버지에겐 사연이 있다. 그는 고골리의 외투를 우연히 읽다가 마음에 들어 전철까지 들고 갔었다. 그런데 전철이 전복되어서 구조를 청하려는 도중 손에 있던 종이를 날려 간신히 구조된 것이다. 여러분 이렇게 책을 들고 읽으면서 걸어가면 위기의 순간에 구조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는 우리나라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행위라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방금 차 타자마자 이야기한 사람이 사지가 뎅겅 잘려서 자기 몸 위에 올려졌다니 굉장히 서스펜스하네요. 인도의 이야기라서 그런가? 내 기대가 좀 많이 컸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고골리가 너무 소심해서 대학시절 부터.. 더보기
혼불 3 "나 울 아부지 한 번만 봤으면." 그 말에 비오리어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이윽고 무슨 생각을 저만치 밀어내듯이, 번지는 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어디 가서 바. 없는디." "큰 아부지라도, 작은 아부지라도, 누구 아부지 피 섺이고 탁인 사람 한 번만 봤으먼. 그런 사람 만나먼, 이러어케 손 한번 대 보먼 아부지 살 같을 것맹이여." "살." "잉." 솔직히 문맥 신경쓰지 않고 "살." "잉." 에 줄 팍팍 치고 싶다. 비오리는 주막집 여자와 두부장사 사이에서 나왔다 하지만 생각이 깊고 예쁘다 하니 잘 살았으면 싶었다. 이미 강실이는 성격에서 나랑 안 맞아서 잘 살길 바라는 거 포기(...) 그러나. "하문에다 박달방맹이를 쑤셔 박었드래." (...) "첩도 일부종사 해양가?" ".. 더보기
벌개미취꽃 묵상 21 중에서 -사랑하지 않는 날, 사랑하는 날- 사랑하지 않는 날은 깊이 사랑한 날에 비해 생활 충만하고 가슴 벅찬 기분도 느낄 수 없어 물에 물탄 듯 무미건조한 하루 안 되도록 종일 바쁘게 땀 흘리며 뛰어 본다 사랑하는 날은 몸은 피로하고 발바닥에 물집도 잡히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고양되어 있어 사랑하지 않는 날보다 훨씬 삶의 의미 크고 보람된 시간들의 연속이며 잘 실천되어진 계획표마냥 희망 가득하다 내가 인생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고 그렇다고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절대 아니라서 이 시인한테 공감을 못 해주겠다;;; 게다가 자꾸 가치 없는 뭐뭐 이런 식으로 시를 쓰시는데 마르크스의 잉여가치 생각나고(...) 마음이 순수하질 못해서 그런가 시가 영 재미없다. 단 자연을 찬양하면서 신을.. 더보기
폐허를 보다 "거봐, 아주머니. 밀가루를 너무 묻혀! 50그람짜릴 75그람으로 만들면 우린 뭘 먹고 장사하나? 하, 이거 참! 다시 좀 잘 해봐요!" 50그램짜리 핫도그는 60에서 70그램으로 만들어야 한다. 냉동실에 들어가 수축되는 것을 고려한 그램 수다. 근무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동료와 충돌이 잦았다. 그러다 내 입에서 불쑥 '아주머니'라는 말이 튀어나왔는데, 그 동료 분이 갑자기 폭발할 듯 화를 내시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 좋은 동료분들은 반쯤 농담삼아 '아주머니니까 아주머니라고 하지.'라고 했지만 나는 얼른 사과했다. 인격에 모독을 줄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속으론 굉장히 부끄러웠다. 노동운동과 친하진 않았지만 그들을 아주머니라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도 내가 그들을 하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더보기
질의응답 정면에서 찍은 거울 안에 아무도 없다 죽은 사람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 버티다가 울었던 완벽한 여름 어떤 기억력은 슬픈 것에만 작동한다 슬픔 같은 건 다 망가져버렸으면 좋겠다 어째서 침묵은 검고, 낮고 깊은 목소리일까 심해의 끝까지 가닿은 문 같다 아직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생각하면 생각이 났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뭐 친구끼리의 사소한 싸움 가지고 진심 정색하고 있는 나도 이상한 놈이긴 하지만, 나로선 내가 싫은데도 필사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려는 그 인간들이 싫은 것이다. 내가 술주정을 하고 난 다음날 아침 치마 좀 입고 나오면 어김없이 '이야 아가씨가 어제와는 완전 딴판인 모습으로 나오네'라며 비웃는 모습을 한다거나. 나랑 친구하기 싫으면 다른 애랑 잠깐 친구하다 오거나 혹은 안 와도 .. 더보기
동경 내 몸 안의 반지층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뼈가 헐거운 새가 울다가 텅 빈 곳으로 날카롭게 날아갔다 욕조에 담긴 내 몸이 물을 더럽히고 있다 뼈는 내 몸 안에 부풀린 딱딱한 거품이다 나는 내 방의 여러 구석에 나뉘어 있고 방은 자꾸만 비좁다 나는 어디서든 머리를 기대고 쉽게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면 빠져 있을 머리카락 몇올을 그대로 두고 왔다 욕조에 누워 책을 읽고 있는데 욕조 밖으로 뻗은 발이 시리다 창밖으로 무덤이 보인다 내가 몸을 씻는 높이에 누군가 죽어 있다 이 높이에서 애인과 나는 옷을 벗는다 이 높이의 욕조를 향해 새들이 날아오르고 있다 나를 지나갈 것이다 머리카락 몇올은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만 내 곁에 와서 나를 안쓰럽게 쓰다듬다 간 손짓인가 욕조로 쏟아지는 물을 보면 계단은 중간에서 차오.. 더보기
몸이라는 화두 한글대장경 완간을 기다리며 중에서 눈물 콧물탄이 펑펑 날으는 이 어려운 시대에 살면서 짱돌 하나 꽃병 하나 던지지 않는 너는 흰손이구나 친구여 너는 싼스끄리뜨를 배우러 뉴델리로 떠나고 빠알리어를 배우러 콜롬보로 떠나는구나 동악 관악 안암 신촌 등 다발탄과 지랄탄이 날으는 이땅에서는 우리들이 뜨겁게 껴안을 말마저 잃어버리고 우리들의 혓바닥 위에서 구르는 자음 모음들을 잃어버리고 모두들 외국어를 배우러 상품처럼 수출되고 있구나 이 땅에서 시를 쓰는 나는 한글대장경의 완간을 기다리며 말씀의 한 귀절 한 음절을 씹어보지만 식민지 하늘에는 핵무기왕국의 성조기와 경제왕국의 일장기가 거세게 펄럭이는구나 그닥 동의하진 않지만 맞는 말인 것 같다. 전통문화 소비 같은 국뽕을 적극적으로 추천할 생각은 없지만, 자꾸 문제에.. 더보기